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남성접대부 처벌근거 마련 위한 법개정안 MB “재검토” 한마디에 보류

남성접대부 처벌근거 마련 위한 법개정안 MB “재검토” 한마디에 보류
“(호스트바) 양성화할 우려”
국무회의 상정되고도 부결
한겨레 bullet03.gif 이유진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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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식품위생법 시행령에서 유흥종사자(접객원)를 ‘부녀자’로 한정한 것이 현실에 맞지 않다며 남녀 모두를 접객원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재검토하라”는 견해를 밝혀 보류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관계부처 차관 회의 등의 조율을 거쳐 합의된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고도 통과하지 못한 건 이례적이어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11일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식품위생법 시행령의 ‘유흥종사자’ 범위를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남성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됐으나 보류됐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서 (호스트바 등을) 양성화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니 근본적인 논의를 다각적으로 해보라”며 재검토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는 ‘유흥종사자 범위’에 대해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시행령을 보면, 접객원으로 여성은 고용할 수 있지만 남성은 배제돼, 호스트바 등이 난립하는 요즘 상황에 견줘 괴리가 크고 처벌 규정도 모호하다”며 “법률 정비 차원에서 바로잡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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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유흥주점의 접객원 자체를 아예 법적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유흥종사자를 따로 두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불법 성매매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는 제도”라는 의견을 복지부에 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주점에서 술을 따르고 유흥을 돋우는 남녀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아예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유흥종사자를 여성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학자인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는 “접객원을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성인은 누구나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종사자에 대한 단속·처벌을 위한 규정으로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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