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대책위] 더 이상의 죽음도 은폐도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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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5일 오전 11시, 서대문 경찰청 앞.
대형버스에서 주황색 옷을 맞춰입은 여성들이 내렸습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보라색 목수건을 두른 여성들이 환호로 맞이합니다. 이들은 전국에서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입니다.

7월 2일자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포항 성매매 여성 연쇄 자살’편에서 포항유흥업소 여성들의 연이은 자살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 1일 사이에 포항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 9명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입니다. 선불금과 2차 성매매와 관련된 장부와 일기장이 있었음에도 경찰은 업소와는 무관한 단순자살로 7건의 사건을 내사종결지었습니다.

포항지역 유흥업소여성 자살사건 일지

2010년 7월 7일 포항시 남구 상도동 소재 <A유흥주점> 32세 이모씨 천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0년 7월 8일 남구 대도동 소재 <B유흥주점> 김모씨 휴대폰 충전기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0년 7월 10일 남구 상도동 소재 <A유흥주점> 23세 문모씨 대잠동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0년 7월 11일 7일 숨진 이모씨 밑에서 일했던 정모씨가 경주 황오동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0년 10월 20일 남구 대잠동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1년 1월 12일 남구 대잠동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 이모씨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1년 3월 8일 남구 대도동 원룸에서 <P유흥업소> 종업원 모씨가 숨진 채 발견(내사종결)
2011년 3월 24일 남구 상도동 <S유흥업소> 종업원 A씨 선불금과 2차 강요, 업주의 모욕을 못이겨 목을 매 숨진 채 발견(수사중, S유흥업소는 현재 A유흥업소로 이름을 바꾼 채 영업중)
2011년 6월 13일 북구 죽도동 원룸에서 <D직업보도사무실>에서 일하던 A씨 숨진 채 발견(수사중)

 

경찰은 죽은 여성의 통화내역은 물론 장부조차 증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 장부에는 여성들이 죽기직전까지 업소에 출근했다는 것과 선불금을 받고 2차 성매매를 나간다는 것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경찰은 ‘유흥주점은 성매매를 하는 곳이 아니며 선불금 또한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업주들이 오히려 여성들의 죽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실정입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대응해 온 여성단체들은 이 날,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몬 업주들과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경찰 등 공권력의 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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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공동대표는 “군산 개복동의 비극이 포항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은 공정한 수사와 조속한 진상규명에 앞장 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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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후에는 죽은 여성들을 침묵으로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현수막을 펼쳐 그녀들의 넋을 기리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분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해야했던 그녀가 남긴 마지막말은 “살고싶다”였습니다.

포항유흥주점 성산업 착취구조의 문제는 복잡합니다.

우선, 유흥주점 여성들에 대한 일상화된 착취구조가 있습니다. 선불금 제공 후 이에 대한 고리의 이자 착복(월 3%~5%), 테이블서비스요금과 2차(성매매)비용에서 세금(10%)과 모텔비 선공제, 손님들이 술값을 외상으로 처리하면 이 비용을 여성들이 모두 책임, 일할 때 필요한 비용(홀복, 화장품비, 방값 등등) 모두 여성들의 책임입니다. 이 모든 비용을 제하면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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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흥주점 업소 여성들에 대한 2차 강요로 이를 거절하면 받을 불이익 때문에 2차를 절대 거절할 수 없습니다.

셋째, 유흥주점 업주들의 상시적 세금탈루와 여성들의 피해입니다. 손님에게 아무것도 기입하지 않은 카드 명세표(일명 무지카드)를 받고 이를 여성들에게 댓가로 지불하거나, 카드처리를 해주는 업주들에게 영업권(주류, 화장품 등)을 주는 등 종사여성들과 주변상인 등을 동원하여 공범화하고 있습니다.

넷째, 지역의 책임있는 기관인사(경찰, 고위공무원, 세무서, 기자 등등)와 업주들과의 연계입니다.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으면서 유흥업소 여성들 사이에는 업주와 경찰이 공모하여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소문이 퍼져있고 이는 다시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어떻게 해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절망감을 확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성구매자가 되기도 하고, 또 업주가 수시로 자신이 공공기관의 인사들과 친분이 있음을 종사여성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포항의 업주들은 자신들의 불법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한마음회’라는 협회를 만들고 모든 이권은 이들의 통제범위를 벗어날 수 없게 했습니다. 작은 지역사회 안에서 이러한 힘의 사용은 여성들의 현재 삶뿐만 아니라 미래 삶조차 차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성산업착취구조로 희생된 여성들을 기억하고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는 길에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다음은 우리의 요구사항입니다.

1.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이 있는 경찰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강력한 사법적, 행정적 처벌을 촉구합니다.

1. 축소, 은폐된 그 동안의 포항 대잠동 일대 여성들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수사를 다시 원점에서 재수사하여 지금이라도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업주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1.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의 핵심적 조직이라 지칭된 ‘한마음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다시 이러한 착취구조를 재생산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1. 정부와 경찰청, 포항시와 경찰, 검찰 등은 여성들의 희생과 재발방지를 위해 유흥업소 등의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연대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