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허위정보 이용한 결혼 ‘인신매매’ 아닌가

허위정보 이용한 결혼 ‘인신매매’ 아닌가
국제결혼의 명암
 
조현아 기자 icon_mail.gif
최근 한국사회는 거주 외국인이 100만이 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여러 통로로 이주가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다양하다. 해결되지 않는 이러한 범죄를 해결하고 피해자들을 보호, 그들의 인권보장 내용을 포함하는 특례법 제정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악용된 예술·흥행비자…열악한 근로조건 항의하면 '협박'
인권침해 심각…7월 베트남 여인 탓티화앙응옥 살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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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영자

[시사코리아=조현아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족,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정착화 돼감에 따라 정부도 여러 가지 다문화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결혼 이주여성, 이주 노동자 등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범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해결을 위해 2007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를 통해 국제결혼 중개 업체를 합법화 시켰을 뿐 이들을 규제하거나 이주여성을 보호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주여성의 경우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보통 “가수로 취업시켜 주겠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기획사 관계자의 말에 속아 한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한국의 유흥업소 또는 미군기지 근처의 클럽에서 가수가 아닌 유흥 접객 업무 또는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체로 급여의 정도, 휴가 일수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애초 작성한 계약서 내용과 다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이러한 사례에 대해 통상 단순 성매매 알선 또는 성매매 강요 정도로 수사하는 경향이 있다.
 
필리핀 여성 초청한 연예기획사
 
지난 11월 30일 외국인 전용클럽 취업을 목적으로 필리핀 여성들을 예술·흥행비자로 입국시켜 전국의 외국인전용클럽에 접대부로 일하게 하며 성매매 등을 시키고 임금 및 수익금을 갈취한 기획사 대표 및 주점 업주, 성매매 여성 등 71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연예 기획사 대표 윤모씨(30)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예술·흥행비자로 필리핀 현지기획사와 공모해 여성들을 입국시켜 최저임금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경비 및 커미션 명목으로 8000만원 가량을 갈취했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 양모씨(44) 역시 윤씨와 함께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손님 접대 및 성매매를 알선한 9개 클럽 업주 및 관리자 1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체류목적 외 활동으로 손님접대 및 성매매를 한 필리핀 여성 50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 등은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국내 최저임금인 93만원에 계약하고 클럽으로부터는 한 명당 월120만~130만원을 받으면서 월급은 30만~50만원만 지급하고 단속을 대비해 93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사인을 받고, 항의하면 강제출국 등 협박하는 방법으로 한 명당 월 50만원 가량을 갈취했다.
또 외국인전용클럽 업주들은 필리핀 여성들을 당초 입국 목적인 노래 공연 등은 시키지 않고 손님접대와 성매매를 시킨 후 술값 외 팁 등으로만 월200만원 이상(80% 업주, 20% 본인 몫)의 수입목표를 정해 놓고 손님 접대 및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클럽을 압수수색해 성매매 및 매출관련 장부를 압수했으며, 필리핀 여성들의 경우 여성인권단체 상담원을 동석시켜 성매매 피해 사실을 진술했으며, 이들의 진술과 장부를 토대로 대부분의 외국인전용클럽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 필리핀 여성들 대부분이 클럽 내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숙식을 해결했다. 외출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주중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일을 하는 등 이들 중 일부는 업주로부터 잠 안 오는 약까지 먹기를 강요받았다.

경찰은 부산여성인권단체에서 외국인전용클럽에서 손님 접대 및 성매매 강요 등으로 인해 빠져나온 필리핀 여성을 보호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해 피해여성의 진술을 근거로 기획사 및 클럽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증거물을 압수 관련자들 순차적으로 소환 검거했다.

예술·흥행비자의 경우 수준 높은 예술인들이 국내 공연목적으로 발급되는 비자로 영상물등급위원회 공연추천부에서 영상물로만 심사를 통해 추천하는 제도를 기획사들이 악용해 현지 기획사와 공모해 필리핀 여성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몇 곡만 집중 연습시켜 심사를 받아 초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국내에 동종 기획사 100여개와 외국인클럽 250여개, 필리핀 여성 1000여명이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업계 전반에 걸쳐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인신매매냐 결혼이냐 논쟁
 
이주 여성들은 노동자, 성산업 서비스 종사자, 국제결혼 당사자로 이주한다. 최근에는 결혼을 통한 이주의 형태가 늘면서 ‘남성=노동 이주’, ‘여성=결혼 이주’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로 유입되어 오는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인종적인 차별을 경험한다. 경제적인 지위나 계급의 차이는 물론 인격적 차별과 편견을 감내해야 한다.
개발 도상국 여성과 개발국 남성 사이에서 행해지는 국제결혼의 경우 다분히 인신매매적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다.

모든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분류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이것과 관련 논쟁이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국제결혼이 이뤄지는 경로는 크게 상업화된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의한 중개방식의 국제결혼, 종교단체에 의한 중개, 개인을 통한 중개로 나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개업체의 경우 보다 많은 한국 남성들을 모집하기 위해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지면광고,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 등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초혼, 재혼, 장애인도 가능’,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가능’, ‘만남에서 결혼까지 7일’ 등 여성비하적, 인격모독적인 광고들을 서슴지 않는다. 국제결혼 업체를 통해 남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성의 경우 단체로 남성과 선을 보고 남성은 그 중에서 한 명의 여성을 선택한다.

선택 받은 여성은 그때서야 남성의 신상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일용 노동자를 건설업에서 일한다고 속이는 등 제공 받은 정보 조차도 허위인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8일 부산, 한국에 부푼 꿈을 안고 온 베트남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여성을 찌른 범인은 그의 남편이었다. 탓티화앙응옥(20)씨의 8일 밖에 되지 않은 새색시의 달콤한 꿈의 결과는 참담했다. 남편이자 피의자인 김씨(47)는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부부싸움을 하는데 귀신이 죽이라고 말하는 환청이 들려 죽였다”라며 횡설수설했다. 김씨는 정신분열 증세로 병원에서 8년 동안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탓티화앙응옥씨는 남편의 이런 병을 몰랐다.
 
결혼했더니 ‘위장결혼’ 오명
 
돈 욕심에 맞선에 나선 한국 남성에게 속아 한국에 들어왔다가 하룻밤 만에 쫓겨나 마사지업소에 몸담았던 중국여성이 ‘위장결혼’을 했다는 누명까지 썼다가 헌법재판소 덕에 범죄자의 오명을 벗게 됐다.

중국 위해시에 살던 왕모씨. 그는 2006년 11월 국제결혼 알선업자의 소개로 한국 남성 김모씨와 맞선을 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결혼을 약속한 왕씨는 이듬해 10월 한국에 입국했다. 혼인신고는 김씨가 그해 4월 이미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김씨는 왕씨를 반갑게 맞아 주지 않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더럽다’며 왕씨를 내쫓았다. 갈 곳을 잃은 왕씨는 국제결혼 알선업자의 아내 진모씨가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에서 생활하며 안산 등지에서 일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터졌다. 김씨 등과 짜고 취업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 위장결혼을 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마사지업소 일손이 부족해진 진씨가 김씨를 꼬드겨 위장결혼에 이르게 된 것.
진씨와 진씨의 남편은 김씨에게 “중국여자랑 혼인신고를 해 주면, 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 우리 마사지업소에서 일을 시켜 돈을 벌게 하여 매달 100만원을 당신에게 주겠다”고 말했고, 공돈 욕심이 동한 김씨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모른 채 한국에 들어왔던 왕씨는 ‘결혼을 하려는 의사는 진심이었다’고 항변해 봤지만 담당 검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검사는 2008년 9월 여러 사정을 살펴봤을 때 공모한 사실이 명확하다며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결국 왕씨는 헌법재판소에 억울함을 호소하게 됐고 사실 관계를 살펴본 9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최근 “왕씨가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했다거나 결혼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 밖에 결혼 이후 30% 가량의 여성들이 물리적인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정폭력이 아니더라도 최근 남편의 끈질긴 성관계 요구, 변태적인 행위 요구로 가출, 이혼 소송을 벌여 승소한 사건 등 성적인 학대·심한 정서적인 괴롭힘 등은 여성들로 하여금 심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또 이로 하여금 스스로 팔려왔다라는 의식이 들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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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관련 특별법 제정돼야
 
이처럼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 등 이주의 목적과 통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주과정에 수반하여 인권침해적인 범죄 행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효과적인 법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때문에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국가 간 이주 과정에서 착취 목적으로 인신을 매매하는 범죄에 대한 예방과 적극적인 법집행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 인신매매범죄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인권보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토론회가 열렸다.

형법 제31장과 같이 인신매매관련 법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별도의 특별법 규정이 필요한 이유는 현행 규정으로도 상당부분의 인신매매를 처벌할 수 있지만 형법상 ‘약취·유인죄’가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부녀매매죄’의 발생건수는 2005년 16건, 2006년 6건, 2008년 5건, 2009년 8월까지 3건으로 지난 5년간 30건이 발생했다. ‘국외이송 목적 약취·유인죄’는 지난 5년간 총 14건에 불과하다. 현행 형법상 약취 유인 관련 법규정이 현실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법조문이 구체적이지 못해 범죄행위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현재 인신매매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이 있지만 발생하고 있는 인권피해 사례를 인신매매 범죄로 포섭할 수 있도록 인신매매의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구성요건을 구체화하여 범죄의 발견 및 처벌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또 이들은 법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되어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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