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빠르게 진화하는 성매매마케팅

빠르게 진화하는 성매매 마케팅<세계일보>

  • 입력 2010.09.08 (수) 19:22, 수정 2010.09.09 (목) 01:52

매직미러 초이스’ 도입 강남 유흥업소 성업 / 트위터 등 SNS·앱 제휴 홍보 수단도 등장
올해 경찰 단속실적은 급감… 제도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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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W유흥주점은 최근 ‘매직미러 초이스’라는 변종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밖에서만 안을 볼 수 있는 특수유리를 설치해 여종업원을 상품처럼 진열해 놓고 고객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는 식이다. 과거 집창촌의 영업방식을 건물 내부로 고스란히 옮겨와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하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업소 P영업상무는 약 2주 전부터 트위터 이용자들과 구독(폴로·follow) 관계를 맺고 ‘오늘 아가씨 출근율이 안 좋아 손님 5명을 놓쳤다. 아깝다’ 등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유대를 쌓아가고 있다.

성매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창촌이 사라진 대신 유흥업소 등 ‘2차 문화’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엔 스마트폰까지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맞선 경찰은 마땅한 단속 규정이 없고 인력에 여유가 없다 보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까지 매년 1만명 남짓이던 성매매 단속실적은 지난해 7만3008명으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7월 말 현재 2만1106명을 검거한 데 그쳐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경찰이 올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성폭력 사건 해결에 주력하면서 성매매 단속 실적이 뚝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고 2006년부터 유사성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되면서 경찰 단속에 힘이 실렸다”며 “지난해에는 연초 ‘장자연 사건’이 터져 성매매가 사회이슈가 되면서 대규모 검거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성매매 단속을 전담하던 각 지방청의 여성기동수사대가 수사국으로 옮겨져 성폭력 업무를 전담하면서 단속 인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단속이 느슨해지자 서울 강남 등 주요 유흥업소들은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하면서 독버섯처럼 번창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스마트폰을 마케팅에 악용,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온라인장터 앱스토어에는 지난달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를 찾아주는 ‘술상무’란 이름의 앱이 등장했다. 이 앱이 소개하는 곳 중에는 유명한 퇴폐업소도 포함돼 있다. ‘북창동 하드코어를 좋아하신다면’ 등의 낯뜨거운 문구가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자극한다.

설령 단속이 이뤄지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에서 W업소와 같은 형태의 한 영업장을 단속해 업주 등 12명을 입건했다. 하지만 과징금만 내면 행정처벌을 피할 수 있다 보니 강남권의 대형 유흥업소들은 날로 규모를 키워가며 성업 중이다.

경찰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서울 A경찰서의 생활안전과장은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영업장을 아예 폐쇄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성매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결국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시성의 대규모 단속이 아니더라도 특히 문제가 되는 온라인상의 성매매 알선까지 꾸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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