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북콘서트 후기②

[북콘서트 두번째 후기]
지난 12월 4일 있었던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북콘서트의 두 번째 후기를 전합니다. 마음 내어 후기를 써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북콘서트 참가자 나래

생의 고단한 시절은 흔히 터널에 비유된다. 터널은 동굴과 달라서,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어둠이 끝난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의 저자 ‘봄날’은 길고 긴 터널을 통과했고 결국 우리는 만났다. 과거의 상처로 여전히 힘들 때가 있다고 밝혔지만, 자리에 있던 청중에게 울지 말고 웃으라던 그의 모습은 단단하고, 담담했다. 울음의 자리는 노래가 대신한다. 분노 해소와 자기 직면의 과정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한 권의 책이 되어 과거의 자신이었을 누군가에게 위로로 다가간다.

저자는 자기 삶의 여정이 개인의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알리고, 구매자들이 반성하게 하기 위해 출간을 결심했다. 어쩌면 이 책은 반성매매 활동가인 저자의 기도문일지도 모른다. 폭력은 가장 약한 사람을 향해 흘러내린다. 탈성매매 후에도 죄의식은 여성에게 흔적처럼 남는다. 낙인을 담은 폭력적 시선은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만을 향하고, 저자의 표현처럼 ‘가난을 짊어진 채 충실히 살았던’ 여성들은 괴로움에 몸서리친다. 잘못된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해도 오답이다. 때로는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답이 나오기도 한다.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단죄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자신의 죽음을 바랐던 저자는 이제 구조적 변화를 외친다. 그의 기도와도 같은 증언이 허무로 밀려가게 둘 수는 없다.

‘자학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례로써의 귀중한 경험입니다.’ 저자가 언니들에게 전했던 마지막 한 마디는 곧 자신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탈성매매 후에 세상에 편입되기보다는 싸울 것을 결단했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부수고, 자신을 연결하는 데에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했을지 나는 감히 짐작하지 못한다. 그는 왜 말해야 했는가. 아니, 왜 말할 수밖에 없었을까. 존재와 행동을 해명하라는 세상의 요구는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을 내렸다. 잘난 내 인생이 감동이었다고.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토크가 끝나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당신의 과거는 부끄럽지 않다, 그때의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위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눈물에 면역이 없었다. 시간은 약이라던데 왜 내게는 약효가 들지 않을까. 얼마나 울어 보내야 그 날 들이 떠날는지 아직도 모른다. 분노에서의 해방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나는 아직도 마음이 작아서, 상황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의 위로가 피상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봄날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먼저 겪은 사람의 위로라는 사실 만으로 내게 그 목소리는 공허하지 않다.

책은 더 많은 말과 글로만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운이 좋게도 봄날이라는 사람까지 만나게 되었다. 이 우발적 만남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모든 만남에는 뜻이 있다고 믿으니까. 저자는 자기를 오롯이 만나는 과정이 글쓰기이니 꼭 글들을 쓰시라고 했다. 과거의 나를 박제상태로 두지 않고 다시 만나는 건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고 숙명이다. 그래서 가난이 서러워 죽음이 간절하던 그 때를 잊고 싶지 않다. 치사량만큼 쌓인 응분과 억울함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주해야 한다. 글을 써보라는 저자의 한 마디에 이렇게 거짓 없이 속내를 뱉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우선은 성공이다. 이 후기는 내게 저자와 만남의 이유다. 그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도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책과, 저자의 지지가 가닿아 각자의 방식으로 한숨 돌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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