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인터뷰] 사단법인 수원여성인권돋음 편

[편집자 주] 올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격월로 전국연대 활동가와 후원회원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자리에서 반성매매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며 반성매매 운동의 방향을 찾고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 유영

인터뷰이 : 사단법인 수원여성인권돋음

Q : 바쁜 와중에 흔쾌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원여성의전화에서 독립해 4월 수원여성인권돋음이 설립됐다고 들었습니다. 독립, 말로 들으면 간단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 수원여성인권돋음을 설립하는데 손을 잡아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20년 10월부터 발기인모집 등 반성매매/성착취 활동을 위한 터전 안착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이러한 힘든 과정을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지원에 있어 통합성, 전문성을 더 확보하여 성매매/성착취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터전도 만들었으니 성평등을 향해 고고씽!

Q :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일하며 느끼는 소감들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A : 조금 자랑해보면, 4층 건물의 전층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1층은 공동작업장과 모모카페 2층 사무실 3층 교육실과 프로그램실 4층 옥상 (야외프로그램 가능) 하하하. 매달 감당해야 할 임대료와 관리비가 만만치 않지만……. 보다 나은 환경에서 18명 모든 활동가가 함께 활동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서로 성장하고 격려하고 보듬고 이끌어 주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Q : ‘수십 년 수원역 집결지에서 영업하며 128억 원 챙긴 일가족’에 대한 뉴스로 한동안 시끌시끌 했었죠. 대대적인 보도 이후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이 사건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A : 현재 사건이 진행 중으로 자세한 내용을 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처음 고소장을 제출했던 2020년 10월에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수사기관이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했다면 보도 내용이 많이 달라졌으리라는 겁니다.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2021년 4월에는 이미 집결지 뒷장(뒷골목) 업소 일부가 철거 작업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들 남매의 주 업소가 뒷장 철거 지역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현재 일가족 사건은 법원에서 재판 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증거에 대하여 부정하고 있으며 증거 수집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째 며느리와 넷째 아들만 구속되었고, 토지주인 첫째 아들은 부부관계인 첫째 며느리가 구속되었기 때문이라는 검찰의 ‘로맨틱한 사유’로 구속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Q : 6월 1일에는 수원역 집결지가 전면 폐쇄됐다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이후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요?

https://news.v.daum.net/v/20210602112305493?fbclid=IwAR0mqxLx5pRCcjbbJdX758b7vONDUdUpTiS0ORSSG1qj2etm74WDE22dMMk

A : 수원역 집결지는 2017년 이전부터 집결지 폐쇄 작업이 더디지만 진행되어 왔습니다. 올해 2월부터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철거 작업을 시작하였고요. 철거와 맞물려 사실상 업주들은 영업 중단에 동의하는 업주와 반대하는 업주로 이분화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수원역 집결지 일가족 사건으로 인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 영업 시한을 경찰과 ‘흥정’하며 5월 31일까지 ‘자발적으로’ 폐쇄를 하겠다던 업주들은 현재 업소 운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6월 1일 이후, 동의하지 않는 업주들과 언니들, 인근 상인(다방, 화장품판매상 등)을 중심으로 수원시청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6월 15일에는 업주 1인이 한강에 투신 하면서 업주들은 요인을 ‘집결지 폐쇄로 인한 생활고’라며 여론 조성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업주들은 수원 인근 병원과 집결지 내 유리방(홀박스)에 빈소를 차려놓고 시위를 하였고 언니들은 유리방에 홀복을 입고 앉아 있는 방식으로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들이 요구했던 내용은 이주비(혹은 보상비)를 일시지급하라는 것입니다. 업주와 인근 상인,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업주 중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업소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언니들을 2인씩 조를 짜 2-3시간 거리를 매주 오가며 집회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현재는 수원시에서 불법영업에 대한 보상 계획이 없음을 명확하게 밝혔고, 언니들은 자활지원조례 사업을 신청하시도록 전달하면서 집회가 유야무야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집결지 공간에 대한 최근 소식으로는 소방도로 구역은 속속들이 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용도를 변경하여 부동산, 포장마차 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 언론에서 활동을 조명해주어 뿌듯한 한편 쏟아지는 기사들 중에 자극적으로 보도하거나 일부 왜곡해서 보도하는 기사들이 있어 곤란하셨을 것 같습니다. 기사를 통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내용 중에서 이것만큼은 꼭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알리고 싶다! 하는 내용이 있을까요?

A : 수원역 집결지는 폐쇄되지 않았습니다. 해체되지도 않았습니다. 일부 공간은 철거되고는 있으나 내부에서는 아직 20명 남짓의 언니들이 살고 있고, 인근 모텔로 거처를 옮겨 여관바리나 조건만남을 하고 있는 언니들도 있습니다. 업주들은 그런 언니의 상황을 이용하여 집회를 참여하게 하고,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아보게 하는 등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착취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되었던 것은 ‘자발적인’, ‘폐쇄’ 두 단어의 사용입니다. 수원역 집결지는 ‘전면 폐쇄’ 보다는 ‘잠정 중단’에 더 가깝습니다.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시화되자 업주들은 경찰과 영업 시한을 흥정하면서 미뤄왔고 영업 기한을 최대로 늘리기 위하여 5월 31일까지 단속 유예를 조건으로 하는 ‘자발적인 폐쇄’를 카드로 내세웠을 뿐입니다.

아직도 집결지 내부에서는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매수남들은 언니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여 ‘안쪽에는 다 몰래 영업한다더라.’, ‘밖에서 따로 만나자’며 끈질기게 성매수를 위해 언니들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언니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번호로 전화를 20통 이상 걸면서 ‘자발적이고’ ‘집요하게도’ 연락을 하고 있어 언니들이 번호를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한 트라우마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 실태조사를 할 때면 성구매자들은 활동가들에게 어디로 가야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지 묻는 등 끊임없이 성매매를 시도하였습니다.

Q : 6월 28일 전국연대 사무국에서 수원여성인권돋음으로 방문 갔을 때 해주셨던 설명 중에 “업주들은 5월 31일에 집결지가 전면 폐쇄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루라도 더 언니들 일 시켜서 돈 벌려고 언니들한테는 알리지 않았다.”라는 설명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언니들을 못살게 구는 게 여성단체인 양 이간질 하지만, 사실은 이 지경까지 오도록 상황을 만든 건 업주들이라는 생각에요. 어떻게 해야 성매매 여성을 못살게 괴롭히는 여성단체들 이 프레임을 깨고 업주의 방해를 넘어 언니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수원여성인권 돋음’ 방문기 보기 -> https://jkyd2004.org/%EB%AC%B8%ED%99%94%EC%9D%98-%EB%82%A0-%EC%88%98%EC%9B%90%EC%97%AC%EC%84%B1%EC%9D%B8%EA%B6%8C-%EB%8F%8B%EC%9D%8C-%EB%B0%A9%EB%AC%B8%EA%B8%B0/)

A : 업주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경찰과 업소 운영 일정을 ‘조율’했기 때문에 모두 알고 있었지만, 언니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면 시청이고 경찰이고 다 들으니 우리 말만 들으면 된다’는 말로 회유했습니다. 그리고 영업 종료 직전에야 영업 종료 사실을 알리면서 길어봐야 며칠 이내로 언니들에게 빚을 까고 나가라며 문제의 책임은 ‘여성단체, 시청, 경찰이 짜고 벌인 일’로 돌렸습니다. 이러한 일은 폐쇄 직전인 5월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며 철거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유사한 내용의 일이 발생해왔습니다.

자활지원조례 상담을 시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집결지 내 소문은 그 근원은 알 수 없을 만큼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문마저 힘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 소문의 출처를 찾기보다는 소문에 대응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문이 효과적으로 깨지는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언니들의 입소문이었습니다. 상담소를 방문해주신 언니들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고 자신이 상담소에 다녀가신 사실을 오픈하면서 다른 언니들에게 ‘내가 갔다 왔는데 그거 아니래’라며 소문의 진위를 밝혀주셨을 때, 언니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부술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에서는 언니들의 소문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아웃리치나 소식지, 초기 상담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소문의 오류나 사실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언제 어디서든 연락이 가능하도록 상담소 번호를 홍보하는 것입니다. 수원의 경우 아웃리치를 나갈 때 마다 언니들한테 ‘혹시 모르니 상담소 번호는 일단 저장해두시라’며 언니 핸드폰에 몰래 번호를 찍어드리기도 하고, 반려동물 초상화 그리기 이벤트, 문자 퀴즈 이벤트 등을 시행하여 상담소 번호를 지속적으로 언니들 폰에 노출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오시는 분들이 번호가 기억이 안 났는데 언젠가 이벤트 참여한 기억이 나서 그 번호로 연락 주셨다거나. 아웃리치 담요에 적힌 번호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Q : 집결지 폐쇄 이후 수원역 집결지를 기록하기 위해 단체에서 준비하고 계신 활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A : 먼저 기록화 작업의 일환으로 언니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층 인터뷰는 그동안 성구매자의 시선, 혹은 사회적 시선에서만 조명되었던 언니들과 집결지의 이야기를 언니들의 언어로 되돌리는 작업으로, 느리지만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획 전시 <여기-잇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번 전시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했던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하여 마련되었습니다. 큐레이터 이현인, 조근하 2인 그리고 예술인 곽예인, 곽지수, 봄로야, 윤나리, 이충렬, 자청, 황예지 7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집결지 ‘공간’에서 발생한 성착취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인 폐쇄와 별개로 집결지 내 유기적 관계와 조명되지 않은 이야기는 계속 발굴해야 하고 또 조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기획전시 <여기-잇다>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A : 저희 활동가들이 고군분투하면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지해주셨던 언니들과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활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상담소 지원만 해보았던 저는 여러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멈칫의 순간마다 저에게 응원과 조언을 해주셨던 언니들이 계셨고 덕분에 하나씩 부딪히고 해결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가고 있는, 수원여성인권돋음 선후배 활동가들과 무엇보다도 저에게 묵묵하게 힘을 주었던 우리 짝꿍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여러뷴.. 할룽, 우리 오늘도 또 힘내BoA요~♥

회원단체

[문화의 날] ‘수원여성인권 돋음’ 방문기

‘수원여성인권 돋음’ 방문기

활동가들은 지난 6월 28일, 이제 막 개소한 수원의 반성매매 단체인 ‘수원여성인권 돋음’을 방문했습니다. ‘수원여성인권 돋음’은 수원여성의전화 부설기관이었던 성매매피해상담소와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자활지원센터가 합쳐진 단체입니다. 활동가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단체 내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3층짜리 넓은 건물을 하나하나 새롭게 바꾸신 데에서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보였습니다.

이후 ‘돋음’ 활동가 선생님과 함께 폐쇄된 수원역 집결지를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수원역 집결지는 일제강점기 유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 년 간 지속되어 온 여성인권 착취의 공간입니다. 수원역 집결지 폐쇄는 2019년부터 수원시가 집결지 내 소방도로 개설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지자체와 여성·시민단체, 인근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수원역 집결지는 2021년 6월,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수원역 집결지에는 지역 내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성을 매수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집결지 내부에는 베트남어, 중국어로 된 가게들이 꽤 있었습니다. 업소 유리창에 붙어있는 집결지 폐쇄 안내문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한국어 총 4개 언어로 쓰여져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인데,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싶었는데, 수원 활동가 선생님께서 공단 사장이 알려주는 일도 많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듣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수원역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이곳을 여성인권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기 위한 활동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미아리 집결지 폐쇄를 준비하고 있는 [보다]에도 중요한 지점인 만큼 함께 배우고 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