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기고 성매매방지법 10년

특별기고] 우리에게 특별한 성매매방지법 10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강산이 바뀌어서 정신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홍대 뒤에 와우산 공원이 있는 언덕 근처다. 이사를 올 때만 해도 다세대 빌라나 주택만 있는 곳이었는데 몇 년 사이 매일같이 공사를 하더니 원룸이 들어서고 이제는 하나 남아 있던 주택도(사실 단층인 이 집의 마당 때문에 그동안 숨을 좀 쉬고 살았건만) 허물어지고 그 자리를 원룸이 차지하면서 사방이 꽉 막힌 상자 안에 포위돼서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강산이 바뀌려면 10년은 걸렸건만.

 

어느덧 성매매방지법이 시행 10년을 맞고 있다. 시행 초기부터 하도 떠들어대고 매년 9월이 되면 여기저기서 법의 실효성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이 난무하다 보니 10년에 대해 오히려 현장은 무덤덤하다. 국민들은 벌써 10? 변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라면서 또다시 법 무용론에 휘둘리지 않을까 약간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의 많은 긍정적 변화와 효과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성매매방지법은 여성들의 죽음 위에 만들어진 법이다. 그래서 성매매방지법은 우리에게는 특별하다. 우리가 외면하고 방관했던 성매매 문제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부여하면서 성매매에 적극 대응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인권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법 제정의 주요한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여성들을 가장 괴롭혀 온 선불금에 대해서는 채권채무 무효 조항을, 알선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성매매 장소, 건물, 자금을 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처벌과 함께 몰수 추징하도록 하는 것이 처벌법의 중요한 내용이다. 실제로 법 제정 이후 법률지원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선불금, 채무상환, 부채와 빚 문제로 인한 형사소송, 민사소송이다. 이 과정은 상담에서부터 증거수집, 수사동행, 소송지원 및 사후지원까지 내용도 다양하고 범위도 넓으면서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억울함과 피해 입증을 위해 어렵고 힘든 과정을 버텨내고 업주들의 끈질긴 위협이나 협박, 생계의 문제까지도 견디면서 이 싸움을 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법이라는 테두리와 함께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여성들 스스로 성매매 경험을 재해석하면서 성매매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밝혀내는 주체가 되도록 했다는 것이 법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다.

 

법 효과의 중요한 부분은 성산업 착취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법 제정 초기에는 여성들의 인권을 중심으로 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로, 알선 행위와 관련된 업주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점차 여성들을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행위자(범죄자) 취급을 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업주들은 여성들을 사기로 고소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선불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고리의 사채와 일수를 쓰도록 해 여성들에게 개인 채무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고, 여성들은 알지도 못하거나 이미 변제한 금액에 대해서까지도 집으로 찾아오거나 여성들을 찾아내서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와 행위자로 나눠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규제하고자 하는 관점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여성단체에서 줄기차게 제기해 온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문제와 선불금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여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은 성을 사는 행위(성매수·성구매), 즉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성매매 장소 제공자에 대한 처벌과 성매매가 이뤄진 건물, 토지 등도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성매매 업소를 광고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등 의미 있는 판결들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 2008년 성매매 업소 집결지 건물과 토지주에 대한 공동고발을 했었는데 대부분 기각, 각하된 적이 있었다. 법의 집행력은 현장에서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의 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10년을 맞아 성매매로 처벌된 업주들이 영업했던 건물의 건물주와 토지주를 찾아내서 공동고발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20142,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은 10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특히 법의 목적에서 피해 회복에 대한 부분이 추가됐다.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고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매매방지법 10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탈성매매 사회로 진입하는 진전일 것이다.

 

 

1302[사회] (2014-08-19)

 

정미례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전국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