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매매액션크랙] 7월 모임 참여자 소감

7월 2일 (금) 19:00 ~ 23:00 까지 총 열한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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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장사 안된다라는 말이 성매매 집결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매번 아웃리치때마다 느끼고 있다. 처음 아웃리치때도 전염병의 위협을 뚫고 성구매를 하러 온 수 많은 남성들을 봤는데, 이번 아웃리치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떤 포차는 새로 리모델링을 했는지 에어컨까지 달아놓고선, 보통 술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 체리까지 팔고 있었다. 10개가 넘는 포차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남성들이 없는 포차가 더 적었다. 본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온 우리들을 보기가 멋쩍은지, 괜히 옆에 있는 이모에게 장난을 치는 남자들이 어이없었다. 쪽팔린 줄은 아는걸까?

이번 아웃리치를 나오기 전 ‘성매매 문제를 대하는 나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을 갖는다는 건 책임과, 도덕과, 설명의 문제라는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전염병이 유행한다는데도, 에어컨까지 달아놓고 비싼 과일을 팔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집결지에서 여전히 빈곤과 싸우고 있는 언니들이 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더 책임감 있고, 더 도덕적이고, 더 유의미한 설명일 수 있는 건 적어도 지금의 성매매 문제가 해결돼야한다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아웃리치를 갈 때마다 많이 배우고 온다. 다음 아웃리치도 너무 기대된다! 어서 장마가 끝나고 더 자주가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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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보다를 찾게 되었다. 오늘은 하영 쌤의 논문을 기반으로 성착취와 성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다에서 활동한 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선생님의 생각들을 논문을 통해 읽어보니 상황들이 이해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논문을 쓰시면서 성노동에 관한 논의가 머리로는 될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 그리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다시 찾음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도 현장을 돌아다녀본 이후로는 절대 노동이라 말할 수 없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영쌤은 학문/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위함임을 말씀하시며, 입장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것임을 꼬집어 주셨다. 그리고 어떤 입장을 가지는 것에 대한 사람만의 관점이 다 다름을 상기시켜주셨다. 나는 작업을 하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인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스쳐갔다. 명확한 입장을 지닌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되뇌었다.

오늘의 아웃리치 물음은 작은 동물 파우치와 꽃무늬가 있는 머리끈이었다. 부피가 작아서인지 오늘따라 물량이 많지 않게 느껴 졌다. 날씨도 우중충했으며, 업소 내부를 탐방했던 후유증 때문인지, 오늘 따라 미아리가 더 오싹하게 느껴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입구 앞의 쓰레기들은 더욱 선명해졌다. 입구를 살짝 지나니 버려진 한복 상의를 볼 수 있었다. 이 한복은 어떻게 여기 까지 오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로 등에 의지하며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갔다. 어둠과 함께 한적한 길의 중반정도에 왔을 때 하소연 하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목소리는 아닌 것이 언니의 목소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목소리에 다다르니 삐쩍 마른 언니가 담배를 피면서 이모 옆에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노란색 후드와 바지를 착용하고 계셨으며 눈이 풀려 있었다. 너무너무 마른모습이셨다.

선생님은 이모님께 물품을 나눠드리며 자연스럽게 언니에게도 말을 거셨다.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고함을 치시며 고향?을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으시고 언니께 물품을 드리며, 주변에 필요한 언니들께도 드리라며 물건을 몇 개 더 챙겨드렸다. 키가 작은 이모님께선 작은 수레를 끌고 오셔서 물품 못 받은 집들이 많다 며 15개를 챙겨가셨다.

그렇게 골목을 빠져나와 소방도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제일 까다로운 이모님들께 향했다. 우리를 많이 견제하시고 항상 불만이 많은 듯 보이시는 이모님들이셨다. 특히 이런 물품은 쓰지도 않는다고 돈 낭비라고 하시는 이모도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물품에 대해 불만이 있으셨다. 뭐 좀 여쭤보겠다고 하시면서 물품들을 어디서 공급 받는거냐 하셔서, 저희가 다 구매하는 거라 선생님께서 말씀 드렸더니, 저번에 받은 물품에 불량품이 있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 그런 일이 있으셨냐고 하시며 어떤 물품이 그랬냐고 바꿔드리겠다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지금은 없다고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이 물건들을 싹 걷어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하셨다. 우위에 있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아까 봤던 언니가 주위로 와선 “그런데 물어볼게 있는데요” 하고 말을 거셨다. 선생님께선 빠르게 언니께 향하셨고 둘은 이모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모께 향해 물품을 나눠드렸고, 이모는 이번 물품은 뭐냐고 여쭤보시면서 물품을 드렸더니 별로 달가워하진 않으 셨다. 하영쌤께서 어떤 물품이 좋으시냐 여쭤보니 영등포를 말씀하시며 거기는 작은 샴푸랑 린스를 나눠준다며 그런 것들이 훨씬 좋다고 하셨다. 이번에도 미아리에는 업소가 너무 많아 그런 물품은 못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에 물량이 정말로 적었는지, 업소를 다 돌지 못했는데도 물건이 떨어졌다. 다른 팀에 물품이 남아있는지 전화를 하며 수민쌤과 언니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함께 기다렸다.

나는 두 분이 편하게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여 다른 팀을 만나러가 있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하영쌤께선 수민쌤을 혼자두기엔 너무 위험하다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린 대화가 끝나길 함께 기다리며 그들 곁으로 천천히 이동하여 같이 이야기를 듣는 와중, 맨날 모기약을 달라고 하시는 이모님께서 정화위원회 남자 두 분을 데리고 와선 무슨 일이고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다.

쌤들께선 여성단체 보다에서 물품 나눠드리러 왔다고 했고, 물건이 다 떨어진 상태로 빈 가방을 보여드렸다. 그 때 언니가 선생님들과 함께 “왜그러시는데요” 이러면서 도발을 하셨고, 위원장은 당신한테 말을 거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언니를 아는 듯한 눈치였다. 선생님이 저희 이제 갈 거라고 하니 언니는 “내일 전화할게요~” 라고 말씀을 하셨고, 수민쌤은 “번호도 없는데 무슨 전화요 들어가세요” 하시면서 언니와 반대로 향했다. 언니는 길 끝에서 계속 서성이셨고, 나는 길을 떠나지 않는 언니가 걱정됬다. 선생님 말로는 해코지는 하지 않을거라 말씀하셨다.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 한 회사원처럼 보이는 안경을 쓴 성구매남이 업소에서 나오더니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나오자마자 삐끼 통 안에서 흡연을 하는 그의 모습이 역겨웠다.)

앞에서 말은 안했지만 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응하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현장에서 대처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 실제 언니들을 업소에 구하러 갈 때는 어떤 상황일지 상상을 하니 살이 찌릿찌릿했다. 전혀 떨려 보이지 않았던 수민 쌤도 무서웠다고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휘청거리던 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언니를 해코지할까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골목을 보며 혹여나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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