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기획집담회-중고령’성매매’여성의 삶을 말하다

지난 11월 19일, 마포구의 인권재단사람에서 기획집담회<중고령’성매매’여성의 삶을 말하다>가 진행되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님의 환영사로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얘기를 어떻게든 전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 오늘 나온 얘기나 인터뷰 사례집 내용이 소비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얘기가 처음이자 끝은 아니잖아요. 이 자리에서 소통하고, 내가 여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타자화 시키지 않고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집중해주시고 이 변화에 함께해주시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미례 대표

이어서 반성매매액션’크랙’의 박시현 활동가의 오프닝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중고령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며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과 오늘 집담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불렀습니다.

첫번째 발표로 전국연대의 김보영 활동가님이 ‘맥양집’여성들을 인터뷰하게 된 배경과 이들을 만나며 들었던 생각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삼양로 거리에서 단속과 주민축제를 하며 맥양집 폐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런데 맥양집이 문을 닫으면 그곳을 운영하는 여성들은 어디로 갈까, 관과 주민들은 그녀들이 다른 일을 하기 정말 원하는지? 이런 질문들이 생겼어요. 아니면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집값이 올라가면 이 문제는 해결될까? 라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됐어요. (중략) 우리가 만난 여성들 대부분 혼자 사는 경우가 많지만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맥양집 여성들의 노령화는 빈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가난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었어요.”

두번째로 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님이 여성들의 ‘나이듦’에서 오는 취약성과 지원하는 단체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성매매여성이 되는가?는 우리 사회에서 누가 취약한가?라는 질문과 같아요. 성매매를 하게 되는 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보면 어떤 취약성 때문에 성매매에 와 있는가를 알게 돼요. 중고령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면서 이런 취약성, 맥락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나이였어요. 성매매라고 하면 주로 젊은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젊은 여성들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사회도 그렇게 문제화 시키고, 지원체계도 그렇게 구조화 되어 있어요. 나이든 여성들은 점점 더 취약한 현장으로 가게 돼요. 이런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되지 않고 지원 체계도 나이든 여성들을 포괄하기에 부족한 상황이예요.”

이어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고진달래 활동가님이 청량리 유리방과 쪽방 집결지 폐쇄 이후 중고령 여성들과 작업장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2017년에 청량리가 폐쇄되면서 나이든 여성들의 공허함, 우울함, 박탈감, 화 이런것들을 느꼈어요. 본인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쪽방에 계신 분들은 30-40년 한 곳에서 일도 하시고 생활도 하신 분들이거든요. 너무 갑작스럽게 갈 곳을 잃은거예요. 그러면서 그 때 자기가 쓸모없는 사람, 이 사회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중략) 여성들이 만든 물품이 삐뚤빼뚤하고 색깔이 예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우리가 만들어서 사회에 연결하는 게 작업장의 역할이 아닐까? 그래서 여성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여성들의 주도권을 뺏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다음으로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임정원 활동가님이 종로 일대의 중고령 여성들을 지원하며 알게 된 이들의 상황과 그 과정에서 느낀 한계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상담 중 주요 호소 내용은 길거리 괴롭힘이었어요. 남성들이 지나가면서 ‘저 창녀들’하고 말하는 걸 직접 여러 차례 듣기도 했어요. 맥양집, 쪽방보다도 길거리에 있기 때문에 길거리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어요. 성매매현장도 많이 가보기는 했지만 종묘가 가장 어려운 것이 종일 서서 일하는 거예요. 이 분들이 계신 곳이 귀금속 상가에 있는 쪽인데, 다리가 아파서 조금이라도 앉아 있으려고 하면 가게 영업에 방해된다고 바로 민원이 들어온대요.”

작년부터 서울 도봉·방학동 맥양집 아웃리치를 해 온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의 이세인 선생님께서 아웃리치 진행 과정과 복지체계 내의 한계와 고민을 발표했습니다.

“노동시장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 한계에 도달하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실질적으로 정책이 마련되어 여성들에게 지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청과 여성가족과를 만났지만, 여성가족과는 구청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계속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

마지막으로 전국연대 연구활동가인 황경란 선생님께서 여성이 빈곤에 특히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이것이 성매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국민연금 수령현황을 보면, 평균 수령액이 남성은 평균 79만원, 여성은 평균 41만원이예요. 월 별로 계산해보면 약 30만원으로 굉장히 큰 격차라는 걸 알 수 있죠. 이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성매매문제를 같이 봐야해요. 성매매문제를 생애주기 안에서 이해를 해보자면 취약성을 갖고 있는 노인, 여성 노인은 취약성을 추가로 갖고 있어요. 여기다 배우자가 없는 1인 가구 노인은 더 취약해지죠. 성매매문제를 갖고 있는 중고령 여성은 성매매문제로 인한 손상이 있어요.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위험이 노출되는 환경, 심리적 어려움 이런 것들이죠. 이것들을 같이 해결해야하는데 이것을 고려하는 지원체계가 전혀 없어요. 여성들이 대부분 10대때부터 사회적 관계를 그 안(성산업)에서 고립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과 관련된 문제, 사회적 고립감과 자신감, 특히 여성이 노인일 때 그것과 성매매문제를 갖고 있을 때, 플러스 주거의 문제를 갖고 있을 때 등등, 이런 것들을 다 같이 봐야한다는 거예요.”

패널 발표 후 현장에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어져 참석하신 분들의 말씀을 듣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중고령 ‘성매매’여성들의 삶과 상황을 둘러싼 여러 지점들을 다각면에서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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