[성매매 집결지 해체를 위한 쟁점 토론회] 현장스케치

9월 29일 [성매매 집결지 해체를 위한 쟁점 토론회 –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에 오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해체를 위한 노력’ (윤영호 / 여성인권센터보다) 발제문‘왜 성매매 집결지 해체를 외치는가’ (이하영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토론문 중 일부를 발췌해 공유합니다.

모든 글들이 다 정말 좋습니다. 아래 자료집이 첨부되어 있으니 토론회 자료집 전문도 확인해보세요.

“미아리 집결지는 우리의 간절함과 무관하게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부서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옛날에는 말이지-”라며 미아리 집결지를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싶은 자의 기억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일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여성이 내뱉은 고통의 언어를 상담일지에 가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공식적인문건으로 발화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고 올해 성북구 양성평등 기금으로 ‘성매매집결지 미아리, 여성의 눈으로 기억한다. 기록한다.’라는 사업으로 미아리에서 일한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미아리 집결지 걷기의 목적은 여성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함도 아니고, 그 공간을 하루속히 없애자는 것도 아니다. 여성인권의 시각에서 집결지라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갖고 출발하는 여정이다. 국가는 여성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집결지를 기획하고 유지한 책임을 온당하게 지는 것, 여성폭력 공간이 재생산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힘을 길러내는 것, 도심 한복판에 청소년 출입 금지 구역 팻말이 16개나 붙어 있는 것에 의문을 품는 등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차렸을 때 함께 행동하자는 의미에서 미아리 걷기를 하고 있다.”

“서문에는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고 밝혔지만, 마음은 조급하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해야 할 것들이 산재해있고, 미아리 집결지가 해체되면서 발생하는 이익이 알선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분노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집결지 자활조례 제정을 위해 애쓴 모든 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예산은 0원 힘이 빠진다. 그런데도 집결지 해체를 위한 활동의 지지기반은 사람에게서 나오고, 그 사람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이들로부터 시작될 때가 있다.”

왜 성매매집결지 해체인가?

성매매는 젠더불평등한 사회의 산물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입장에서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지원, 상담, 대중운동을 펼치는 반성매매여성인권운동은 성매매집결지에 대해 ‘폐쇄’ 입장을 견지한다. 다만 전국연대는 성매매집결지의 일방적인 폐쇄가 성매매여성을 고립시키고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분명히 하였다. 불가능해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연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매매집결지 해체 노력을 전개했다.

① 도시재생 방식

성매매집결지를 도시재생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성매매집결지가 단순히 외부와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성매매여성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이 함께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이다. 전주 선미촌이 대표적인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선미촌과 그 주변을 걷기 시작하면서 공간을 살피기 시작했고 주민들과 선미촌을 이야기하는 집담회를 열어 이야기를 들었다. 주안점을 둔 것은 집결지는 어느 시기에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공간이라는 점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기획도 가능하다는 상상이었다. ‘여성, 인권,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다양한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기획을 시도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로 호명하고 연대했다. 그 결과 선미촌은여성인권을 착취하는 공간에서 인권과 복지, 대안적 문화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② 성매매집결지 성매매여성 지원조례

2013년 폐쇄된 춘천 난초촌은 지자체가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해 자체 조례를 제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후 춘천의 사례를 보완하여 대구, 전주, 아산에서 집결지여성 지원조례가 만들어졌다. 집결지 여성 지원조례를 만들게 된 것은 성매매집결지의 폐쇄가 그곳에 있는 여성들에게 절망이 아니라 삶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현재는 광주, 인천, 창원, 서울 하월곡동, 서울 영등포구, 수원, 부산, 여수, 원주, 평택이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지역 차원에서 성매매집결지 폐쇄 노력을 하고 있다. 지원내용은 지역별로 상이하지만 주요 내용은 생계비(월 100만원 최대 12개월), 직업훈련비(1인당 30만원 최대 12개월, 주거비(보증금+월세 최대 12개월) 등이다.

③ 공간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그동안의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여타 도시재개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막대한 불법적 이익을 건물주와 업주들이 가져가고 가장 약자이자 그동안의 착취 받았던 여성들은 쫓겨난다. 여성들은 어떤 기억과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더 열악해진 상황으로 다른 성매매집결지로 이동해야 했다. 공간은 단순히 빈 용기가 아니다. 지난 백여년의 성매매 역사를담고 있으며 이곳을 거쳐갔던 여성들의 고통과 삶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전국연대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공간에 기억을 남겨두고자 했다.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성매매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과 불운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허용해왔던, 가난하고 취약한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몰았던 우리 사회의 책임을 환기하기 위해서이다.

활동소식

[반성매매액션크랙] 7월 모임 참여자 소감

7월 2일 (금) 19:00 ~ 23:00 까지 총 열한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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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장사 안된다라는 말이 성매매 집결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매번 아웃리치때마다 느끼고 있다. 처음 아웃리치때도 전염병의 위협을 뚫고 성구매를 하러 온 수 많은 남성들을 봤는데, 이번 아웃리치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떤 포차는 새로 리모델링을 했는지 에어컨까지 달아놓고선, 보통 술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 체리까지 팔고 있었다. 10개가 넘는 포차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남성들이 없는 포차가 더 적었다. 본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온 우리들을 보기가 멋쩍은지, 괜히 옆에 있는 이모에게 장난을 치는 남자들이 어이없었다. 쪽팔린 줄은 아는걸까?

이번 아웃리치를 나오기 전 ‘성매매 문제를 대하는 나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을 갖는다는 건 책임과, 도덕과, 설명의 문제라는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전염병이 유행한다는데도, 에어컨까지 달아놓고 비싼 과일을 팔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집결지에서 여전히 빈곤과 싸우고 있는 언니들이 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더 책임감 있고, 더 도덕적이고, 더 유의미한 설명일 수 있는 건 적어도 지금의 성매매 문제가 해결돼야한다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아웃리치를 갈 때마다 많이 배우고 온다. 다음 아웃리치도 너무 기대된다! 어서 장마가 끝나고 더 자주가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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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보다를 찾게 되었다. 오늘은 하영 쌤의 논문을 기반으로 성착취와 성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다에서 활동한 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선생님의 생각들을 논문을 통해 읽어보니 상황들이 이해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논문을 쓰시면서 성노동에 관한 논의가 머리로는 될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 그리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다시 찾음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도 현장을 돌아다녀본 이후로는 절대 노동이라 말할 수 없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영쌤은 학문/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위함임을 말씀하시며, 입장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것임을 꼬집어 주셨다. 그리고 어떤 입장을 가지는 것에 대한 사람만의 관점이 다 다름을 상기시켜주셨다. 나는 작업을 하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인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스쳐갔다. 명확한 입장을 지닌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되뇌었다.

오늘의 아웃리치 물음은 작은 동물 파우치와 꽃무늬가 있는 머리끈이었다. 부피가 작아서인지 오늘따라 물량이 많지 않게 느껴 졌다. 날씨도 우중충했으며, 업소 내부를 탐방했던 후유증 때문인지, 오늘 따라 미아리가 더 오싹하게 느껴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입구 앞의 쓰레기들은 더욱 선명해졌다. 입구를 살짝 지나니 버려진 한복 상의를 볼 수 있었다. 이 한복은 어떻게 여기 까지 오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로 등에 의지하며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갔다. 어둠과 함께 한적한 길의 중반정도에 왔을 때 하소연 하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목소리는 아닌 것이 언니의 목소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목소리에 다다르니 삐쩍 마른 언니가 담배를 피면서 이모 옆에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노란색 후드와 바지를 착용하고 계셨으며 눈이 풀려 있었다. 너무너무 마른모습이셨다.

선생님은 이모님께 물품을 나눠드리며 자연스럽게 언니에게도 말을 거셨다.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고함을 치시며 고향?을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으시고 언니께 물품을 드리며, 주변에 필요한 언니들께도 드리라며 물건을 몇 개 더 챙겨드렸다. 키가 작은 이모님께선 작은 수레를 끌고 오셔서 물품 못 받은 집들이 많다 며 15개를 챙겨가셨다.

그렇게 골목을 빠져나와 소방도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제일 까다로운 이모님들께 향했다. 우리를 많이 견제하시고 항상 불만이 많은 듯 보이시는 이모님들이셨다. 특히 이런 물품은 쓰지도 않는다고 돈 낭비라고 하시는 이모도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물품에 대해 불만이 있으셨다. 뭐 좀 여쭤보겠다고 하시면서 물품들을 어디서 공급 받는거냐 하셔서, 저희가 다 구매하는 거라 선생님께서 말씀 드렸더니, 저번에 받은 물품에 불량품이 있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 그런 일이 있으셨냐고 하시며 어떤 물품이 그랬냐고 바꿔드리겠다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지금은 없다고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이 물건들을 싹 걷어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하셨다. 우위에 있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까 봤던 언니가 주위로 와선 “그런데 물어볼게 있는데요” 하고 말을 거셨다. 선생님께선 빠르게 언니께 향하셨고 둘은 이모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모께 향해 물품을 나눠드렸고, 이모는 이번 물품은 뭐냐고 여쭤보시면서 물품을 드렸더니 별로 달가워하진 않으 셨다. 하영쌤께서 어떤 물품이 좋으시냐 여쭤보니 영등포를 말씀하시며 거기는 작은 샴푸랑 린스를 나눠준다며 그런 것들이 훨씬 좋다고 하셨다. 이번에도 미아리에는 업소가 너무 많아 그런 물품은 못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에 물량이 정말로 적었는지, 업소를 다 돌지 못했는데도 물건이 떨어졌다. 다른 팀에 물품이 남아있는지 전화를 하며 수민쌤과 언니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함께 기다렸다.

나는 두 분이 편하게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여 다른 팀을 만나러가 있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하영쌤께선 수민쌤을 혼자두기엔 너무 위험하다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린 대화가 끝나길 함께 기다리며 그들 곁으로 천천히 이동하여 같이 이야기를 듣는 와중, 맨날 모기약을 달라고 하시는 이모님께서 정화위원회 남자 두 분을 데리고 와선 무슨 일이고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다.

쌤들께선 여성단체 보다에서 물품 나눠드리러 왔다고 했고, 물건이 다 떨어진 상태로 빈 가방을 보여드렸다. 그 때 언니가 선생님들과 함께 “왜그러시는데요” 이러면서 도발을 하셨고, 위원장은 당신한테 말을 거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언니를 아는 듯한 눈치였다. 선생님이 저희 이제 갈 거라고 하니 언니는 “내일 전화할게요~” 라고 말씀을 하셨고, 수민쌤은 “번호도 없는데 무슨 전화요 들어가세요” 하시면서 언니와 반대로 향했다. 언니는 길 끝에서 계속 서성이셨고, 나는 길을 떠나지 않는 언니가 걱정됬다. 선생님 말로는 해코지는 하지 않을거라 말씀하셨다.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 한 회사원처럼 보이는 안경을 쓴 성구매남이 업소에서 나오더니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나오자마자 삐끼 통 안에서 흡연을 하는 그의 모습이 역겨웠다.)

앞에서 말은 안했지만 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응하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현장에서 대처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 실제 언니들을 업소에 구하러 갈 때는 어떤 상황일지 상상을 하니 살이 찌릿찌릿했다. 전혀 떨려 보이지 않았던 수민 쌤도 무서웠다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휘청거리던 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언니를 해코지할까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골목을 보며 혹여나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활동소식

[문화의 날] ‘수원여성인권 돋음’ 방문기

‘수원여성인권 돋음’ 방문기

활동가들은 지난 6월 28일, 이제 막 개소한 수원의 반성매매 단체인 ‘수원여성인권 돋음’을 방문했습니다. ‘수원여성인권 돋음’은 수원여성의전화 부설기관이었던 성매매피해상담소와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자활지원센터가 합쳐진 단체입니다. 활동가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단체 내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3층짜리 넓은 건물을 하나하나 새롭게 바꾸신 데에서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보였습니다.

이후 ‘돋음’ 활동가 선생님과 함께 폐쇄된 수원역 집결지를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수원역 집결지는 일제강점기 유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 년 간 지속되어 온 여성인권 착취의 공간입니다. 수원역 집결지 폐쇄는 2019년부터 수원시가 집결지 내 소방도로 개설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지자체와 여성·시민단체, 인근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수원역 집결지는 2021년 6월,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수원역 집결지에는 지역 내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성을 매수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집결지 내부에는 베트남어, 중국어로 된 가게들이 꽤 있었습니다. 업소 유리창에 붙어있는 집결지 폐쇄 안내문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한국어 총 4개 언어로 쓰여져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인데,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싶었는데, 수원 활동가 선생님께서 공단 사장이 알려주는 일도 많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듣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수원역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이곳을 여성인권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기 위한 활동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미아리 집결지 폐쇄를 준비하고 있는 [보다]에도 중요한 지점인 만큼 함께 배우고 연대하겠습니다!

[2021 인터뷰] 활동가 여성인권티움 반달님편

[편집자 주] 올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격월로 전국연대 활동가와 후원회원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자리에서 반성매매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며 반성매매 운동의 방향을 찾고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 유영

인터뷰이 : 여성인권티움 소속, 대전역성매매집결지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반달

Q. 흔쾌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읽는 분들에게 선생님을 소개한다면 무엇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소개해 주시는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반달샘 : 저는 여성인권티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활동가 반달입니다.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Q : 대전역 집결지 폐쇄를 위해 대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6월 23일에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 주관 <대전역 집결지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대전시의 집결지 폐쇄 대안 수립 및 실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요. 이 연대체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조직 과정 등을 들을 수 있을까요?

반달샘 :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마을활동가 단체, 노숙인 단체, 여성주의 동아리, 정당 등 대전의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 대전시민연대 참여중인 단체 :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 대전여성단체연합 /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마을활동가포럼 / 양심과인권-나무 / 벧엘의집 / 충남대학교 여성주의 실천동아리 BIGWAVE / 대전녹색당 / 진보당 대전시당/정의당 대전시당)

반달샘 : 최근 몇 년 대전역 부근의 도시재생을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부터 100년이 넘도록 여성 착취적 공간으로 방치되어온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실태 파악과 진단, 대안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시민연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단체에서 이에 공감하고 연대 의사를 밝혀주셔서 성공적으로 연대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연대체가 만들어지고 집결지 폐쇄를 준비하고 실행해온 과정의 경험들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해왔나요?

반달샘 : 대전시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단계적 대안을 마련할 것’, ‘시장 직속의 대전역 집결지 도시재생 거버넌스 TF팀을 구성하고 상시체계로 운영할 것’, ‘대전시와 협력하여 감시와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할 것’, ‘성 인권 관점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을 요구하며 5월 13일 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언론 인터뷰, 대전시 관련 부서 면담 등을 진행하며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으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전시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고 1,842개의 답변을 받아 그에 대한 발표 및 두 번째 기자회견을 끝낸 상황으로 대전역 집결지 폐쇄에 대해 방향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회견문 보기 https://han.gl/FQpLb

Q : 대전역 집결지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영업 중인 업소나 여성들이 얼마나 남아있을 거라고 가늠하고 계시나요?

반달샘 : 대전역 집결지에 등록된 숙박업소는 72개로 비등록 업소까지 더하면 약 110개 정도의 업소가 영업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최소 100명에서 150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과 도시재생 과정에서 지역을 옮기는 여성들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인원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Q : 시민연대에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전시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고 하셨는데요. 집결지 폐쇄에 대해 대전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반달샘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인식조사에 참여해 주신 대전시민의 88%가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혹은 ‘심각하다’고 답해주셨습니다. 또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93%나 됩니다. 대전시민들의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대한 공감과 동의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 집결지 폐쇄, 너무너무 중요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지만 여성들을 지원하는 현장의 마음은 또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아리 집결지의 경우 주워듣기로는 여성들이 업소로 출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숙식까지 하고 계셔서 당장 폐쇄를 얘기하기에는 여러 부대낌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전역 집결지 폐쇄 활동을 하며 집결지의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작업 중인 집결지 조례나 지자체와 얘기하고 있는 사업 등이 있을까요? 공유해 주시면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반달샘 : 현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오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작년에는 중앙동 집결지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 됐습니다. 여성들과의 소통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지역 선례를 조사해서 자활지원조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전시에는 성인지정책담당관실이라는 부서가 있어 여성지원과 관련한 소통과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21년 하반기 조례 제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타 시도 사례를 취합, 정리해서 대전시에 넘겼구요. 내용은 대표적으로 생계지원, 주거지원, 직업훈련지원 등이 있습니다.

Q : 앞으로 대전역 집결지 폐쇄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반달샘 : 시민연대에서는 앞으로 집결지 폐쇄 논의를 담은 정책토론회와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집결지 걷기 캠페인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티움에서는 이 활동과 관련되어 ‘중앙동 집결지 아카이빙’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을 혐오적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여성 인권의 역사로 재인식할 수 있도록 상설 전시 공간, 자료집 발간 등을 목표로 다양한 논의들을 해나가고 있고 그 공간에서 살아오던 주민, 성매매 여성, 빈민운동가, 상인 등의 인터뷰를 담아 이야기로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아카이빙 사업과 더불어 현실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성을 착취해오던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를 여성 인권적 가치가 담긴, 시민 주도적 공간으로 바꾸지 않으면 결국에는 또다시 성구매자 · 성매매 알선자의 공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를 위해 대전시의 책임감 있는 선언과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Q : 상근 6개월밖에 안 된 저는 집결지 얘기만 들으면 속이 깝깝해져 오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요? 혹시 저처럼 갑갑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이 마음속 엉킴을 어떻게 풀고 계신지요?

반달샘 : 집결지 아카이빙 사업을 심사 받을 때 면접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좋지도 않은 역사를 왜 굳이 들춰내려고 하느냐. 내버려 두면 사라질 텐데.” 어떻게 보면 흔한(?) 반응이기도 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 생각해 보니 결국에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내려지더라고요. 묵인되고 방치되어 온, 변두리의 변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하던 성착취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면하지 않을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결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고, 내 싸움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이건 제 개인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늘 일을 하며 순간순간 이 일의 당위성을 찾을 때 조금은 마음속의 복잡함이 해소되는 것 같아요.

Q : 어떻게 하면 저희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라는 네트워크로 함께 운동하며 힘 받을 수 있을까요?

반달샘 : 제가 2019년에 페미시국집회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요. 집회 시작 전까지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딱 전국연대 활동가들 얼굴과 수많은 깃발을 보는 순간 그 긴장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지금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시기에 활동해나가고 있잖아요. 점처럼 흩어져서 내 동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활동은 잘 해나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그 가운데 우리를 선으로 이어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전국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존재만 느껴도 서로에게 큰 응원이 되는 게 우리 활동가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지점을 잘 이어주신다면 충분히 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반달샘 : 너무 바쁜 와중에 답변을 드려서 제가 답변을 잘 드렸는지 모르겠네요. 대전의 집결지 문제 해결에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성매매 운동 한가운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활동가분들 남은 2021년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만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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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착취 영업에 범죄 수익 은닉까지 파렴치한 범죄 행각을 벌이는 ‘완월동’ 집결지 포주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성명서]

불법과 탈법의 주범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성착취 영업에 범죄 수익 은닉까지 파렴치한 범죄 행각을 벌이는 ‘완월동’ 집결지 포주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2021년 5월 13일자 부산일보 1면 기사에는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포주들이 재산 몰수 추징을 피하기 위해 친인척끼리 근저당을 설정해왔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근저당을 설정해 두면 몰수 추징 시 재산 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포주들이 성 착취 업소 장소 제공과 운영으로 인해 얻은 범죄 수익을 빼돌릴 수 있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는 일제강점기 공창으로 조성된 이후 2021년 5월 현재까지 불법 성매매 영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편취해왔으며, 여성에 대한 성 착취가 자행되고 조직 폭력배들의 이권 다툼, 공권력에 대한 접대와 로비 등 인권 유린과 불법 행위의 상징적 장소가 되어 왔다.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불법 행위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졌다. 이중 불법수익 몰수 추징 환수조치는 성매매 집결지뿐 아니라 모든 성매매 알선 행위자, 특히 부동산과 자산 투자 등으로 불법이익의 최대 포식자인 알선자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경제적 징벌과 성매매를 축소시킬 수 있는 핵심이며 성매매 방지법 제정의 가장 주요한 의의이기도 하다.

‘완월동’의 범죄 수익에 대해서는 그간 제대로 된 환수 조치 등 법에 따른 제재가 없다가 재작년부터 강력한 법 집행이 시도되었다. 2019년 부산지방경찰청이 처음으로 ‘완월동’ 업소 두 곳에 대한 범죄 수익 3억5천만 원에 대해 기소전 몰수보전을 신청한 데 이어, 2020년 ‘완월동’을 포함한 부산지역 성매매 업소에 시가 40억 원 상당의 건물 및 토지를 몰수보전하였다.

시민사회단체는 성매매 알선업자인 건물주, 토지주, 포주의 불법수익 재산에 대한 몰수 추징을 매우 고무적인 일로 환영하였고, 완월동 포주 및 건물주와 토지주 등 알선업자들의 불법 수익에 대한 확실하고 실질적인 몰수ㆍ추징 가액이 결정되고 실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업소에서 성 착취를 당하는 동안, 그들은 악착같이 자신들의 불법 수익을 움켜쥐고 법망을 피해갔다. 친인척 근저당권 설정이라는 교활한 꼼수를 통해 한 톨의 이익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소롭기도 하지만, 인권유린과 성 착취를 당하는 우리 여성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현재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들은 대부분 폐쇄되었거나 폐쇄 과정을 밟고 있다. 수원역 집결지는 일가족에 의한 불법 성 착취 및 포주 행위에 대해 경찰이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성 착취 영업에 불법 수익 은닉까지 이중, 삼중의 범죄 행각을 벌이면서 억울한 피해자인양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완월동’ 집결지 포주들의 파렴치한 행위에 더 이상 국민과 부산 시민들은 속지 않는다. 가족과 친인척까지 번진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부산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문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우선 성매매 장소 제공과 알선으로 인해 얻은 불법 수익 몰수 추징은 근저당권보다 우선순위에 해당되어 근저당권 설정이 불법 수익 몰수 추징대상에서 제외되는 꼼수를 부리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들의 수익금과 재산은 성매매로 인해 발생한 이득으로, 이를 알고도 불법 금액에 대해 자신들의 재산을 보존하겠다고 근저당을 한 친인척도 모두 공범임을 명확히 인지하여 수사해야 한다.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해당 성매매 업소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경찰과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하며, 더 나아가 불법과 탈법 행위를 묵과하지 않고 이들의 성 착취 업소 운영에 대하여 수사하고 처벌할 것은 요구한다. 아울러 여성에 대한 보호 조치를 포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경찰과 사법당국은 성매매 업소의 포주들이 가족 혹은 친인척끼리 공모하거나 바지사장 등을 내세워 단속과 처벌, 몰수 추징을 피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여 실운영자를 밝혀내고 강력히 처벌하라!

2. 성매매 불법 수익임을 알고도 포주와 건물주의 재산을 보존하겠다고 근저당을 한 친인척도 모두 공범이다! 경찰과 사법당국은 성매매 업주 등의 ‘친인척 근저당권 허위설정’ 등 범죄 수익 은닉 꼼수를 철저히 밝혀내고 추적하여, 공범들을 처벌하고 범죄 수익이 반드시 국가로 환수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

3. 부산시는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의 불법 행위를 묵과하지 말고 행정 조치를 통해 집결지를 폐쇄하라!

4. 성매매 집결지의 인권유린과 성 착취를 외면하지 말고 여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당장 시행하라!

2021년 5월 13일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총 76개 단체) 민중연대(12개 연대체), 부산여성단체연합((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부산여성회, (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 (사)부산여성의전화, 부산한부모가족센터),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가정폭력상담소 등 27개 단체),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부산경실련, 부산민언련 등 11개 단체), 부산참여연대, 부산학부모연대, 전교조 여성위원회, 부산문화예술계반성폭력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 사회복지연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사)경남여성회, (사)광주여성의전화, (사)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사)대구여성인권센터, (사)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사)수원여성인권돋움, 새움터,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사)대전여성인권티움, (사)인천인권희망강강술래, (사)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사)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사)제주여성인권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보다)

성명/보도자료

[성명서]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시대적 요청이다

[성명서]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시대적 요청이다
성매매집결지, 여성착취의 공간에서 여성인권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여성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

지난 4월 28일, 대를 이어 여성들을 성착취한 결과로 최소 128억원의 불법이익을 챙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업주 가족이 기사로 보도되었다. 이들은 1998년부터 23년간 부모, 3남매, 이들의 배우자 등 일가족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내 성매매업소 5곳을 영업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수원 시민들은 4월 20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 수원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원역 앞에서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완전 폐쇄”를 외치며 집중행동을 하고 수원시 여성정책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역주민들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 지역주민연대를 결성하고 “이제는 시민 모두가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관심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경찰, 행정, 시민사회, 주민들이 함께 나서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변화의 시작에는 오랫동안 성착취 당했던,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이를 고발해준 용감한 성매매피해여성들이 있었다. 이들은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가 아니라고” 수사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의자로 수사받던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경찰청의 문을 두드렸고 오늘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5월까지 자발적으로 폐쇄하겠다며 단속을 유예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성매매업소 업주들의 거짓말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을 때도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 자발적으로 업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자발적으로 폐쇄한 집결지는 전국에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성매매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해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시도하자 상담소가 집결지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지원사업을 방해했던 그들이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전국의 성매매집결지에서 문어발식 업소 운영으로 막대한 불법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 방지법의 실효성 있는 집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불법 행위를 엄단하고 불법 수익금을 기소전 몰수보전하여 착취 고리를 적극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집결지 폐쇄를 한발 앞당겼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상상을 초월한 불법 행위가 수원역 집결지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수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일가족이 대를 이어 업소를 운영하는 형태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지는 방식이다. 많은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업소 운영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대를 이어 업소를 물려받고, 형제, 자매, 일가 친척이 업소 운영에 뛰어들고, 집결지 내에서 미용실, 슈퍼, 일수, 병원 등을 운영하며 집결지 카르텔을 만든다. 2019년 화재가 발생했던 서울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도 8남매 중 5남매가 성매매업소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하면서 업소들을 운영하고, 여성들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이자 폭력이며, 성매매집결지는 그 착취가 집약된 표본이다. 성매매 집결지의 존재는 성매매 방지법을 무력화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해왔다. 무엇보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여성에 대한 착취를 근절하고 성매매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정부와 경찰, 그리고 모두가 지체없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힘을 모아야 한다. 나아가 전국에서 여전히 성업중인 성매매집결지도 하루 빨리 폐쇄되고 여성 착취의 공간이 여성인권의 공간으로, 여성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촉구한다.

2021. 4. 30.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명/보도자료

[카드뉴스] 2005년 3월 27일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를 추모하며

1. 2005년 3월 27일,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성 5명이 사망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불은 20분 만에 진압되었지만 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성매매집결지 “미아리”는 성행하고 있다.

2. 집결지 화재 참사는 화재의 크기에 비해 매번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집결지의 구조 때문이다. 불법 개조와 증축을 많이 한 탓에 1~2평 남짓한 업소의 방들이 합판으로 연결되어 있어 불이 금방 옮겨 붙는다. 창문은 매우 작거나 막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3. 2020년에도 미아리에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미아리는 여전히 화재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다. 집결지 안 골목은 성인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비좁고, 현관 알선업자(일명: 호객꾼)들이 쉬기 위해 만든 불법 구조물과 업소 외부에 설치된 CCTV 전선들이 뒤엉켜 있어 한번 불이 나면 큰 화재로 번지기 쉽다.

4. 더욱이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는 미아리 여성들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방역지침과 무관하게 알선업자들은 여성들을 매개로 속칭 “장사”(성착취 산업)를 하고 있고, 여성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는 성 구매 남성이 결정할 수 있다.

5. 2021년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우리는 미아리를 모른다.’라는 주제로 미아리에서 살고 지낸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할 예정이다. 재개발 형식의 폐쇄로 여성들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미아리를 기억하고자 한다.

6. 우리는 16년 전 미아리 화재 참사를 비롯하여 성착취 산업으로 목숨을 잃을 여성들을 추모하며, 이제는 그 누구도 삶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웃리치]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

“오늘도 미아리 집결지에 다녀왔습니다.”

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코로나-19”입니다. 보다 상담소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미아리 집결지를 방문하였으나 하반기에 코로나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잠시 활동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정부의 지침이 무색하게도 미아리 집결지 입구는 연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입구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환한 조명을 비추고 있습니다. 저 글에 숨겨진 뜻은 “24시간 성구매 가능 구역” 일텐데 말이죠.

2021년 보다는 코로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됨에 따라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미아리 아웃리치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아름 보따리에 소식지와 물품을 담고 시끌벅적한 수레를 끌며 미아리로 들어갑니다. 언니들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저희가 왔다는 일종의 수신호로 수레를 힘차게 밀어봅니다. 힘 빠지지 않게 천천히 지속적으로 활동할게요^^

현재 미아리 상황을 잠시 공유합니다.

2020년 8월 12일 서울특별시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2020년 12월 17일 상정‧의결되었습니다. 이로써 미아리 집결지 성매매피해자에 한 해 생계비, 주거이전비, 직업훈련지원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으나 성매매피해자 등에서 성매매피해자로 지원 대상자가 축소된 점, 아직 예산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조례는 시행되었다는 점 등 많은 에로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다 활동가들은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 보다 내일 더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명서]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책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책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8년 12월 22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연대체로서, 현재 100여개의 여성인권단체 및 법조인들로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2월 22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성매매여성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본 공대위는 화재사건의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피해자 지원대책 등을 촉구하며 성매매집결지의 참상과 인권유린의 실태를 낱낱이 알려내는 한편 안으로는 사망자의 장례와 생존자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본 사건을 맡은 강동경찰서는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을 철거가 진행 중인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이 더 많은 이주비를 받기위해 여성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가 벌어진 인재사고로 인지하지 않고 여타의 일반화재사고로 간주하며 빠르게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수차례 수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요구한 공대위에게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였지만 사건에 결정적 계기가 되는 증거품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등의 부실수사는 계속되었고, 담당수사관들이 바뀌는 등의 어수선한 분위기만 연출하였다.

결국 경찰수사에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본 공대위는 직접 사망자의 유류품을 분석하여 얻은 증거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실업주를 지목하여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수사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검·경은 결국 화재에 대해 책임은 모두 삭제한 채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관한법률 위반 혐의만으로 불법성매매알선업자인 피고인들을 송치하였다. 

그리고 2019년 7월 11일, 서울동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화재가 난 10호업소의 업주와 업소관계자 총 6인의 피고인들에 대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피고인 6명 전원이 이전에 동종범죄로 인해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본 공대위는 이와 같은 결과에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치 못하였다. 선고가 되는 순간 피고인들은 쾌재를 불렀으며, 구속상태였던 업주는 그 자리에서 석방되었다.

판결문에 적시된 감형사유는 공통되게 “같은 장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며,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동종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가 전부였다. 본 공대위는 재판이 진행중인 현재에도 피고인들이 장소를 옮겨 다른 성매매집결지에서 불법성매매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보를 듣고 있던 터라 이 판결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다. 그리고 2019년 11월 28일, 2심 재판부 또한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재판부의 선고를 유지하였다.  

이쯤 되면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산업자들을 처벌하고자하는 의지가 도대체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성매매 금지국가임을 인지하고 있는가?” 판결문에도 적시돼 있듯이 피고인 1명이 몇 년간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적발된 금액만 자그마치 20억이 넘는데, 이 판결은 그들에게 계속해서 성매매영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근 20년간 이 사회의 성매매방지와 성산업축소를 위해 현장에서 고궁분투하며 싸워온 본 공대위 소속 단체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이와 같은 판결 앞에서 참담함과 무력함을 느낀다.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수십년전에 지어져 노후화되고 영업이익만을 위해 불법개조한 성매매집결지 업소들은 난방장치로 인해 겨울철에 특히 취약하며 이전의 집결지 화재사고가 말해주듯이 한번 사고가나면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전국의 성매매집결지의 성산업자들은 올해도 그 열악한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인권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곤궁한 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온갖 거짓말로 꾀어내어 착취하며 자신들의 배만 불리다가 집결지에 마지막까지 남아 재개발의 이익도 한 몫 두둑이 챙기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성매매영업하기 좋은 나라임을 이번 재판부가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대위가 속한 반성매매 현장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다. 화재사건의 책임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물을 것이다. 화재가 난 업소의 업주와 건물주, 불법 공간을 수십년간 방조·묵인한 지자체와 국가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지금껏 해왔듯이 우리는 끝까지 싸우며 사법부와 국가가 이번에는 그 책임을 다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것이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길이며, 동료를 잃고 평생을 화재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생존자들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비롯해 여전히 성착취에 고통 받고 있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내는 최소한의 노력임을 알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28일천호동 성매매집결지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성명/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