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입장]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온 국민을 집단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던 이들의 희망은 시간이 갈수록 슬픔과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분노와 슬픔을 견디다 못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함께 애도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우리는 묻고 싶다. 지난 한 달여간, 정부 및 부처 기관은 대체 무얼 하였는가? 관계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덮는 일에만 급급했고, 언론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관계자와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에는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분명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음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통탄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의 책임 통감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기다려 달라’던 대통령은 5월 19일, 세월호 침몰 후 한 달이 지나고서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요구한 ‘희생자, 생존자 가족을 포함한 민간이 주도하는 진상규명’과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한 조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등 법·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모든 공을 국회로 넘겨 책임을 회피하였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과 시민들은 또 한 번 실망감만을 안게 되었다. 대통령은 법·제도 개선보다는 실종자 수색 및 철저한 진상규명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의 요구가 반영된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방송장악과 보도통제에 대해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막말 논란으로 해임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KBS 길환영 사장이 직접 ‘청와대의 지시’를 언급하는 등 KBS에 대한 청와대의 간섭이 있었지만, 정작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방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히고 재발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이후 사건 해결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밝히며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마지막까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및 관련자들의 치유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부나 국회 주도가 아닌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시민사회, 전문가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로 구성하고 이에 부합한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 청와대 및 정부 각 부처에 이르기까지 국정기조 수정 및 관련자들에게 법률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통제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장악 및 언론통제에 대해 사과하며 공정한 보도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세월호 관련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회와 시위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국민 모두가 이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희망을 만드는 데 함께할 것이다.

2014. 5. 21.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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