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매매액션크랙] 7월 모임 참여자 소감

7월 2일 (금) 19:00 ~ 23:00 까지 총 열한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코로나 때문에 장사 안된다라는 말이 성매매 집결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매번 아웃리치때마다 느끼고 있다. 처음 아웃리치때도 전염병의 위협을 뚫고 성구매를 하러 온 수 많은 남성들을 봤는데, 이번 아웃리치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떤 포차는 새로 리모델링을 했는지 에어컨까지 달아놓고선, 보통 술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 체리까지 팔고 있었다. 10개가 넘는 포차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남성들이 없는 포차가 더 적었다. 본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온 우리들을 보기가 멋쩍은지, 괜히 옆에 있는 이모에게 장난을 치는 남자들이 어이없었다. 쪽팔린 줄은 아는걸까?

이번 아웃리치를 나오기 전 ‘성매매 문제를 대하는 나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을 갖는다는 건 책임과, 도덕과, 설명의 문제라는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전염병이 유행한다는데도, 에어컨까지 달아놓고 비싼 과일을 팔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집결지에서 여전히 빈곤과 싸우고 있는 언니들이 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더 책임감 있고, 더 도덕적이고, 더 유의미한 설명일 수 있는 건 적어도 지금의 성매매 문제가 해결돼야한다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아웃리치를 갈 때마다 많이 배우고 온다. 다음 아웃리치도 너무 기대된다! 어서 장마가 끝나고 더 자주가게 되면 좋겠다.

✏️

한 달 만에 보다를 찾게 되었다. 오늘은 하영 쌤의 논문을 기반으로 성착취와 성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다에서 활동한 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선생님의 생각들을 논문을 통해 읽어보니 상황들이 이해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논문을 쓰시면서 성노동에 관한 논의가 머리로는 될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 그리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다시 찾음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도 현장을 돌아다녀본 이후로는 절대 노동이라 말할 수 없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영쌤은 학문/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위함임을 말씀하시며, 입장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것임을 꼬집어 주셨다. 그리고 어떤 입장을 가지는 것에 대한 사람만의 관점이 다 다름을 상기시켜주셨다. 나는 작업을 하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인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스쳐갔다. 명확한 입장을 지닌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되뇌었다.

오늘의 아웃리치 물음은 작은 동물 파우치와 꽃무늬가 있는 머리끈이었다. 부피가 작아서인지 오늘따라 물량이 많지 않게 느껴 졌다. 날씨도 우중충했으며, 업소 내부를 탐방했던 후유증 때문인지, 오늘 따라 미아리가 더 오싹하게 느껴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입구 앞의 쓰레기들은 더욱 선명해졌다. 입구를 살짝 지나니 버려진 한복 상의를 볼 수 있었다. 이 한복은 어떻게 여기 까지 오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로 등에 의지하며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갔다. 어둠과 함께 한적한 길의 중반정도에 왔을 때 하소연 하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목소리는 아닌 것이 언니의 목소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목소리에 다다르니 삐쩍 마른 언니가 담배를 피면서 이모 옆에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노란색 후드와 바지를 착용하고 계셨으며 눈이 풀려 있었다. 너무너무 마른모습이셨다.

선생님은 이모님께 물품을 나눠드리며 자연스럽게 언니에게도 말을 거셨다.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고함을 치시며 고향?을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으시고 언니께 물품을 드리며, 주변에 필요한 언니들께도 드리라며 물건을 몇 개 더 챙겨드렸다. 키가 작은 이모님께선 작은 수레를 끌고 오셔서 물품 못 받은 집들이 많다 며 15개를 챙겨가셨다.

그렇게 골목을 빠져나와 소방도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제일 까다로운 이모님들께 향했다. 우리를 많이 견제하시고 항상 불만이 많은 듯 보이시는 이모님들이셨다. 특히 이런 물품은 쓰지도 않는다고 돈 낭비라고 하시는 이모도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물품에 대해 불만이 있으셨다. 뭐 좀 여쭤보겠다고 하시면서 물품들을 어디서 공급 받는거냐 하셔서, 저희가 다 구매하는 거라 선생님께서 말씀 드렸더니, 저번에 받은 물품에 불량품이 있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 그런 일이 있으셨냐고 하시며 어떤 물품이 그랬냐고 바꿔드리겠다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지금은 없다고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이 물건들을 싹 걷어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하셨다. 우위에 있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까 봤던 언니가 주위로 와선 “그런데 물어볼게 있는데요” 하고 말을 거셨다. 선생님께선 빠르게 언니께 향하셨고 둘은 이모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모께 향해 물품을 나눠드렸고, 이모는 이번 물품은 뭐냐고 여쭤보시면서 물품을 드렸더니 별로 달가워하진 않으 셨다. 하영쌤께서 어떤 물품이 좋으시냐 여쭤보니 영등포를 말씀하시며 거기는 작은 샴푸랑 린스를 나눠준다며 그런 것들이 훨씬 좋다고 하셨다. 이번에도 미아리에는 업소가 너무 많아 그런 물품은 못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에 물량이 정말로 적었는지, 업소를 다 돌지 못했는데도 물건이 떨어졌다. 다른 팀에 물품이 남아있는지 전화를 하며 수민쌤과 언니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함께 기다렸다.

나는 두 분이 편하게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여 다른 팀을 만나러가 있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하영쌤께선 수민쌤을 혼자두기엔 너무 위험하다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린 대화가 끝나길 함께 기다리며 그들 곁으로 천천히 이동하여 같이 이야기를 듣는 와중, 맨날 모기약을 달라고 하시는 이모님께서 정화위원회 남자 두 분을 데리고 와선 무슨 일이고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다.

쌤들께선 여성단체 보다에서 물품 나눠드리러 왔다고 했고, 물건이 다 떨어진 상태로 빈 가방을 보여드렸다. 그 때 언니가 선생님들과 함께 “왜그러시는데요” 이러면서 도발을 하셨고, 위원장은 당신한테 말을 거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언니를 아는 듯한 눈치였다. 선생님이 저희 이제 갈 거라고 하니 언니는 “내일 전화할게요~” 라고 말씀을 하셨고, 수민쌤은 “번호도 없는데 무슨 전화요 들어가세요” 하시면서 언니와 반대로 향했다. 언니는 길 끝에서 계속 서성이셨고, 나는 길을 떠나지 않는 언니가 걱정됬다. 선생님 말로는 해코지는 하지 않을거라 말씀하셨다.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 한 회사원처럼 보이는 안경을 쓴 성구매남이 업소에서 나오더니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나오자마자 삐끼 통 안에서 흡연을 하는 그의 모습이 역겨웠다.)

앞에서 말은 안했지만 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응하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현장에서 대처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 실제 언니들을 업소에 구하러 갈 때는 어떤 상황일지 상상을 하니 살이 찌릿찌릿했다. 전혀 떨려 보이지 않았던 수민 쌤도 무서웠다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휘청거리던 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언니를 해코지할까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골목을 보며 혹여나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활동소식

[반성매매 액션 크랙] 6월 모임 참여자 소감

6월 4일(금) 19:00~23:00까지 2021년 반성매매 액션 크랙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간인데도 총 10명이 참여해주셔 반성매매 활동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집결지를 낮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전날 밤 역으로 가는 길에 집결지를 지나쳐갈 때, 왠지 모를 무거운 마음에 숨도 못쉬고 후다닥 걸어갔는데 낮에 가면 좀 더 다른 공간으로 느껴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아리 집결지는 주변 주민들의 항의로 위를 전부 천막 천으로 가려놓은 상태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은 보이지 않았고,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빨간 천을 투과하자 집결지의 조명이 되었다. 정육점 조명과 같은 빨간 빛으로 가득한 집결지의 골목골목은 밤과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숨막히는 공간이었다.

밤에도 낮에도 만날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언니들의 존재는 빨랫줄에 걸려있는 작은 수건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몰라서 지나쳤던 작은 수건들. 업소에 방문한 남성들의 성기를 닦는 데에 쓰였을 그 수건들이 널려있는 걸 지나칠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나까이 이모들과 구매남성들만 있는게 역시 아니구나. 언니들이 정말 이 안에 있었구나. 정말로 이 공간이 그 지독한 밤을 지나쳐왔구나. 그런 생각들에 그 수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었다.

낮은 그래도 성구매 남성들은 없어서,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창문을 보라는 말에 열심히 위쪽을 보기도 하고, 옛 화려한 사창가의 흔적인 기와지붕들을 처음으로 발견하기도 했다. 운 좋게 들어간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업소는 불법개조로 내부가 엄청나게 넓어서, 센과 치히로의 유곽이 생각났다. 이 화려한 업소에서 얼마나 많은 언니들이 고통받고, 죽어나갔을까. 치히로와 달리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언니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밤보다 많은 것들을 듣고 본 활동이었고, 그만큼 슬픔과 분노를 느낀 시간이었다. 매 아웃리치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앞으로 정말 잘 풀어내고 싶다 ^.^

✏️

‘청소년 출입 금지’라고 적힌, 허울 뿐인 얇은 가림막을 헤치고 들어간 그 곳은 전혀 다른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좁은 골목에 이어지는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낙후된 건물들. 담배 연기와 모기향이 뒤섞인 쾌쾌한 냄새. 들어오는 순간 다신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하고 막막한 공간이었습니다. 몇 걸음만 나가면 지하철과 버스가 오가는 대로변인데 그 모든 세상의 흐름이 차단된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철문에 붙어있는 도어락뿐이었습니다.

이제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집결지 속 포장마차에는 이미 남성들이 여럿 있었고, 가게를 둘러보듯 천천히 걸어다니거나 나까이 이모 옆에 앉아있는 성구매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보다 사람이 없다는 활동가님의 말에 내심 놀랐습니다. 거리 안 남성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똑똑히 봐 두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습니다. 활동가 님은 나까이 이모에게 물품을 건내며 가게 안 언니들이 몇 명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적으면 2명, 많으면 10명 정도. 검게 가려진 유리 뒤에 그 많은 언니들이 있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다른 단체를 통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바로 등 뒤에서 성매매 여성을 보고 “넌 얼마냐?”고 묻던, 그 남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최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찝찝합니다.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도 언젠가는 분명 폐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보기 싫다’고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 자립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집결지를 기억하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함을 이번 아웃리치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웃리치가 끝난 후, 버스에 올라 이 답답함과 분노, 슬픔, 우리 사회에 대한 부끄러움을 곱씹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습니다.

✏️

두 번째 아웃리치를 나가기 전, 아웃리치 즉 현장 방문 상담의 목적과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현장방문이란 성매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여성들에게 홍보물품으로 전달하면서 상담소 지원내용을 알리는 활동이다. 여성들을 만나길 희망하며 그들을 찾아 나선다는 행위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되새길 수 있었다. 같이 활동을 하는 언니는 아웃리치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점이 의미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전에 보았던 활동가 선생님의 인터뷰에서 반성매매 운동 단체가 여성들로 하여금 그만두고 싶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지, 그들로 하여금 강제로 일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여성들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공간의 특수성과 긴장감을 익히며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야함을 되새겼다. 현장에서는 많은 기운들이 있다. 공간, 사람, 물건들에게서 나오는 기운들,

타인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강조해주시면서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주셨다.

오늘은 2주전 아웃리치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 길 위에선 어둠과 이모님들만 느껴졌다. 익숙한, 처음 보는, 경계하는, 말을 거는, 물음에 답하는 수많은 이모님을 볼 수 있었다. 적대적이신 분들께서도 물품을 나눠드리니 경계를 푸셨고, 손님을 기다리며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 계셨다. 그들 또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다음 물품으로 모기약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이모님께서는 경계 없이 우리가 가지 않았음에도 문을 열어 내부에 물품을 건네주었다. 문 틈 사이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언니가 보였다. 이모는 우리를 따라오시며 이전에 받았던 샤워밴드는 언니들이 사용하지 않아 다 버렸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다음에 모기약을 가져다 드리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지만, 좋은 물품들은 언니들에게 가지도 못한 체 이모님들의 손에서 끊길 수도 있단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들이 누구인지 되새기게 되었다. 길음역에 살고 있는 나는 보다에서 함께 활동을 하며 그들에게 얼굴이 알려졌을 것이다. 길목을 지나다닐 때 나는 그들과 어떤 관계를 취해야할까,

✏️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낯선 나의 시선이 호기심으로 비춰질까 의식해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이 열려도 보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서있는 어두운 바깥에서 아주 잠깐 빛이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 문이 열렸고 방 안은 환하며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 ‘현장 방문을 위한 자세’에 ‘오늘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가 쓰여있었다. 나는 그저 내가 그들에게 안전한 사람으로 보였으면 했다.

아침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했다. 평소라면 날씨를 체크하고 무엇이 활동하기에 편할까를 생각하며 고르지만, 한 번도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에 오늘은 이런저런 사람들과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치마를 입고 가면 성매수자들이 나를 만지고 가진 않을까?

내가 입을 옷이 특이한가?

내가 특이한 옷을 입어서 나까이 이모님들께 눈에 띄면 어떡하지?

어두워서 내가 어떻게 입든 안 보이지 않을까?

그 공간에게 나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대상으로 비칠까?

내가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는 과정은 과거에 문제의 원인을 항상 나에게서 찾던 때가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피로감이 몰려왔고 고민하지 않고 입기로 했다.

금요일이고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기에 성매수자들이 많이 몰리겠다 싶었다. 좁은 골목은 바글바글할 테고 난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내 옷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거리는 정적이 가득했고 그 정적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큰 길가로 나오니 궁전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그 아래에는 내 또래의 여성들과 내 또래의 남성들, 센터 선생님들과 우리, 기웃거리는 성매수자, 천막 아래에 앉아 있는 나까이 이모가 있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갔고 누군가는 천천히 둘러보았고 누군가는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언니들만은 그 길가에서 볼 수 없었다.

활동소식

[반성매매 액션 크랙] 5월 모임

5월 21일(금) 19:00~23:00 까지 2021년 반성매매 액션 크랙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총 10명이 참여해주셨고 반성매매 활동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지하철 길음역 10번 출구 바로 옆 미아리 집결지가 있었다. 내가 센터로 향하기 위해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걸었던 길, 성매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냥저냥 다니는 길, 그 바로 옆에 미아리 집결지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이 없는 듯 다녔지만 누군가에겐 그곳은 목적 자체였다. 나도 오늘은 그곳에 목적을 두고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와는 다른 목적인 남성들 23명을 그곳에서 마주쳤다.

삐끼 이모들은 우리가 상담소에서 왔다고 하면 존댓말을 하며 받아줬다. 이모들이 업소 안 언니들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나와는 다르게 대한다는 걸 안다. 나와 언니들은 무엇이 다른가. 그곳에 있던 23명의 남성들은 우리가 누구든 반말로 대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얘기를 그냥 입으로 뱉었다. 여성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 와서 여성들의 몸을 돈으로 구하려 하는지 그것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언니들과 별다르지 않아 보였다. 나는 언니들과 무엇이 같은가.

무거울 정도로 많던 물품은 걸은지 2-30분 만에 사라졌다. 우리는 못 보는, 못 만나는 그 언니들이 검은 창 안에, 철판 안에, 그만큼 많다는 걸 느꼈다.

✏️

몇 년 만에 집결지 아웃리치를 다녀오는 길이다. 작년부터 다시 하게 된 크랙에서 올해에는 미아리 텍사스촌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데, 그 첫 활동이었다.

오랜만에 간 집결지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엄청나게 성황리에 운영이 되고 있었다. 가져간 물품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돼 부족했고, 물품을 나눠주는 동안 지나친 마담 이모들과 성구매자 남성들도 숫자를 세다 까먹을 만큼 많았다.

아웃리치를 나가기 전에는 간략한 발제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때 나눈 이야기들이 아웃리치를 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가는 골목마다 성매매 업소 전단지가 뿌려져있는, 초등학교 옆 맥양집과, 큰 도로변의 키스방과,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이 붙어 있는 지하철역이 있는 공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오늘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실 왜 내 마지막 여성주의 활동의 종착점이 반성매매였는지 나 스스로도 제대로 몰랐는데, 새삼 깨달았다.

처음 맥양집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을 때, 내 일상이 성매매 산업과 생각보다도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가 내가 숨 쉬는 공간을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하게 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가 집 근처의 맥양집을 지나칠 때마다 그 공간과 내가 분리돼있지 않다고 느꼈고, 내 집 주변의 골목들이 궁금하고, 이 공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구나. 그런 이유들로 반성매매 운동이 내 마지막 관심의 종착점이 된 거구나, 싶었다.

얼굴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성매매 업소의 언니들에게 우리가 준 물품이 제대로 전달됐기를 바라며, 앞으로 남은 일 년 동안의 활동도 매우 기대된다!

✏️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하나의 인간이 아닌 소비재로 착취하고 통념의 재생산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를 걷게 되었다.

과거 전주 선미촌에서 느꼈던 충격 이상을 느끼게 된 시간들과 공간이었다. 집결지에서 흔히 보이는 붉은 등이 비추는 업소가 아닌 그 새어 나오는 붉은 등마저 어둠으로 가려진 미아리 집결지 골목은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나까이 이모들의 담배 태우는 소리와 구매자들이 걸어 다니는 저벅저벅 소리, 우리들이 현장 방문을 위해 걷는 소리뿐이었던 것 같다.

다니면서 본 20대로 보이는 5명의 남성들이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모습과 나까이 이모들에게 이끌려 업소로 가고 있는 중년의 구매자 남성들, 골목 곳곳에 붙어있는 다양한 전단지와 가격표들이 눈에 띄었다.

집결지를 나오자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아이들이 부모와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같은 공간을 살고 있지만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얼마나 우리와 성매매가 가까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우리가 보이지만 안 보는 것뿐이지 않나 싶다.

집에 가며 여전히 전단지와 맥양집이 즐비한 거리를 걷는다. 집결지만이 한정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아닌 모든 곳에서 동시적인 겹쳐 보이는 것 같다.

구매자와 같은 위치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기에 끊임없이 균열을 발생시키고 배울 수 있길 바라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가 된다.

✏️

언제나 혼자 거닐던 골목을 ‘아웃리치’라는 명분으로 활동가님들과 모여 함께 걸을 수 있었다.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길 위에 있었는데 이모님께서는 오늘이 금요일 밤이고 10시 이후에는 음식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포장마차로 모인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활동가분들과 안면이 있어서인지 물품을 나눠드릴 때 우리를 불편해하시거나 쫓아내시는 분들은 없었다. 내부에는 대략 5명 정도의 언니들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이모님과 주방 이모님 물품과 함께 한 이모당 대략 7개의 물품을 드렸다.

이모님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남성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무리 지어오는 20-30대로 보이는 남성들, 돈을 뽑는 남성, 말을 거는 50대 남성,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는 남성들, 우리를 경계하듯 어슬렁거리는 남성들 수많은 남성들이 그곳에 있었으며 나는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하지만 단체로 아웃리치를 위해 이곳에 방문한 이상 단독으로 행동은 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행동은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수많은 남성들 속에서 언니들은 볼 수 없었다. 그저 남성과 이모님들뿐이었다. 아웃리치가 끝난 후에도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다음 아웃리치 때는 이모님들께 더 집중을 해야겠다 다짐해본다.

활동소식

[카드뉴스] 2021년 3월 보다 상담소 아웃리치 활동

2021년 3월 보다 상담소 아웃리치 활동

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코로나-19”입니다. 보다 상담소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미아리 집결지를 방문하였으나 하반기에 코로나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잠시 활동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정부의 지침이 무색하게도 미아리 집결지 입구는 연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입구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환한 조명을 비추고 있습니다. 저 글에 숨겨진 뜻은 “24시간 성구매 가능 구역” 일텐데 말이죠.

2021년 보다는 코로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됨에 따라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미아리 아웃리치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아름 보따리에 소식지와 물품을 담고 시끌벅적한 수레를 끌며 미아리로 들어갑니다. 언니들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저희가 왔다는 일종의 수신호로 수레를 힘차게 밀어봅니다. 힘 빠지지 않게 천천히 지속적으로 활동할게요^^

[아웃리치]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

“오늘도 미아리 집결지에 다녀왔습니다.”

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코로나-19”입니다. 보다 상담소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미아리 집결지를 방문하였으나 하반기에 코로나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잠시 활동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정부의 지침이 무색하게도 미아리 집결지 입구는 연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입구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환한 조명을 비추고 있습니다. 저 글에 숨겨진 뜻은 “24시간 성구매 가능 구역” 일텐데 말이죠.

2021년 보다는 코로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됨에 따라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미아리 아웃리치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아름 보따리에 소식지와 물품을 담고 시끌벅적한 수레를 끌며 미아리로 들어갑니다. 언니들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저희가 왔다는 일종의 수신호로 수레를 힘차게 밀어봅니다. 힘 빠지지 않게 천천히 지속적으로 활동할게요^^

현재 미아리 상황을 잠시 공유합니다.

2020년 8월 12일 서울특별시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2020년 12월 17일 상정‧의결되었습니다. 이로써 미아리 집결지 성매매피해자에 한 해 생계비, 주거이전비, 직업훈련지원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으나 성매매피해자 등에서 성매매피해자로 지원 대상자가 축소된 점, 아직 예산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조례는 시행되었다는 점 등 많은 에로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다 활동가들은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 보다 내일 더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