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인터뷰] 활동가 여성인권티움 반달님편

[편집자 주] 올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격월로 전국연대 활동가와 후원회원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자리에서 반성매매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며 반성매매 운동의 방향을 찾고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 유영

인터뷰이 : 여성인권티움 소속, 대전역성매매집결지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반달

Q. 흔쾌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읽는 분들에게 선생님을 소개한다면 무엇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소개해 주시는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반달샘 : 저는 여성인권티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활동가 반달입니다.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Q : 대전역 집결지 폐쇄를 위해 대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6월 23일에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 주관 <대전역 집결지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대전시의 집결지 폐쇄 대안 수립 및 실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요. 이 연대체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조직 과정 등을 들을 수 있을까요?

반달샘 :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마을활동가 단체, 노숙인 단체, 여성주의 동아리, 정당 등 대전의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 대전시민연대 참여중인 단체 :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 대전여성단체연합 /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마을활동가포럼 / 양심과인권-나무 / 벧엘의집 / 충남대학교 여성주의 실천동아리 BIGWAVE / 대전녹색당 / 진보당 대전시당/정의당 대전시당)

반달샘 : 최근 몇 년 대전역 부근의 도시재생을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부터 100년이 넘도록 여성 착취적 공간으로 방치되어온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실태 파악과 진단, 대안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시민연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단체에서 이에 공감하고 연대 의사를 밝혀주셔서 성공적으로 연대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연대체가 만들어지고 집결지 폐쇄를 준비하고 실행해온 과정의 경험들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해왔나요?

반달샘 : 대전시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단계적 대안을 마련할 것’, ‘시장 직속의 대전역 집결지 도시재생 거버넌스 TF팀을 구성하고 상시체계로 운영할 것’, ‘대전시와 협력하여 감시와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할 것’, ‘성 인권 관점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을 요구하며 5월 13일 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언론 인터뷰, 대전시 관련 부서 면담 등을 진행하며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으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전시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고 1,842개의 답변을 받아 그에 대한 발표 및 두 번째 기자회견을 끝낸 상황으로 대전역 집결지 폐쇄에 대해 방향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회견문 보기 https://han.gl/FQpLb

Q : 대전역 집결지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영업 중인 업소나 여성들이 얼마나 남아있을 거라고 가늠하고 계시나요?

반달샘 : 대전역 집결지에 등록된 숙박업소는 72개로 비등록 업소까지 더하면 약 110개 정도의 업소가 영업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최소 100명에서 150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과 도시재생 과정에서 지역을 옮기는 여성들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인원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Q : 시민연대에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전시민 인식조사를 실시했다고 하셨는데요. 집결지 폐쇄에 대해 대전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반달샘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인식조사에 참여해 주신 대전시민의 88%가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혹은 ‘심각하다’고 답해주셨습니다. 또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93%나 됩니다. 대전시민들의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대한 공감과 동의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 집결지 폐쇄, 너무너무 중요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지만 여성들을 지원하는 현장의 마음은 또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아리 집결지의 경우 주워듣기로는 여성들이 업소로 출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숙식까지 하고 계셔서 당장 폐쇄를 얘기하기에는 여러 부대낌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전역 집결지 폐쇄 활동을 하며 집결지의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작업 중인 집결지 조례나 지자체와 얘기하고 있는 사업 등이 있을까요? 공유해 주시면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반달샘 : 현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오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작년에는 중앙동 집결지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 됐습니다. 여성들과의 소통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지역 선례를 조사해서 자활지원조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전시에는 성인지정책담당관실이라는 부서가 있어 여성지원과 관련한 소통과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21년 하반기 조례 제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타 시도 사례를 취합, 정리해서 대전시에 넘겼구요. 내용은 대표적으로 생계지원, 주거지원, 직업훈련지원 등이 있습니다.

Q : 앞으로 대전역 집결지 폐쇄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반달샘 : 시민연대에서는 앞으로 집결지 폐쇄 논의를 담은 정책토론회와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집결지 걷기 캠페인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티움에서는 이 활동과 관련되어 ‘중앙동 집결지 아카이빙’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을 혐오적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여성 인권의 역사로 재인식할 수 있도록 상설 전시 공간, 자료집 발간 등을 목표로 다양한 논의들을 해나가고 있고 그 공간에서 살아오던 주민, 성매매 여성, 빈민운동가, 상인 등의 인터뷰를 담아 이야기로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아카이빙 사업과 더불어 현실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성을 착취해오던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를 여성 인권적 가치가 담긴, 시민 주도적 공간으로 바꾸지 않으면 결국에는 또다시 성구매자 · 성매매 알선자의 공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를 위해 대전시의 책임감 있는 선언과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Q : 상근 6개월밖에 안 된 저는 집결지 얘기만 들으면 속이 깝깝해져 오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요? 혹시 저처럼 갑갑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이 마음속 엉킴을 어떻게 풀고 계신지요?

반달샘 : 집결지 아카이빙 사업을 심사 받을 때 면접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좋지도 않은 역사를 왜 굳이 들춰내려고 하느냐. 내버려 두면 사라질 텐데.” 어떻게 보면 흔한(?) 반응이기도 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 생각해 보니 결국에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내려지더라고요. 묵인되고 방치되어 온, 변두리의 변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하던 성착취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면하지 않을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결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고, 내 싸움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이건 제 개인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늘 일을 하며 순간순간 이 일의 당위성을 찾을 때 조금은 마음속의 복잡함이 해소되는 것 같아요.

Q : 어떻게 하면 저희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라는 네트워크로 함께 운동하며 힘 받을 수 있을까요?

반달샘 : 제가 2019년에 페미시국집회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요. 집회 시작 전까지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딱 전국연대 활동가들 얼굴과 수많은 깃발을 보는 순간 그 긴장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지금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시기에 활동해나가고 있잖아요. 점처럼 흩어져서 내 동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활동은 잘 해나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그 가운데 우리를 선으로 이어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전국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존재만 느껴도 서로에게 큰 응원이 되는 게 우리 활동가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지점을 잘 이어주신다면 충분히 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반달샘 : 너무 바쁜 와중에 답변을 드려서 제가 답변을 잘 드렸는지 모르겠네요. 대전의 집결지 문제 해결에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성매매 운동 한가운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활동가분들 남은 2021년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만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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