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n번방 성착취에서부터 ‘벗방’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n개의 성착취,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수요차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성명서>

n번방 성착취에서부터 벗방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n개의 성착취,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수요차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여혐이 스포츠가 되고, 성폭력이 문화가 되고, 성착취가 산업이 된 나라에서 이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국가적 재난이자 기사의 내용을 직면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사회적 트라우마다. 이렇게 여성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취급하며 관전하고 품평하며 능욕하고 희롱하며, 폭행과 범죄를 일삼는 데에 26만 명 가까이 되는 남성들이 공모해왔다는 현실은 지금도 충격적이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이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텔레그램 성착취와 같은 문제는 여러 형태로 반복되어왔고, 그때에도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여성의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에 가담한 공모자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3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도에서 인터넷 성인방송 ‘벗방’이 남성 관전자들을 계급화하여 돈을 통해 여성신체를 더 손쉽게 침범하고 훼손하는 자를 우위에 세우는 방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음이 드러났다. 관전자들은 정확하게 텔레그램 단톡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을 이용하여 더 많은 착취 행위를 가능케 하는 공모자들이다. 성적 착취, 갈취, 노예계약, 스트리밍 방송 불법 유출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입는 피해는 끝도 없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온갖 형태의 상업화된 성착취에서부터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등 가장 최근의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각종 성착취 범죄에 이르기까지 n개의 성착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끔찍한 성착취 범죄와 이에 대한 공모가 두 가지 원인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사회의 만연한 성착취 구조는 여성의 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상화해왔다. 성착취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나라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성매매/성착취 현장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10조원을 돌파한 국내 기업의 접대비는 대부분 유흥업소 등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상업화된 성착취를 확산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50.7%가 성구매를 했다는 충격적인 결과 역시 2016년도에 나왔음에도 반성과 부끄러움보다 오히려 성착취를 산업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발언이 21세기에 반복되고 있다. 여성의 신체를 능멸하고 성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리얼돌’을 산업으로 장려하자는 이용주 국회의원의 발언이 국정 감사 자리에 나올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화하는 사회에서 성착취 산업의 구매자들은 그저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가 아니라 제작, 생산, 유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생산자이자 강간과 착취가 돈벌이가 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가장 기여도 높은 공모자이다.

둘째, 남성중심적 사회와, 남성의 성적 욕망의 추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끔찍한 고정관념이 이러한 공모를 오랫동안 정당화해왔다. 남성들의 일상적인 성구매 행위는 일상적인 성적 착취에 다름 아니었고, 여성을 물건처럼 고르고 품평하는 문화는 고스란히 단톡방으로, 성매매 포털사이트 게시판의 ‘구매’후기로 옮겨갔다. 남성 중심적 문화 속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적 모욕과 침해를 언어적, 물리적으로 일삼는 행위는 오히려 남성성을 과시하는 스포츠에 지나지 않으며 전형적인 강간문화다.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도 전에 남성의 성적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감싸기에 급급한 사회 문화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국가의 대응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3월 7일 국회가 보도자료를 내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고 한 내용은 입법자들의 무지와 무능, 문제의식의 부재 및 저급한 남성권력을 그대로 보여준 입법실패의 전형이다. ‘텔레그램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를 막아달라’는 국회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에 대해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라는 김도읍 의원, “자기 만족을 위해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것이냐”는 정점식 의원,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의 발언 등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들이 내뱉은 망발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말의 반성도, 부끄러움도 없다.

수많은 개인방송, 벗방에서부터 텔레그램, 디스코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플랫폼들과 이용자들이 가장 취약한 여성들을 노예화하고, 착취와 폭력을 일삼고 있다. 익명성과 보안성 뒤에 숨어 이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불법적 행위의 가담자와 공모자를 포함시키고 같은 공범을 만들면서 성적만족의 외피를 뒤집어쓰면서 성착취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취약한 여성들은 성착취 산업 구조에서 온갖 기망과 협박, 위계위력, 불공정한 계약 등이 무기가 되고 있음에도 사회적 낙인과 ‘자발’의 덫에 걸려 피해자로서의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78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이들은 단톡방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성산업 착취 구조 속의 대부분의 피해자들이다.

우리는 강력히 주장한다. 성산업 착취 구조를 해체하는 길만이,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예방하는 길이다. 또한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수익을 창출하게 함으로써 성착취 산업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수요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차단만이, 계속되는 비극을 끊어낼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시민권을 박탈당한 성착취 피해여성들에게 자발/비자발을 기준으로 처벌해 온 기존의 관행을 당장 멈추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만이,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020324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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