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여성폭력피해 쉼터 이용자 정보 ‘정부 전산망 5년 보관’ 갈등 지속

여성폭력피해 쉼터 이용자 정보 ‘정부 전산망 5년 보관’ 갈등 지속

인권침해·2차피해 우려에
여성부 “유출 가능성 없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행복e음)을 놓고 여성가족부와 여성폭력피해시설 사이에 ‘인권 침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사통망을 통해서는 주민번호를 볼 수 없고, 업무 범위에 한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여성폭력피해시설 관계자들은 “한 번 쉼터에 왔다고 개인정보가 5년간 정부 통합관리망에 저장되는 건 2, 3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성폭력피해시설들이 가장 문제삼는 대목은 27개 기관 215종의 사항이 연계된 중앙정보시스템인 사통망에 개인정보가 5년간 집적된다는 사실이다. 폭력피해시설을 이용할 경우 기초생활 수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주민등록번호와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등의 정보가 이용기간에 관계없이5년간 정부 행정망에 집적된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폭력피해시설들은 지금까지 수기로 개인정보를 기록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수기로 전달해도 지자체에서 사통망으로 입력하게 됐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임혜경 소장은 “전자적으로 집적된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 여성폭력피해자의 사생활 침해, 신변 안전 위험, 정보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개인에 대한 정보와 기록은 최소한의 공간에서 보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시설들이 모인 ‘여성폭력피해자지원시설 전자정부화대응모임’이 지난해 10월 전국의 여성폭력피해시설 입소자 4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년간 개인정보가 저장됨에도 쉼터에 입소하겠다는 이들은 54.9%(230명), 입소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44.6%(187명)였다. 입소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가해자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62명·33.2%)과 함께 ‘개인정보 집적 반대’(60명·32.1%)를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또 입소하겠다는 이들 중에도 63.9%(147명)는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지만 쉼터 외에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화영 소장은 “여성폭력피해자의 인권보호가 우선인데 여성가족부는 업무 효율성만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8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신상정보 집적에 반대한다”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생계비 등 지원비를 받는 피해시설 이용자들의 자료는 5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며 “주민등록번호는 관리번호로 자동 변환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도 노출되지 않으며, 업무 범위 내에서만 열람이 가능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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