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착취 피해자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인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논평]

성착취 피해자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인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영양결핍에 시달리던 네 살 아이가 폭행 끝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아이의 친모로, 여성이 아이와 함께 집을 나와 지인 부부의 집에서 거주하게 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3월 19일자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아이의 친모는 동거 중이던 지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성착취 피해자인 여성이 결국 학대와 방임, 폭력으로 눈까지 먼 딸아이를 숨지게 한 가해자가 된 것이다. 한 아이의 생명이 꺼져갈 때까지 누구도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그리고 아이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막지 않았다. 묻고 싶다. 학대와 폭력의 연쇄고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 학대와 폭력을 끊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20대 여성이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올 정도의 극한 상황에 몰렸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과 불화, 이에 따르는 아이에 대한 방임과 학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집을 나와 고립된 상태의 여성은 자신과 딸을 위해 살 공간을 내어 준 지인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했다. 지인은 여성과 아이의 생존을 볼모로 성적인 착취를 강요하며 포주노릇을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이루어진 성적인 착취의 결과로 2년 동안 1억 2천만 원의 돈이 지인에게 흘러갔다. 무엇보다도 성구매자들은, 여성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극단적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휴대전화 앱에서, 손만 뻗으면 돈을 지불하고 사람의 몸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성별에 기반한 젠더 폭력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한 인간의 생존과 존엄은 유지될 수 없었다.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고자 애썼던 피해자인 여성은 돈벌이 수단이자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되었고, 결국 최종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부모와 사회의 사랑과 돌봄이 누구보다도 필요했던, 너무나도 어리고 약한 생명이 최종적인 피해자가 되었다. 돌봄의 부재와 여성가장 생존의 문제가 아동학대와 성착취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현실, 피해를 입은 약자가 더 어리고 취약한 약자에게 가해를 저지르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하다. 비극적인 폭력과 학대의 사슬을 끊기 위하여 우리 사회는 그 무겁고 엄중한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돌봄 부재와 여성가장 생존의 문제가 아동학대와 성착취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구조적 사건이다. 여성에게 가해진 성 착취는 전형적인 성별에 기반한 젠더 폭력의 결과이며, 돌봄과 생존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때 더 취약한 아동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또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에 이어 성착취까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망을 강화하고 공공 아동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 착취 등 젠더폭력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휴대전화 앱을 통한 성구매가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만연한 성구매는 여성의 몸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취급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 결과는 심리적 지배에 따른 가혹한 착취로 이어졌다. 언론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아이의 죽음에 성매매가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성구매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성 구매를 통한 착취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심각성 또한 이번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만연한 성구매를 차단하기 위한 수요 차단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023년 3월 22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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