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유럽이 합법적 성매매에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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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합법적 성매매에 관대하다?

프랑스, 성매수 고객만 처벌…독일선 강제매춘 처벌 강화
프랑스에서 모든 성매매 행위를 사실상 불법화하는 법안이 2년여 격론 끝에 통과됐다. 성매매 반대운동 단체 등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으나 ‘성판매자 노조’를 비롯해 일부에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6일(현지시각) 돈을 주고 성행위를 사는 사람에게 초범은 1500유로(약 200만원), 재범은 3750유로(약 5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고 성매매 예방 교육을 받게 하는 성매매 처벌법을 찬성 64표, 반대 12표로 통과시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가 아닌 희생자로 보고 성 매수자만 처벌하도록 해 성매매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억제의 실효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성매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으며,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와 고객 유인, 미성년자 성매매만을 처벌해왔다.

새 법은 성매매를 그만두길 원하는 여성들에겐 다른 분야의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하고, 외국인일 경우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구직활동에도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유럽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성 판매자가 아닌 성 매수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새 법률은 하원 전체 의원 577명 중 76명을 뺀 대다수 의원이 표결에도 참가하지 않았을 만큼 논란이 뜨겁다. 지지하는 쪽은 인신매매 근절과 여성 인권 신장을 기대한다. 다른 한편에선 대다수 성매매 여성들의 빈곤과 구직난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처벌만 강화할 경우 성매매가 음성화할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법안을 발의한 모드 올리비에 의원(사회당)은 일간 <르몽드>에 “매매춘은 폭력인데도, (이전까지는) 법에서 그렇게 인식되지 않았다”며 “새 법의 목적은 매매춘을 억제하고, 매춘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이들을 보호하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폐지운동 및 성 노동자 보호 시민단체 ‘무브망 뒤 니’(둥지 운동)는 “새 법은 성매매 업계를 떠나려는 이들에게 진정한 대안을 제공한 전례없는 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프랑스 성노동자노조는 이번 법이 ‘억압적인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3만여명이 가입한 성노동자노조는 “새 법이 성노동자들을 돕기는커녕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더라도, 성 매수자를 처벌하게 되면 결국 성매매는 음성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성노동 종사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더 열악한 환경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성매매 여성의 80%는 동유럽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이들이 ‘합법적 체류, 주택 임대료, 생계비 등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성노동을 그만둘 수 있느냐’는 항변도 나온다.

성 매수자와 판매자가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한 뒤 만나는 방식으로 성매매 산업이 바뀌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성 착취를 낳고 있다. 파리의 한 성매매 여성은 최근 <프랑스24> 방송에 “인터넷 때문에 거리에서 이뤄지는 매매춘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매춘에 동원된 이들의 성 매수자는 최장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에 조응한 이번 법안은 또 강제매춘 사업자에게는 길게는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합법적 성매매가 가장 자유로운 나라 중 하나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움직임은 유럽이 합법적 성매매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통념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유럽에선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가 인신매매의 희생자이며 성매매의 합법화가 애초 취지와와는 달리 성매매 여성의 처지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독일은 2001년 성매매 여성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성노동을 ‘서비스’로 규정하고 합법화해 정부가 노동 기준을 감독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성매매 합법화를 지지했던 다수는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 외국에서 엄청난 수의 여성들이 도시 지역의 공창으로 밀려드는 것을 보고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성매매 합법화가 불법이주와 인신매매, 납치 같은 범죄의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