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발제문4.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방향]


지난 3월 26일 진행한 기자회견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의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4.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방향
이하영(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더욱 진화하는 성착취의 양상을 목도하며, 피해자를 지원하고 착취의 종식을 위해 활동해왔던 단체들과 이 문제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단체들은 지난 2020년 2월 14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공대위는 이번 사건이 텔레그램이라는 특정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착취를 통해 완성되는 지금까지의 남성문화를 계승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더불어 결코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2020년의 여성들 역시 더 이상 그 누구도 성착취의 피해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외쳤습니다.
이제 세상을 경악케 했던 ‘박사’가 검거되었습니다. ‘박사’의 신상공개를 원하는 국민청원이 200만명을 훌쩍 넘었고 정부와 국회 등 온 나라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앞다투어 나서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소라넷’이 1999년 개설되고 2016년 폐쇄되기까지 만18년이 걸렸습니다. 2019년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박사’가 검거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렸습니다. 100만 회원을 자랑했던 ‘소라넷’에서 처벌받은 사람은 운영자 단 1명뿐입니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강간을 모의하고 집단강간을 벌였던 남성 중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처벌받지 않은 ‘소라넷’의 후예들이 ‘박사들’이 되었고 텔레그램을 비롯한 무수한 플랫폼으로 퍼진 것입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듯이 2020년 현재와 제대로 단절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망적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 세대,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놀이 도구로만 취급하는 세대가 미래세대의 주역이 될 것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단호히 전진할 때입니다. ‘박사’를 포함한 성착취에 가담한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때입니다. 현행 법으로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에 근거하여 책임을 물어야 하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 없다면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상력을 확장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잡을 수 없다던 ‘박사’를 검거하였고 익명의 26만명을 공모자로 지목하였으며 성착취방을 조직범죄로 수사하겠다고 합니다. 국회는 앞다투어 텔레그램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합니다. 여가부에서도 성착취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런 의지표명과 첫걸음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착취는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거나 사소한 일도 아닙니다.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고 여성을 지배하고자 하는 여성 혐오적 욕망의 발현이며,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남성강간문화의 결과입니다. 더 이상 성착취, 그리고 남성강간문화를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가해자가 활개치고 피해자는 좌절하는 내일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피해자와 연대하며 공대위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전개해나가려 합니다.

첫째,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였습니다.

2013년부터 성폭력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조력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반의 성범죄 중에는 성폭력 범죄로 포섭되지 못하여 피해자가 성폭력피해자로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에 대한 이해 없이 ‘음란물’ 여부만 국가가 판단하고 최소한의 처분을 반복하는 모습은 안 됩니다. 최대한의 법적용, 가해자들의 어떤 반격에도 범죄의 핵심을 유지하는 것, 제대로 된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내기까지 공백없이 피해자를 조력하는 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법률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공대위는 텔레그램 등 성착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습니다.

전국의 성착취 피해자, 피해자 가족, 피해자 주변인 등은 전국의 성폭력상담소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경우 비밀상담으로 어려움을 나눠주십시오. 가해자들이 해왔던 모든 협박은 상담을 통해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고 그동안 들었던 비난과 모욕 또한 협박입니다. 피해자는 안전하게 빠져나오고 조력을 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안심하고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전국의 상담소는 모든 법적 단계에서 동행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법률・의료・심리적 지원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성착취 영상물을 삭제하는 지원체계와도 연결됩니다. 피해자와 피해자를 돕고 있는 사람들은 꼭 전국의 상담소를 통해 보다 적절하고 충분한 지원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셋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성착취에 강력 대응할 수 있는 법 제・개정 활동을 하겠습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성착취방과 유포협박, 성착취 영상물의 다운로드 및 매매를 멈추기 위해, 20대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원포인트 개원으로 성착취물의 소지(스트리밍 포함), 유포협박죄를 신설하여야 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나아가 더 이상 제2, 제3의 ‘박사’와 성착취 공모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성착취가 가능한 토양을 해체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 제・개정 활동을 해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대위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2. 텔레그램 성착취 근본적으로 해결하라!
3. 성착취 방을 이용한 모두가 공범이다!
4. 26만 성착취 공범 제대로 처벌하라!

연대활동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발제문3.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국내법 검토와 해외법을 통해 본 법적 과제]

지난 3월 26일 진행한 기자회견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의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3-2. 해외법 검토
민변 성착취대응TF 박예안

가. 온라인 성착취 관련 해외법 검토

텔레그램과 같은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착취 범죄에 대응하는 해외 법제와 그 적용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함.

1) 소개

●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편화에 따라 ‘N번방’과 유사한 온라인 성착취 범죄사례가 급증하는 추세임.
●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성착취 범죄라는 (sex extortion, sextortion 이라는 신조어로 사용하기도 함) 새로운 법적 개념을 도입하여 온라인 성착취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음.
● 이는 기존의 강요/협박/착취(Extortion)에서 확장된 개념임.
● 면책 혹은 특혜 제공의 대가로서 성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범죄를 뜻하는 기존의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 유형도 포함.
● 주로 온라인상에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고액 수익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알아내거나,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신체 사진 등을 얻어낸 후, 피해자가 성적으로 더 높은 수위의 사진 혹은 성적 행위를 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지 않으면 이미 확보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도록 강요하는 형태로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음.
● 피해 통계로 볼 때, 온라인 성착취 범죄는 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더불어 텔레그램 같은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함.

2) 캐나다의 온라인 성착취 범죄 관련 법률

● 캐나다는 형법으로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비동의 유포를 처벌함.
● 비동의 유포의 경우, 당사자 의사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행위뿐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관한 확인 부주의의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음.
● 또한 “사적인 이미지”에 대한 정의를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구체적 보호 의지를 보임.

3) 미국의 온라인 성착취 범죄 관련 법률

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경우,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관련 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함.
●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의 처벌의 법정형은 법으로 엄중히 정해져 있으며, 실제 선고되는 형량도 매우 높음.
●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의 제작의 경우, 초범이라 할지라도 최소형량 1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재범의 경우는 최소형량 25년에서 최대 50년, 누범의 경우 최소형량 35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 가능.
●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의 전송, 배포, 배포목적 복사, 광고, 판매, 판매 목적 소지의 경우 5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 및 벌금 병과 (성범죄 전과자의 경우, 15년 이상 40년 이하 징역 및 벌금 병과).
●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의 단순 소지 및 시청 목적 접근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부과 (병과 가능).

나)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 미국 연방법에는 아직 온라인 성착취 범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제정되어 있지 않음.
● 미국 내에서도 “온라인 성착취 범죄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아닐 경우, 현재와 같이 대응되는 연방법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심각한 인격 훼손을 유발하는 행위의 심각성에 비교해 최대 형량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음”을 비판하는 의견 존재.
● 2019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재키 스피어 (Jackie Speier) 하원의원과 뉴욕의 존 캣코 (John Katko) 하원의원이 발의한 “해로운 이미지 착취 방지 및 유포 제한법(SHIELD, Stopping Harmful Image Exploitation and Limiting Distribution Act of 2019)”이 현재 국회 계류 중.
● 이는 온라인상에서 협박과 강요로 인해 피해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전송한 이미지를 유포하는 것을 방지함을 목적으로 함.
● 미국은 실무적 잠입 수사(온라인 언더커버)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크웹 사이트 폐쇄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음.

다) 미국의 개별 주(州)의 입법 상황

● 온라인 성착취 범죄 관련 법률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주(州)에서는 사건의 사실관계에 관련된 기존 법률을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음.
● 미국 형법상 협박, 그리고 컴퓨터 해킹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 등을 알아내는 행위는 20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이며, 사건에 따라 스토킹 방지법 등도 적용될 수 있음.
● 한편, 현재 미국 내 26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주(州) 법률로써 온라인 성착취 범죄를 중범죄로 보고 처벌하고 있음.
● 특히 캘리포니아는 적극적으로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을 채택하고 있음.
4) 캘리포니아 법제 소개

● 캘리포니아는 2011년 당시 주 검찰총장이었던 카말라 해리스 (Kamala D. Harris)가 성착취를 포함한 온라인 범죄 대응을 위한 사이버 범죄 전담부서를 설치함.
● 이어 2015년에는 온라인 성착취에 대응하는 기술산업 분야의 모범운영기준, 법집행기관의 올바른 대응을 위한 훈련, 그리고 대중을 위한 예방과 교육 활동 등을 위한 사이버 착취 TF (Cyber Exploitation Task Force) 출범.
● 캘리포니아는 이미 온라인 성착취를 촉진·장려하고 이미지 삭제에 비용을 부과하는 웹사이트는 협박·갈취죄에 해당한다고 명문화하였음.
● 2016년에 신설된 법안은 온라인 성착취에 대한 수색영장의 발부와 관할권 문제 등을 다루고 있음.
● 캘리포니아 법안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도 다양하게 갖추었음.
● 2015년 7월 이래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갖게 됨.
● 법원은 피해자의 성착취물의 유포에 대한 한시적 또는 영구적 금지조치를 취할 수 있음.

5) 해외 판례

미국, 케빈 볼라트 (Kevin Bollaert) 판결, 2015

● 피고는 익명의 개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인 사진과 영상 등을 해당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함께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수 있는 온라인 성착취 웹사이트를 운영하였음.
● 캘리포니아 주의 데이비드 길(David Gill) 판사는 피고에게 8년의 징역형과 10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함.

미국, 루이스 미장고스 (Luis Mijangos) 판결, 2011

● 캘리포니아에서 온라인 성착취 범죄와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기 전 발생한 사건.
● 피고는 해킹을 통해 피해자의 이메일 계정에 불법 접속하여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나체 사진을 득한 후, 이의 유포를 빌미로 더 높은 수위의 성적인 사진을 전송할 것을 피해자에게 협박·강요함.
● 조지 킹 (George King) 판사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를 직접 처벌할 근거 법률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킹에 대한 범죄를 적용하여 6년형을 선고함.

미국, 마크 피 반웰 (Mark P. Barnwell) 판결, 2019

● 이 사건은 ‘박사방’ 사건과 유사한 형태.
● 피고 마크 반웰은 대부분이 미성년자였던 43명의 피해자를 온라인을 통해 고수익 모델 일을 미끼로 유인함.
● 피해자에게 모델 포즈라는 명목으로 성적인 노출 사진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일단 사진을 보내주면 이에 대한 유포를 빌미로 점차 수위를 높인 성적인 신체 사진 요구함.
● 피고는 연방 법원으로부터 35년형을 선고받음.

연대활동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발제문3.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국내법 검토와 해외법을 통해 본 법적 과제]

지난 3월 26일 진행한 기자회견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의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3.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국내법 검토와 해외법을 통해 본 법적 과제

3-1. 국내법 검토

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행위유형 정리 [별지 도식 참고]

1. 조주빈 외 수행원 등 운영진

1) 1유형
조주빈이 아르바이트 등 광고 통해 피해자 물색
피해자에게 신분증 등 요구하여 피해자의 개인정보 취득
피해자의 신상을 빌미로 성착취하고 결과물 텔레그램 대화방에 공유

2) 2유형
조주빈이 아르바이트 등 광고 통해 피해자 물색
피해자에게 신분증 등 요구하여 피해자의 개인정보 취득
취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조주빈의 수행원 등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성폭력 행사 후 이를 불법촬영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담은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성착취하고 결과물 텔레그램 대화방에 공유

2. 후원자

1) 소극 가담자
조주빈의 광고 등에 의해 ①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의 특성과 의도를 알면서도 ② 조주빈 등 운영진들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을 성착취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면 이를 향유하기 위한 의도에서 ③ 가입비를 지불하고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가입하여 영상을 관전. 시청 이외 일절의 발화 행위, 예를 들어 가학적 행위를 부추기는 행위, 특정 유형의 성착취물을 요구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영상을 시청만 하였다는 유료 회원 중 이른바 ‘단순 이용자’ 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조주빈 등의 범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 이들의 가입비는 조주빈 등 운영진이 성착취를 통해 해당 방을 운영하는 자금으로 사용되었음.

2) 적극 가담자
일부 회원의 경우 단순 관전, 시청을 넘어 ④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모욕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발화하여 방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조주빈 등의 가학적 행위를 부추겼으며, ⑤ 추가 성착취물의 제작을 요구하는 한편, 일부는 조주빈과 같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⑥ 조주빈의 비위를 맞추고 다른 회원들에게 자신의 위상을 과시할 목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적극 제작하여 공유하기도 하였으며, ⑦ 조주빈에게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고 조주빈의 권한을 위임받아 대화방 내외에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성착취 하였음. ⑧ 조주빈의 방에서 얻은 성착취 영상물을 무작위로 유포하거나 새로운 거래 채팅방을 만든 경우도 있음.

3. 무료 이용자
조주빈이 대화방 홍보와 활성화를 위하여 운영한 무료 맛보기방의 이용자. 조주빈이 광고 목적으로 이따금 제공하는 영상이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시청. 텔레그램의 대화방에 있는 동영상은 시청하면 자동다운로드 되어 안드로이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거쳐 최종적으로 캐쉬 폴더에 저장되므로 시청과 동시에 불법촬영물 소지.

Ⅱ. 행위유형에 따른 적용 가능 법률

1. 조주빈 등 운영진
(행위) 성착취영상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 등 이용하여 전송하거나 유포
(적용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강요, 협박, 강제추행, 성폭행, 아동학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적용법) 성폭력특례법, 아청법, 아동복지법 등 위반

(행위) 성착취영상물 제작, 공유
(적용법) 성폭력특례법, 아청법

2. 후원자

해당 사안은 불법동영상을 제작한 자가 온라인 메신저로 이를 단순 유통 시키거나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우연히 불법 동영상이 유통된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름.

조주빈은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면서 텔레그램이 신속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매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음. 유료회원인 소위 ‘후원자’들은 대화방을 가입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제공하고, 성착취 영상물 시청을 통해 조주빈의 제작 행위를 지지하고, 품평과 적극적 의견 표출을 통해 성착취 영상물 제작을 의뢰한 자금제공자, 주문자·소비자들임. 이들 중 가장 소극적으로 행동한 자들도 단순 소지로 볼 수 없음.

따라서 후원자 대다수는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조주빈 등 운영진 행위의 ‘공범’에 해당함. 공범에는 (i)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받는 공동정범, (ii) 정범에 비하여 형이 감경될 수 있는 교사 또는 방조범이 있는 바, 후원자 대다수는 공동정범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함. 다만 세부적인 행위 정도에 따라 교사 또는 방조범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나누어서 검토함.

1) 공동정범 해당 가능성

(1) 공동정범의 요건

판례에 따르면 공동정범의 요건은 ① 공모와 ②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
공모는 법률상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고 반드시 사전에 모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님. (2012도4662)
공동가공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 (2001도4792)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게 됨. (98도30)

또한 판례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다고 볼 정도에 이르면 실행행위의 분담 인정. (2012도4662)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 (2016도15084)

(2) 사안적용

조주빈은 가입자들을 모을 때 ‘노예’ 등의 광고 문구를 통하여 해당 방에서 실존하는 피해자에 대한 가혹행위 및 성착취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법영상물이 제작되는 곳이라는 점을 명시함. 조주빈은 3단계의 유료대화방을 운영. 각 방의 가입비에 따라 회원들이 누리는 ‘혜택’도 차등적이었음. 가장 고액의 가입비를 내는 방은 피해자들에게 갖가지 가학적인 지시를 할 수 있었음.

후원자들은 ① 해당 방에 공유되는 영상물의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와 같은 내용의 영상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올 것이라는 사실 예상하고 있었음. ② 이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신원 노출 요구를 거부하는 등 회피가능성 있었음에도 가입상태 유지. ③ 가입비 지금, 미션 달성, 품평 등을 통하여 특정 내용의 성착취를 하도록 의뢰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도록 요구. 이는 단순히 조주빈의 범행을 저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을 넘어 조주빈과 일체가 되어 조주빈 등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내용의 영상을 ‘주문’하고 영상 제작 활동에 기여한 것. 즉 조주빈의 가입비‧신상 공개 요구는 이를 수락할 경우 후원자들의 뜻에 따라 영상을 제작하겠다는 제안이며 후원자들이 이에 따른 것은 영상 제작에 대한 암묵적인 공모. 가입 시기에 따라 순차적인 공모. 조주빈에게 특정 요구를 하지 않고 관전만 하였다고 주장하는 ‘단순 이용자’ 또한 후원금을 지불한 이상 공모 인정되므로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조주빈에게 영상 내용을 요청한 다른 후원자들의 행위를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져야 함.

기능적 행위지배의 경우 조주빈은 후원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성착취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 조주빈은 회원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후원금’이라고 칭하였는데 실제로 해당 방의 성착취영상물은 유료 회원들의 ‘후원’을 통한 의견 표출, 조주빈의 의견 반영 등 쌍방향적 소통 과정을 통해 제작. 즉 유료 회원들이 지급한 가입비는 조주빈 등의 기존 성착취 행위에 대한 대가이자 앞으로 벌어질 성착취 영상물 제작비·후원금인 셈. 이들의 후원금 지급, 특정 행위 요구 등은 제작비용을 분담하고 제작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으로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 조주빈에게 성착취 행위 및 제작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 텔레그램은 대화 메신저이므로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관계도 인정.

위와 같은 이유에서 유료 회원들은 후원자로서 성착취 불법영상물 제작 공동정범에 해당함.

2) 교사범, 방조범 등 협의의 공범 해당 가능성

(1) 교사범

판례에 따르면 교사범은 정범인 피교사자로 하여금 범죄를 결의하게 하여 죄를 범하게 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교사범이 공범관계에서 이탈하기 위해서는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행위에 나아가지 전에 교사범에 의하여 형성된 피교사자의 범죄 실행의 결의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 함. (2012도7407)
또한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 교사범의 교사가 정범의 범행에 대한 유일한 조건일 필요는 없으므로, 교사행위에 의하여 피교사자가 범죄 실행을 결의하게 된 이상 피교사자에게 다른 원인이 있어 범죄를 실행한 경우에도 교사범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음. (91도542)
(2) 방조범

판례에 따르면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를 구성요건으로 함. (2018도7658)

(3) 사안적용

조주빈은 ‘회원이 없는 박사방은 무의미 하다’며 회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성착취를 계속하고 결과물도 공유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힘. 즉 유료회원들의 불법촬영물 시청은 조주빈 및 운영자들의 불법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을 무형적, 정신적으로 교사 내지 방조하는 행위.

또한 유료회원들은 조주빈이 불법영상물을 제작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와 같은 행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 예견하고 있었음. 이는 교사 내지 방조의 구성요건인 정범의 고의 충족.

그 외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본인이 자행한 성폭력 등에 대한 적용 법률은 별도 경합.

Ⅲ. 운영진과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 처단형 범위

판례 중 협박·강요·강제추행·아청법상 제작 혐의 경합된 사안에서 판례가 5년에서 30년 가량 처단형 명시한 바 있음. 일부 판례 중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 고려하면 처단형의 하한에서 작량 감경할 필요성 없다고 명시한 경우도 있음.

Ⅳ. 결론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수사기관과 법원, 변호인 등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원인. 세 기관 모두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 음란물로 치부, 취약한 피해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 간과. 스튜디오 성폭력 사건에서 확인하였듯이 법적으로 대등한 당사자 간의 계약의 양식을 가장하여 성착취 발생할 가능성 있음. 그만큼 성착취의 피해자와 제작, 기획자는 대등한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고 권력관계가 기울어져 있기 쉬움. 특히 아동성착취영상물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제작이 곧 아동학대이고 시청은 제작을 부추기는 행위로 아동학대에 가담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한 동영상쯤 누구나 보는 것’이라는 만연한 인식하에 수사기관은 범죄의 중대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을 적용·구형하고,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하지 않는 형량을 선고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해자를 공격하고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함. 결국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성·아동혐오, 성차별적 인식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임.

연대활동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발제문2.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및 삭제 지원의 과제]

지난 3월 26일 진행한 기자회견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의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2.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및 삭제 지원의 과제
_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

첫째,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하는 행위의 금지를 촉구합니다.
현재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자 이름과 사진을 정보통신망상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피해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행위와 특정인이 성폭력 범죄를 당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레법 제24조 제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여서는 아니됩니다. 이를 위반하여 피해자의인적사항과사진등을공개하는사람은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는 불법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상에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와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족은 매일 같이 온갖 매체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신고하느라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정보통신망상에 게시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텔레그램 N번방이라는 조직적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와 다름 없는 반인격적 행위입니다. 이제 이러한 행위를 부디 멈추어 주십시오.

둘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요구합니다.

대형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자동완성어”, “연관검색어”서비스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공개되고, 피해가 확대되었습니다. 자동완성어와 연관검색어에 “텔레그램 n번방 OOO”라는 식으로 피해자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이로 인하여 수 많은 이용자들이 피해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피해자가 요청하여 삭제된 적도 있지만, 최근에 다시 자동완성어와 연관검색어로 피해자 이름이 올라왔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상위에 이미 삭제된 게시물이 노출되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공개되고, 피해가 확대되기도 하였습니다. 게시물이 삭제되었지만, 피해자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3 제1항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가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면 임의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조 제2항에 따르면, 임시조치로 해당 정보의 삭제를 할 수 있으며, 해당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현행 법령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이 게시되어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임의로 삭제 및 게시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는 모든 게시물을 피해자가 먼저 신고하여야 한다며, 스스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스스로 인적사항을 유통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포털사이트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하여 피해자와 가족들은 인적사항이 퍼질까 두려워 매일매일 모니터링과 신고를 하느라 일상 생활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각 포털 사이트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연관검색어나 자동완성어로 오르지 않도록 필터링을 하고,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진이나 영상물이 포함된 게시물에 대하여는 24시간 이내에 삭제조치를 하고 있으나, 피해자의 인적사항만 게시된 경우에는 일반 게시물로 분류하여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행위는 사진을 유포하는 것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이고, 인적사항과 사진을 공개하는 행위 또한 영상물을 유포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성폭력범죄처벌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게시한 게시물에 대하여도 24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삭제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신속한 삭제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 하여 일일이 신고하여야 하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정보통신방법 제44조의2 제3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체없이 삭제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관하여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하여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연대활동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발제문1.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과 유형 분석]

2020년 3월 26일 진행된 기자회견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의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1.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과 유형 분석

소라넷에서 텔레그램까지

좀비 남성성으로 수행되는 온라인 조직범죄

신성연이(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자유롭고 안전한 메신저가 성착취 플랫폼이 되기까지

텔레그램은 러시아 태생의 두로프 형제가 2013년에 출시한 비영리 메신저다. 텔레그램의 정신, 즉 개인의 정보통신망을 감시하는 ‘제3자 완전 차단’ 정책을 만든 동생 파벨(Pavel Durov, 1984~ )은 재정을 후원하며, 수학자이면서 개발자인 형 니콜라이(Nikolai Durov, 1980~ )는 텔레그램 프로토콜을 완성해 기술 기반을 만들었다. 텔레그램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있지만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으며, 텔레그램에 저장되는 모든 메시지는 암호화되어 해독할 수 없다. 광고나 투자를 받을 계획, 다른 기업에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텔레그램이 내세우는 강력한 보안 정책은 반푸틴 세력을 감시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성착취 현장에서 이 보안 정책은 애초와는 다른 의미로 추앙받았다.

한국에서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급증한 것은 2019년 2월로,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 수능 갤러리, 일간베스트 등 남성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가 이른바 ‘n번 방’ 사건 소식으로 들끓”던 시기와 겹친다. 이들이 n번 방 소식에 흥분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배경들이 존재한다. 2016년 소라넷 폐쇄, 2017년 〈일간베스트〉 몰락 시작, 2018년 웹하드 불법촬영물 단속 및 텀블러 성인물 업로드 금지 조치, 2019년 단톡방 성폭력 가해자 정준영 외 구속. 이런 배경 때문에 텔레그램에서는 “초대남” 모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불법촬영물 공유, 지인 능욕, “노예”까지 위 플랫폼들에서 문제가 된 모든 행위들이 목격되었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더욱 안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집단에게 텔레그램의 ‘철통 보안’은 빼어난 장점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n번 방’에 “노예”가 있다는 소식은 “야동 볼 권리”가 점점 축소되고 이것이 나아가 남성 인권을 해친다며 불만스러워하던 세력의 막힌 기를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21세기에 무려 “노예”라는 반인륜 메시지를 버젓이 쓰는 데서 얻는 쾌감과 기대감을 따라 성착취 네트워크는 텔레그램으로 이동했다.

‘n번 방의 협박은 어떻게 성립되는가?

시작은 ‘갓갓’이었다. 텔레그램 최초의 n번 방 운영자 갓갓은 “살색계” “일탈계” 등의 SNS 계정을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해킹 링크를 보내거나 경찰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촬영물을 제작하게 했다. 이 방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 여성 청소년들이다.

3월 25일 자로 검찰에 송치된 ‘박사’ 조주빈 역시 협박으로 촬영물을 얻어냈다. 먼저 “스폰 매칭 알바” 구인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여성의 SNS 계정을 털어 가족이나 친구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 뒤 “매칭남”을 소개하고 “면접”을 구실로 얼굴 사진부터 시작해 점점 수위 높은 촬영물을 요구하는데, 여성이 이를 거부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촬영물은 입장료 20만∽150만 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방에 올라갔다.

이들의 협박이 어떻게 성립되어 “노예”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려면 n번 방의 모든 최초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새삼 주목해야 한다. 두 운영자 모두 피해 여성의 촬영물을 주위에 유포하겠다며 궁지에 몰았고, 이 협박은 여성들을 세게 압박했다. 유포 협박에는 많은 장치가 필요 없었다. “나는 네가 스스로 찍은 너의 몸 사진을 가졌다”는 말은 피해자에게 “문란한/음란한 여자”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두려움을 조장한다. 이 두려움은 몹시도 합리적이다. 심지어 법원에서 성폭력으로 판결한 사건의 피해자조차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피해자 낙인찍기는 갓갓과 박사 집단의 협박을 조력하는 공모자였다.

n번 방의 흥행 이후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방들이 파생되기 시작했다. 지인능욕, 화장실 불법촬영 모음, 합성 사진 등 여러 방들이 취향에 따라 만들어져 커뮤니티를 이뤘다. 한창때는 방마다 적게는 몇 백 명, 많게는 몇 만 명이 모여 성폭력물을 유포하고, 품평하고, 모의했다. 이들은 2019년 11월경 텔레그램 성착취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도 겁먹기는커녕 해당 기자의 SNS 계정을 털며 조롱했을 만큼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 아래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로서 똘똘 뭉쳤다.

텔레그램 성착취 양상

텔레그램 방들에서는 불법촬영물 유포, 지인능욕, 합성사진 제작 및 유포 등의 사이버성폭력이 매분매초 발견됐다. 이들에게 불법촬영물은 여전히 ‘몰카’이고 때로는 ‘트로피’이며 주제가 있는 ‘사진첩’이기도 했다. “따먹은 여자”를 자랑하기 위해 보여주는 사진, 클럽에서 몰래 찍은 사진, 에스컬레이터 등 공공장소에서 치마 속을 찍은 사진 등이 두려움 없이 오갔고, 정성스레 편집한 사진첩은 매매되기도 했다.

합성사진은 사용자가 제작해 배포 가능한 텔레그램의 스티커 기능을 타고 더욱 흉악하게 쓰였다. 이들은 피해촬영물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 연예인 합성사진 혹은 어린이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어 아무 때나 툭툭 던지며 놀았다. 성적 요소가 전혀 없는 평범한 사진도 텔레그램 방에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뉘앙스가 생겼다. 스티커에 등장하는 여성의 생사는 이들에게 가십이었다.

지인능욕은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범죄다. n번 방을 비롯한 텔레그램의 여러 방들, 나아가 성착취 가해 집단이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은 여성의 신상에 대한 집착이다. 실제라면 더할 나위 없고 허구라도 상관없다. 개인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묘사해 생생히 살아 있는 여성을 만드는 것은 이들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성착취의 핵심 기저는 성욕이 아닌 능욕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성욕을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 능욕을 “「1」 남을 업신여겨 욕보임, 「2」 여자를 강간하여 욕보임”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를 비롯해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고 아래에 포르노그라피 텍스트를 덧붙이는 지인능욕은 성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박사방의 ‘복종’ 키워드도 마찬가지다. 갓갓과 조주빈이 보인 허황한 자신감과 가학성은 ‘지배하는 남성’을 바라는 집단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좀비 남성성

소라넷에서부터 텔레그램까지, 사이버성폭력의 패턴과 이동 경로에서 보이는 이들의 남성성은 ‘좀비’에 가깝다. 사라지지 않는 좀비 떼처럼 무리 지어 몰려다니며 먹잇감을 찾는 양상 때문만은 아니다. 성착취 네트워크는 한 번도 쟁취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미지의 남성성을 실현하는 장이다. 채워지지 않는 좀비의 배고픔처럼 그들이 ‘성욕’이라고 오해하는 허기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반죽음 상태의 남성성은 살아 있는 여성을 좇고 해치며 인간성을 잃는다.

좀비 남성성은 존재하지 않는 남성성을 따르므로 스스로 실천되지 못하고, 오직 대상화를 통해서만 구현된다. 일상적인 사진을 포르노그라피와 합성하는 행위, 대다수 여성이 암암리에 성을 판매하며 이것이 여성의 비도덕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기는 망상, 여성 안에 잠재된 욕망을 이끌어낸다는 조주빈의 헛소리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는 과정이다. 이 믿음을 강화시키는 것은 그들의 “인터넷 밈”, 즉 피해자를 스티커로 만들어 쓰는 등의 커뮤니티 놀이문화다.

여성의 인격을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서열은 누가 얼마나 더 여성을 능욕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서열은 방장과 관리자를 제외하면 시시각각 바뀌는 일종의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딸감’을 수동적으로 받아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담했다. 더 포악한 이미지를 올리는 자, 더 비인간적인 언어를 쓰는 자가 몇 초의 주목을 받고 사라지면 이와 상응하거나 더욱 거센 폭력이 등장했다. 대화방이라는 특성과 집단이라는 성질이 만나자 사이버성폭력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이런 일들이 60여 개의 방들에서 하루 종일 동시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온라인 갱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목적을 가진 집단이 시스템을 갖추어 특정 집단 괴롭히기를 반복할 때 어울리는 이름은 조직범죄다. 텔레그램 성착취 네트워크는 방을 관리하기 위해 서열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하는 등 조직범죄의 면모를 갖추었다.

텔레그램 성착취, 어떻게 끝낼 것인가?

지금 텔레그램에는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볼 권리를 핍박받는다는 억울함이 널리 퍼져 있다. 조주빈 검거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곳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한 결과다. 그러니 텔레그램 방에서 “페미들 때문에 텔레그램이 망했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은 실은 올바른 분석이다. 올해 2월 7일, 경찰이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 66인을 검거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더 많은 방들이 폭파되었고, 텔레그램에는 운영자 “대책회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들이 오갔다. 박사가 검거된 뒤에는 더 많은 방들이 사라졌지만 아마 이들은 어디서든 좀비처럼 다시 기어 나올 것이다. 벌써 ‘n번 방’ 자료가 매매되고, 성착취 네트워크가 디스코드로 옮겨 가고 있다는 소식도 진작부터 전했다.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를 끝장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다. 그는 숱한 성착취 범죄자 가운데 하나이며, 시민되기에 실패한 남성일 뿐이다. 우리는 그의 어린 시절도, 성격도, 외모도, 친구도, 가족도, 취미도, 옷도 궁금하지 않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그를 어떻게 벌할 것인지다. 조주빈 이전의 수많은 가해자들을 너그러이 방면해온 검찰과 법원은 성착취 네트워크를 유지시킨 강력한 원인이다.

이제 조주빈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가능한 한 모든 법을 동원해 조주빈을 가두려 애써야 하고, 법원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임을 천명해야 한다. 26만 명이든 2만 명이든 모든 공범도 일일이 똑같은 처벌을 받아야 함은 더 말할 필요 없다. 또한 중요한 것은, 그가 거둔 범죄 수익에 추징금과 배상금을 물려 파산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착취로 이윤을 보는 자들의 진짜 공포는 ‘돈’이다. 곧 출소를 앞둔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와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은 ‘n번 방’ 승계자 역시 성착취를 사업으로서 시작했다.

좀비 남성성의 성착취에 맞서는 반사이버성폭력 운동은 〈킹덤〉 시즌 10을 찍는 마음으로 끝까지 갈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연대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