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대구 지역 성매매 피해 사건에 대한 전국연대의 입장문

단순 성매매란 없다!

여성에게 왜 성매매 당했나묻지 말고,

성매매 가능하게 하는 사회에 책임을 물어라!

“낮에는 애 보고 밤엔 성매매… 옛 동료 강제 결혼까지 시켜 노예처럼 부린 부부”(한국일보, 2023. 01. 16.)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피해여성은 40대 선배부부와 이들이 강제 결혼시킨 남편에게 3년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노예 같은 생활을 했다고 한다. 후속보도(한국일보 2023. 01. 18)에서는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가해자들이 한 가혹행위를 알 수 있었고, 피해자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성매매 피해를 지원해온 현장단체에서 이런 사건들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런 사건을 지원할 때마다 가장 고역스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는, 소위 말하는 특별히 취약한 조건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성매수자가 피해여성의 몸에 있는 상처를 보고 신고를 하였다고 한다. 피해자 몸에 난 상처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그 여성의 피해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만약 단속에 걸려 경찰이 이 여성을 만났다면 그녀가 입은 피해를 알아차렸을까? 이같은 피해가 지속되기 전 최초의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만약 이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였다면 우리 사회는 그녀의 말을 믿어주었을까? 지금도 경악할만한 성매매 강요와 성착취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피해자를 피해자와 피해자 아닌 자를 구분하고, 성매매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심지어 오히려 피해자를 낙인찍고 비난하면서 성매수자와 알선업자에게는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이 경악스러운가? 소위 말하는 ‘단순 성매매’란 없다. 이번 사건이 가능했던 이유는 피해자에 대한 가스라이팅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성매매는 가스라이팅을 근간으로 한다. 알선업자가 피해자에게 가하는 가스라이팅 이전에 우리 사회 전체의 가스라이팅이 있다. 청소년에게까지 아무런 가책 없이 성매수하는 무수한 어른들과 이들이 지불하는 ‘돈’이 만드는 거대한 불법이윤은 가난하고 취약한 여성들을 “공주로 대접”해준다고, “쉽게 돈 벌게” 해준다고, “가족처럼 대우해준다”고, “당장 필요한 숙식과 돈”을 약속하며 거대한 성매매 시스템으로 유인한다. 이 시스템은 함정에 빠진 피해자를 때로는 가해의 공모자로 만들고, 이 함정에서 벗어나려 할 때 이 사회가 어떻게 응징하는지 보여주고 협박하고 통제한다.

「성매매방지법」이 이루고자 한 목표는 국가가 성매매를 방지하는 책임을 지고, 이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실행해 나가며, 성매매여성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지․지원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성매매 수요차단이었다. 그러나 법의 목적과는 상반되게 수사기관들은 성매매여성을 범죄자 취급하고, 성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성매매 알선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피해자의 삶과 존엄을 철저히 짓밟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은 강력히 처벌되어야 한다. 3년간 피해자의 성을 착취한 2000명의 성매수자도 철저히 수사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는 무수한 피해자들이 있고 피해를 피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성매매여성이 있다.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입었는지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가 증명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피해의 증거이다. 성매매여성은 성매매가 만드는 여성억압과 차별에 의한 구조적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를 당당히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피해를 고발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업주와 성매수자, 경찰에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협박을 받고, 처벌의 위험을 감수할 때에야 알선자와 성매수자를 고발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러한 피해를 끝내기 위해서는 짧은 분노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요청한 것처럼 또다시 피해자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성매매 알선과 강요, 성매수에 대한 강력한 차단 정책, 그리고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방지법의 개정이다.

성매매 강요하고 노예처럼 부린 가해자,

성매매 알선과 강요를 가능하게 한 2000명의 성매수자,

성매매가 가능한 사회를 만든 우리 모두가 이번 사건의 책임자다!

성매매 강요한 가해자, 성매수자 철저히 수사하여 강력 처벌하라!

성매매 수요차단 대책 마련하고,

성매매여성 처벌하는 성매매방지법 개정하라!

2023년 1월 19일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현장상담센터협의회

성명/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