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매매 액션 크랙] 5월 모임

5월 21일(금) 19:00~23:00 까지 2021년 반성매매 액션 크랙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총 10명이 참여해주셨고 반성매매 활동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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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길음역 10번 출구 바로 옆 미아리 집결지가 있었다. 내가 센터로 향하기 위해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걸었던 길, 성매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냥저냥 다니는 길, 그 바로 옆에 미아리 집결지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이 없는 듯 다녔지만 누군가에겐 그곳은 목적 자체였다. 나도 오늘은 그곳에 목적을 두고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와는 다른 목적인 남성들 23명을 그곳에서 마주쳤다.

삐끼 이모들은 우리가 상담소에서 왔다고 하면 존댓말을 하며 받아줬다. 이모들이 업소 안 언니들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나와는 다르게 대한다는 걸 안다. 나와 언니들은 무엇이 다른가. 그곳에 있던 23명의 남성들은 우리가 누구든 반말로 대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얘기를 그냥 입으로 뱉었다. 여성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 와서 여성들의 몸을 돈으로 구하려 하는지 그것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언니들과 별다르지 않아 보였다. 나는 언니들과 무엇이 같은가.

무거울 정도로 많던 물품은 걸은지 2-30분 만에 사라졌다. 우리는 못 보는, 못 만나는 그 언니들이 검은 창 안에, 철판 안에, 그만큼 많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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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집결지 아웃리치를 다녀오는 길이다. 작년부터 다시 하게 된 크랙에서 올해에는 미아리 텍사스촌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데, 그 첫 활동이었다.

오랜만에 간 집결지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엄청나게 성황리에 운영이 되고 있었다. 가져간 물품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돼 부족했고, 물품을 나눠주는 동안 지나친 마담 이모들과 성구매자 남성들도 숫자를 세다 까먹을 만큼 많았다.

아웃리치를 나가기 전에는 간략한 발제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때 나눈 이야기들이 아웃리치를 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가는 골목마다 성매매 업소 전단지가 뿌려져있는, 초등학교 옆 맥양집과, 큰 도로변의 키스방과,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이 붙어 있는 지하철역이 있는 공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오늘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실 왜 내 마지막 여성주의 활동의 종착점이 반성매매였는지 나 스스로도 제대로 몰랐는데, 새삼 깨달았다.

처음 맥양집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을 때, 내 일상이 성매매 산업과 생각보다도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가 내가 숨 쉬는 공간을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하게 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가 집 근처의 맥양집을 지나칠 때마다 그 공간과 내가 분리돼있지 않다고 느꼈고, 내 집 주변의 골목들이 궁금하고, 이 공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구나. 그런 이유들로 반성매매 운동이 내 마지막 관심의 종착점이 된 거구나, 싶었다.

얼굴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성매매 업소의 언니들에게 우리가 준 물품이 제대로 전달됐기를 바라며, 앞으로 남은 일 년 동안의 활동도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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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하나의 인간이 아닌 소비재로 착취하고 통념의 재생산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를 걷게 되었다.

과거 전주 선미촌에서 느꼈던 충격 이상을 느끼게 된 시간들과 공간이었다. 집결지에서 흔히 보이는 붉은 등이 비추는 업소가 아닌 그 새어 나오는 붉은 등마저 어둠으로 가려진 미아리 집결지 골목은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나까이 이모들의 담배 태우는 소리와 구매자들이 걸어 다니는 저벅저벅 소리, 우리들이 현장 방문을 위해 걷는 소리뿐이었던 것 같다.

다니면서 본 20대로 보이는 5명의 남성들이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모습과 나까이 이모들에게 이끌려 업소로 가고 있는 중년의 구매자 남성들, 골목 곳곳에 붙어있는 다양한 전단지와 가격표들이 눈에 띄었다.

집결지를 나오자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아이들이 부모와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같은 공간을 살고 있지만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얼마나 우리와 성매매가 가까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우리가 보이지만 안 보는 것뿐이지 않나 싶다.

집에 가며 여전히 전단지와 맥양집이 즐비한 거리를 걷는다. 집결지만이 한정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아닌 모든 곳에서 동시적인 겹쳐 보이는 것 같다.

구매자와 같은 위치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기에 끊임없이 균열을 발생시키고 배울 수 있길 바라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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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혼자 거닐던 골목을 ‘아웃리치’라는 명분으로 활동가님들과 모여 함께 걸을 수 있었다.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길 위에 있었는데 이모님께서는 오늘이 금요일 밤이고 10시 이후에는 음식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포장마차로 모인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활동가분들과 안면이 있어서인지 물품을 나눠드릴 때 우리를 불편해하시거나 쫓아내시는 분들은 없었다. 내부에는 대략 5명 정도의 언니들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이모님과 주방 이모님 물품과 함께 한 이모당 대략 7개의 물품을 드렸다.

이모님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남성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무리 지어오는 20-30대로 보이는 남성들, 돈을 뽑는 남성, 말을 거는 50대 남성,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는 남성들, 우리를 경계하듯 어슬렁거리는 남성들 수많은 남성들이 그곳에 있었으며 나는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하지만 단체로 아웃리치를 위해 이곳에 방문한 이상 단독으로 행동은 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행동은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수많은 남성들 속에서 언니들은 볼 수 없었다. 그저 남성과 이모님들뿐이었다. 아웃리치가 끝난 후에도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다음 아웃리치 때는 이모님들께 더 집중을 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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