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가출 청소년의 ‘버려진 미래’ 성매매에서 노동착취까지(시사기획KBS10)

가출 청소년의 ‘버려진 미래’ 성매매에서 노동착취까지(시사기획KBS10)

 

뉴스엔 박정현 기자]

가정에서의 폭행과 방임, 불황에 따른 신 빈곤층의 가정 해체 등으로 가출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10월 5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KBS 10'에서 가출 청소년을 밀착 취재, 그들의 눈높이에서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을 보살피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심층 취재했다.

집 나온 청소년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망에서 조차 소외된 가출 청소년들은 제대로 성장해볼 기회도 갖지못한 채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혀가고 있다.

가출 여자 청소년의 경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성매매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말 서울 지역 가출 여중고생 1,779명 가운데 175명이 성매매로 검거됐다. 10명 가운데 1명꼴이다. 하지만 이는 가출 신고된 뒤 단속에 걸린 경우만 따진 것이고 실제 성매매 피해 청소년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다수 가출 청소년은 성매매 동기를 묻는 질문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잠 잘 곳 마련해준 사람이 원해서" 등 당장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매매의 길로 접어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20살 상미(가명)는 15세에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가출했고 "먹을 것과 잠 잘 곳을 준다"는 남성들을 만나 뒤 성폭행을 당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상미는 가출 기간 동안 원치않은 임신과 출산까지 경험하면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청소년기를 놓쳐버렸다. 상미는 7세 정도의 사회적응 능력을 갖고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각한 대인 기피증을 앓고 있다.

가출한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낼까? 취재진은 가정불화와 방임 등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며 가출 생활을 밀착 취재했다. 가출 청소년들은 하루 종일 굶기가 일쑤였고 비위생적 환경과 모기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돈이 없어 잠 잘 곳도 마련하지 못해 공원이나 건물 옥상 등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한사코 집에 들어가는 것은 거부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 봤자 변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당수의 가출 청소년들은 노동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인 4,1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가출 청소년이 상당수다. 인격 모독과 쉬는 시간도 없이 혹사당하고 있으면서도 업주에게는 불평 한 번 제대로 못한다. 보호자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돈이 필요한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조차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가출 청소년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우리나라의 가출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경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 청소년 수가 2만 2,000명이다. 하지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그 수가 22만명 정도로 10배나 뛴다. 또 여성가족부의 유해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19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각 기관마다 가출 청소년의 규모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 실태 조사가 일회성에 그치고 있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취재진은 서울 25개구의 가구당 월 평균 소득과 가출 발생 건수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별 월소득 평균이 200만원대로 가장 낮은 강북구금천구, 중랑구 등에서 청소년 1,000명 당 가출 발생 수가 높게 나왔고 월 소득이 400만원대로 가장 높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에서는 가출 발생 건수가 적게 나왔다. 전문가들은 사회 계층이 양극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취약 계층에서 위기 청소년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기 청소년들이 또 다시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출 청소년을 보살피는 사회적 안전망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높다. 가출 청소년들이 보호를 받으면서 지낼 수 있는 쉼터는 전국적으로 8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쉼터의 설립 근거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명시돼 있어 법적 지위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설립 기준이나 운영, 근무자의 처우 등 세부적인 법적 규정이 없어 정부나 지자체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쉼터 근무자들도 주 60시간 정도 일하면서 월 120~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초기 가출 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동형 쉼터는 서울에 단 2곳, 전국적으로는 10곳에 불과하다. 가출 청소년 예방 관련 홍보나 광고, 연구 사업 예산은 2007년 4억300만원에서 계속 줄어 올해는 1억4,800만원이 책정됐다.

(사진=KBS)

박정현 pch46@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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