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활동]토론회-디지털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2020년 10월 20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에서는 디지털성폭력 관련 양형기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는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을 시작으로 디지털성범죄의 토대가 되는 다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범죄행위에 부합하게 조정되어야”함을 주장하며 성매매알선 범죄의 양형기준과 실제 적용에 대한 분석을 토론했습니다.

<토론문 전문>

양형기준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확정하고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에 대해 29년 3개월까지, 상습범인 경우 최소 10년 6개월 이상 형을 선고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안동지방법원은 n번방 운영자 ‘갓갓’에 대해 무기징역을, ‘와치맨’에 대해서는 10년 6개월을 구형하였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봤을 때, 이런 권고와 구형은 전국민적인 분노에 대한 사법부의 응답이라고 생각하며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을 시작으로 디지털성범죄의 토대가 되는 다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범죄행위에 부합하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성범죄의 처벌은 낮은 법정형, 그보다 낮은 양형기준, 그보다 더 낮은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본 토론에서는 ‘성매매’ 범죄, 특히 성매매알선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과 실제 범죄에서 이 양형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이것이 성매매알선 범죄를 판결문에서 하나같이 “죄질이 나쁘다”고 하면서도 거의 처벌하지 않아 왔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런 처벌관행이 성매매처벌법을 무화시키며 성매매알선 행위를 방해 없이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먼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법>(이하 성매매처벌법)은 성인에 대한 ‘성을 파는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등’은 (대가가 없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대가수수 등에 의한 성을 파는 행위 강요 등’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한 양형기준은 기본이 ‘8월-2년’, 대가수수는 10월-2년 6월’로 권고하고 있다. 성인에 대한 ‘성매매 알선 등’에 대해서는 법은 (대가가 없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영업・대가수수 등에 의한 성매매 알선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양형기준은 성매매 알선 등은 ‘4월-10월’, 대가가 있을 경우 ‘6월-1년 4월’을 기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양형기준이 법이 명시하고 있는 형량보다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감경요소는 이 형량을 더 낮춘다. 감경요소가 인정되면 ‘성을 파는 행위 강요’는 (대가가 있을 경우) ‘6월-1년 6월’로 낮아지고, ‘성을 알선한 행위’는 ‘8월’까지로 낮아진다. 감경요소는 ‘디지털 성범죄’ 감형요소와 마찬가지로 문제적인데, ‘성을 파는 행위를 강요’한 것과 ‘성매매 알선’ 모두 “소극 가담”, “단기간 영업 또는 실제 이득액이 경미한 경우”,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인자로 규정한다.
 
– 소극 가담: 성매매 강요와 알선에서 무엇을 소극 가담으로 볼 것인가. 성매매는 조직범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체계적으로 범죄에 개입하게 된다. 업소 실소유부터 여성들 관리, 알선, 카맨, 마담, 소개업자, 전주 등이 모두 성매매와 관련된 사람들이며 성매매 알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며 누구의 역할이 더 가볍다 말할 수 없다.
– 단기간 영업 또는 실제 이득액이 경미한 경우: 모든 성매매 영업/알선 처벌은 장부가 있거나 영업이익이 증명된 부분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또 성매매 알선에 대해서는 고소인이 피해자 여성이 성구매자를 특정할 수 있는 건에 대해서만 처벌하거나, 부지런한 수사관을 만난다면 업주의 카드전표를 통해 성매매 건수를 추정한다. 그럼에도 실제 영업한 기간과 이득액에 비해 수사대상이 되는 기간은 매우 짧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업주에 대해 그 업소에 일주일 있었던 여성이 고소를 한다고 하면 영업은 일주일 한 것으로 수사가 이뤄진다. 이런 경우 당연히 실제 이득액도 일주일만 계산된다.
– 진지한 반성: 재판정에 서서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이 몇이나 될까. 진지한 반성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통해 알 수 있나. 대부분의 성매매 알선자들은 재판 중에도, 심지어 구속이 된 상태에서도 업소 운영을 계속한다. 이들은 진지한 반성을 통해 형을 감형받은 후이지만 업소 운영을 포기하지 않는다.
– 형사처벌 전력 없음: 성매매 범죄는 발생비율에 비해 처벌될 확률이 낮다. 재수가 없어 단속이 되고 처벌된다 해도 대개 벌금형에 그친다. 그런데 처벌 전력이 없기 때문에 감형을 해준다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대로 처벌해야 처벌 전력이 생길텐데 제대로 처벌하지도 않고 처벌할 의지도 없으면서 처벌 전력이 없으니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그냥 처벌하지 않겠다 선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양형기준이 실제 판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소속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지원하여 진행한 사건 중 일부 판결문을 정리했다. 정리한 판결문은 총 13건인데 이중 실형을 받은 건은 4건에 불과했고 1건은 벌금형, 나머지 8건은 집행유예가 나왔다. 대부분의 고소 건이 증거불충분 무혐의 또는 벌금형이 나오는데 기소되어 재판까지 갔다는 것은 검사와 판사가 인정할만한 범죄혐의 및 증거가 충분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담소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처벌은 경미했다.
양형의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유리한 정상을 “범행 인정”과 “진지한 반성”을 들고 있다. 증거가 충분하여 기소된 것이니 범행의 인정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감형의 요인으로 삼을 이유는 없으며, 진지한 반성 또한 정말 반성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없다.
 
– 사례11의 경우,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벌금형과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업소 운영을 계속하였다. 재판 과정 중에도 업소 운영을 하고 있어 상담소가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판사는 피고인이 가족을 부양 해야 했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0월형에 처한다.
– 사례1은, 피고인이 성매매알선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 같은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음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받았다.
– 사례 4는, 동종 벌금형 전과 3회, 집행유예 전과 1회가 있음에도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점을 들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분을 내렸다.
– 사례5는, 범죄일람표 230회를 특정하고 ‘장기간 또는 조직적 범행’을 특별양형인자로 보았음에도 “동종 전과 및 벌금 넘는 전과 없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
 
이처럼 양형기준은 오히려 제대로 된 처벌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감형요인은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감형의 근거가 되고 있다. 양형기준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 판사들은 안 따를 이유가 없고 기계적으로 이를 적용하다 보니 성매매 알선 범죄는 ‘경범죄’에 다름 아니게 되었다. 성매매 알선 역시 오프라인을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성매매여성은 성매매 범죄의 특성상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크고 피해를 호소하기는 더욱 어렵다.
사례 6과 사례 7은 마사지업소로 위장한 성매매업소에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하여 성매매를 알선하고 이를 위해 온라인에 광고 게시한 사례이다. 온라인에 광고하였다면 업소에 대한 성매매 후기,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 등의 추가 범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위 사례는 징역 1년, 그리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두 사례 모두 “범행인정, 진지한 반성, 벌금형을 넘어서는 범죄 전력 없음”을 유리한 정상으로, “전파성이 높은 매체를 이용한 광고행위”를 특별양형인자로 가중 받았음에도 낮은 처벌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그리고 제대로 된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려면 성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접근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수준은 여성폭력에 대한, 성폭력, 성매매에 대한 이해수준과 결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양형기준 마련을 시작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에 대한 양형기준도 새롭게 검토, 마련하길 촉구한다.
연대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