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매매 액션 크랙] 6월 모임 참여자 소감

6월 4일(금) 19:00~23:00까지 2021년 반성매매 액션 크랙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간인데도 총 10명이 참여해주셔 반성매매 활동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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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지를 낮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전날 밤 역으로 가는 길에 집결지를 지나쳐갈 때, 왠지 모를 무거운 마음에 숨도 못쉬고 후다닥 걸어갔는데 낮에 가면 좀 더 다른 공간으로 느껴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아리 집결지는 주변 주민들의 항의로 위를 전부 천막 천으로 가려놓은 상태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은 보이지 않았고,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빨간 천을 투과하자 집결지의 조명이 되었다. 정육점 조명과 같은 빨간 빛으로 가득한 집결지의 골목골목은 밤과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숨막히는 공간이었다.

밤에도 낮에도 만날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언니들의 존재는 빨랫줄에 걸려있는 작은 수건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몰라서 지나쳤던 작은 수건들. 업소에 방문한 남성들의 성기를 닦는 데에 쓰였을 그 수건들이 널려있는 걸 지나칠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나까이 이모들과 구매남성들만 있는게 역시 아니구나. 언니들이 정말 이 안에 있었구나. 정말로 이 공간이 그 지독한 밤을 지나쳐왔구나. 그런 생각들에 그 수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었다.

낮은 그래도 성구매 남성들은 없어서,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창문을 보라는 말에 열심히 위쪽을 보기도 하고, 옛 화려한 사창가의 흔적인 기와지붕들을 처음으로 발견하기도 했다. 운 좋게 들어간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업소는 불법개조로 내부가 엄청나게 넓어서, 센과 치히로의 유곽이 생각났다. 이 화려한 업소에서 얼마나 많은 언니들이 고통받고, 죽어나갔을까. 치히로와 달리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언니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밤보다 많은 것들을 듣고 본 활동이었고, 그만큼 슬픔과 분노를 느낀 시간이었다. 매 아웃리치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앞으로 정말 잘 풀어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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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출입 금지’라고 적힌, 허울 뿐인 얇은 가림막을 헤치고 들어간 그 곳은 전혀 다른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좁은 골목에 이어지는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낙후된 건물들. 담배 연기와 모기향이 뒤섞인 쾌쾌한 냄새. 들어오는 순간 다신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하고 막막한 공간이었습니다. 몇 걸음만 나가면 지하철과 버스가 오가는 대로변인데 그 모든 세상의 흐름이 차단된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철문에 붙어있는 도어락뿐이었습니다.

이제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집결지 속 포장마차에는 이미 남성들이 여럿 있었고, 가게를 둘러보듯 천천히 걸어다니거나 나까이 이모 옆에 앉아있는 성구매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보다 사람이 없다는 활동가님의 말에 내심 놀랐습니다. 거리 안 남성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똑똑히 봐 두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습니다. 활동가 님은 나까이 이모에게 물품을 건내며 가게 안 언니들이 몇 명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적으면 2명, 많으면 10명 정도. 검게 가려진 유리 뒤에 그 많은 언니들이 있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다른 단체를 통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아웃리치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바로 등 뒤에서 성매매 여성을 보고 “넌 얼마냐?”고 묻던, 그 남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최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찝찝합니다.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도 언젠가는 분명 폐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보기 싫다’고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 자립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집결지를 기억하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함을 이번 아웃리치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웃리치가 끝난 후, 버스에 올라 이 답답함과 분노, 슬픔, 우리 사회에 대한 부끄러움을 곱씹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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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웃리치를 나가기 전, 아웃리치 즉 현장 방문 상담의 목적과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현장방문이란 성매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여성들에게 홍보물품으로 전달하면서 상담소 지원내용을 알리는 활동이다. 여성들을 만나길 희망하며 그들을 찾아 나선다는 행위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되새길 수 있었다. 같이 활동을 하는 언니는 아웃리치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점이 의미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전에 보았던 활동가 선생님의 인터뷰에서 반성매매 운동 단체가 여성들로 하여금 그만두고 싶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지, 그들로 하여금 강제로 일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여성들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공간의 특수성과 긴장감을 익히며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야함을 되새겼다. 현장에서는 많은 기운들이 있다. 공간, 사람, 물건들에게서 나오는 기운들,

타인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강조해주시면서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주셨다.

오늘은 2주전 아웃리치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 길 위에선 어둠과 이모님들만 느껴졌다. 익숙한, 처음 보는, 경계하는, 말을 거는, 물음에 답하는 수많은 이모님을 볼 수 있었다. 적대적이신 분들께서도 물품을 나눠드리니 경계를 푸셨고, 손님을 기다리며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 계셨다. 그들 또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다음 물품으로 모기약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이모님께서는 경계 없이 우리가 가지 않았음에도 문을 열어 내부에 물품을 건네주었다. 문 틈 사이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언니가 보였다. 이모는 우리를 따라오시며 이전에 받았던 샤워밴드는 언니들이 사용하지 않아 다 버렸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다음에 모기약을 가져다 드리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지만, 좋은 물품들은 언니들에게 가지도 못한 체 이모님들의 손에서 끊길 수도 있단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들이 누구인지 되새기게 되었다. 길음역에 살고 있는 나는 보다에서 함께 활동을 하며 그들에게 얼굴이 알려졌을 것이다. 길목을 지나다닐 때 나는 그들과 어떤 관계를 취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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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낯선 나의 시선이 호기심으로 비춰질까 의식해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이 열려도 보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서있는 어두운 바깥에서 아주 잠깐 빛이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 문이 열렸고 방 안은 환하며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 ‘현장 방문을 위한 자세’에 ‘오늘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가 쓰여있었다. 나는 그저 내가 그들에게 안전한 사람으로 보였으면 했다.

아침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했다. 평소라면 날씨를 체크하고 무엇이 활동하기에 편할까를 생각하며 고르지만, 한 번도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에 오늘은 이런저런 사람들과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치마를 입고 가면 성매수자들이 나를 만지고 가진 않을까?

내가 입을 옷이 특이한가?

내가 특이한 옷을 입어서 나까이 이모님들께 눈에 띄면 어떡하지?

어두워서 내가 어떻게 입든 안 보이지 않을까?

그 공간에게 나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대상으로 비칠까?

내가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는 과정은 과거에 문제의 원인을 항상 나에게서 찾던 때가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피로감이 몰려왔고 고민하지 않고 입기로 했다.

금요일이고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기에 성매수자들이 많이 몰리겠다 싶었다. 좁은 골목은 바글바글할 테고 난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내 옷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거리는 정적이 가득했고 그 정적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큰 길가로 나오니 궁전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그 아래에는 내 또래의 여성들과 내 또래의 남성들, 센터 선생님들과 우리, 기웃거리는 성매수자, 천막 아래에 앉아 있는 나까이 이모가 있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갔고 누군가는 천천히 둘러보았고 누군가는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언니들만은 그 길가에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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