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주체다. 시대역행적인 여성가족부폐지가 아닌 성평등 전담 부처로의 확대·강화를 촉구한다!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주체다. 시대역행적인 여성가족부폐지가 아닌 성평등 전담 부처로의 확대·강화를 촉구한다!

‘여성가족부폐지’라는 시대착오적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결국 10월 6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발표하였고, 국민의힘은 올해 안에 정부조직개편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청소년과 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고 여성고용 기능을 고용노동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작은 부서라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더니 이제는 ‘여성에 대한 보호’를 더 잘하기 위해 부처가 아닌 보건복지부산하 본부로 격하시키겠다며 과감하게 여성을 삭제하는 앞뒤가 맞지 않은 논의로 국민을 호도하고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통합과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정치인가?

젠더에 기반한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은 코로나 이후 더 많은 정책적 결단을 요청하고 성별불평등 구조로 접근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대선 기간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시작으로,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여성 혐오적 정책을 반복해오고 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에서 수행해왔던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젠더에 기반한 여성 폭력 지원 활동을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여 ‘보호’를 더 강화한다는 것은 폭력에 대한 무지와 여전히 여성을 ‘요보호’대상으로 취급하는 저급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 시기, 국가가 표면적으로는 성매매를 금지하나 실제적으로는 성산업을 허용 및 지원하면서 성산업착취구조를 확산시키고,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한 부녀복지정책에 따라 소위 ‘윤락여성’을 선도한다면서 ‘풍속을 해치는 자’로 낙인찍고 단속 및 처벌했으며, 부녀보호지도소에 강제로 수용했던 반인권적인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국가가 경제발전과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여성을 동원하면서 성매매/성착취를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폭력을 행사해 왔던 것이다.

2000년, 2002년 성매매업소 화재참사가 발생하고 나서야, 성매매를 성별불평등 구조에 기반한 성착취와 폭력의 문제로 정의하고 구조적 문제해결과 국가 책임을 강력히 요청하는 흐름이 형성되었고, 이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의 견고한 “구조적 성차별”과 성평등 관점의 부재 속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성착취·폭력의 문제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성별불평등한 구조에서 여성들은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려 성착취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성매매여성들은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될 우려로 피해를 호소하거나 신고하지 못하는 반면, 알선업자와 구매자는 이를 악용하여 성매매여성을 착취하고 통제하고 있다. 그 결과, 성착취·성매매는 교묘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의 성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국가대책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법과 정책의 한계는 성매매뿐만 아니라 가정폭력과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 다른 젠더 폭력 영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젠더에 기반한 여성 폭력 피해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피해 지원과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성별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파악한 젠더에 기반한 여성 폭력 피해의 실태와 피해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 및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에 대한 요구를 무시한 채,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 우리는 분노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이분법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질서를 전제한 채, ‘여성’을 오직 ‘정상가족’ 재생산의 도구로 보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이는 “남녀를 위한 정책”도, “피해자 보호 강화”도 아니며, 바로 앞의 현실을 무시하는 “구조적 성차별”의 단면일 뿐이다. 또한 더 많은 정책과 실천이 필요하고 인권에 대한 국가 책임이 더욱 중요해짐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과제를 축소 왜곡시키는 행태는 차별을 심화시키는 반인권적 퇴행이다.

우리는 과거로 퇴행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 나아가며 진정한 모두를 위한 정책,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1. 성매매여성 처벌하는 성매매방지법 개정하라!

2. 여성가족부 폐지안 철회하라!

3.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 강화하고 성평등 추진체계 확립하라!

2022년 10월 14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대구여성인권센터, 수원여성인권 돋음, 인권희망 강강술래, 새움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 티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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