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3월 보다 세미나 후기

성착취를 성착취라 부르지 못하고

보다 활동가 레츠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 활동가로서 반성매매운동의 방향성과 실재로 지원이 가능한 한계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성매매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성매매”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법은 성매매여성에게 가혹한 현실 속에서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도구이면서도, 때로는 활동가과 상담소를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 현재의 성매매처벌법 앞에서 여성들은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여성을 ‘성매매피해자’로 보지 않고 ‘성매매행위자’로 처벌하고 있다. 이때 성매매피해자와 성매매행위자를 나누는 기준은 ‘자발’과 ‘비 자발’이다.

자발, ‘남이 시키거나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행하였다’ 판단되면 성매매행위자로 처벌되며, 비 자발이면 성매매피해자로 본다는 것이다. 자발/비 자발의 구분에는 성매매여성을 ‘윤리적으로 타락하여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처벌하려는 시선과 성착취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다.

이는 또한 성매매를 구조적 폭력이 아닌 사회 문제로 간주하며, 여성과 업주, 알선업자, 성구매자 사이의 위계와 폭력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유독 여성폭력을 구조적·통계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걸 꺼려하면서, 개인적인 일·개별적인 사건으로 보려는 태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을 지우고 자연스러운 일로 만들고, 성매매 여성을 성차별 구조 사회의 종속집단으로 남겨두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성매매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성매매 범주가 실제 현장을 담아내고, 지원 요청하는 성매매여성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성매매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를 통해 여성들이 처벌받지 않게 된다는 것은 성차별 구조 해소와 연결된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성매매여성의 인권이 곧 여성인권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성착취를 성착취로 제대로 명명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고민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