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기고|포항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연쇄 자살/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기고|포항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연쇄 자살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경북 포항시 중심지인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남부 대잠동 지역에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유흥업소만 50여 개가 넘고 실제로는 수많은 숙박업소와 노래주점 등이 밀집된 유흥산업 지대다. 지난해 7월부터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7명이 자살했다. 처음 3명이 사채와 맞보증으로 연쇄자살한 후 지난해 2명이 더 자살했고 올 들어 1월과 3월에 같은 사건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사망한 여성은 유서를 통해 업주로부터 성매매 강요와 인간적인 모욕을 받았음을 고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국의 모든 유흥업소들이 여성을 착취하고 관행처럼 선불금과 빚, 연대맞보증을 시키고 있을 텐데 왜 유독 포항에만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반문한다.

 

문제의 본질은 성산업 착취 구조에 있다. 유흥주점들은 식품위생법에 의거해 유흥접객원을 두고 여성들을 관리, 통제한다. 유흥접객원은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는 일을 하는 자’로 결국 술을 많이 팔아야 하고 술을 팔고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해도 이에 저항할 수 없으며, 손님들의 2차(성매매)를 거부할 수도 없게 된다.

 

이는 바로 성산업 업주들이 여성들의 몸을 이용해 벌금, 이자 및 외상 술값 등을 빚으로 올리는 착취 구조 속에서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선불금을 갚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저당 잡힌 몸이 돼 업소의 영업 규칙을 따라야 하고 업주 통제를 벗어날 수 없을 뿐더러 불법적인 성매매는 당연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포항지역 성산업 업소들의 영업 방식이나 착취구조의 문제, 사채와 빚, 연대맞보증을 통한 서로 간의 감시, 인간적인 모욕과 폭언 등의 일상화된 관리방식 등은 여성들을 옥죄는 사슬이 됐음이 분명하다.

특히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볼 때 대다수 여성들이 지역 연고를 갖고 있어 가족과 지역 사람들에게 알려질까봐, 또는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까봐 어찌하지 못하고 참고 지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경찰에서는 “감금도 없었고, 자유롭다”는 말로 포장되고 마치 개인의 문제인 단순한 자살로 처리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경찰은 자살사건 이면에 유흥업소 업주의 고리사채, 성매매 강요, 모욕 등 인권유린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특별 단속팀을 편성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한다. 여성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사건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무력함에 비하면 다행이다.

 

뒤늦었지만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성산업 착취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1130호 [오피니언] (20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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