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0주기 추모 및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 인권행동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0주기 추모행사가 2012년 1월27일 군산개복동에 위치한 성광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식전행사로는 소망비행기 접기를 진행하였고, 본 행사는 추모영상, 추모시와 추모의 글이 낭독되었고, 이야기마당과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이후 개복동 화재현장으로 이동하여 현장에서 참배 및 헌화, 공동성명서를 낭독하면서 추모행사를 마무리 하였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0주기 추모 및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 인권행동

공 동 성 명 서

 

성매매에 대응하는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산업착취구조 해체하라!!

2002년 1월 29일은 군산개복동 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업소에서 영업을 마치고 잠자던 14명의 여성이 무참히 희생된 날로 올해로 10주기가 되었다.

2000년 9월19일 군산대명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20대 여성 5명이 사망한지 1년 6개월만에 발생한 개복동 대형참사는 우리사회 만연한 성매매현실과 폭력성을 드러내면서 성산업축소와 여성인권을 중심으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도록 하였다.

 

올해 10주기를 맞이하여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긴박한 마음과 우리사회의 성산업착취구조의 잔혹함이 여전히 건재함에 분노한다.

빈곤과 사회양극화의 확산, 점점 사라져가는 일자리로 인해 여성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는 속에서 복지와 인권은 후퇴하고 경쟁과 시장구조로의 일방적인 편입만이 강요되고 있다. 그럼에도 성산업의 확대와 확산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하여 돈벌이와 생존으로 미화시키고, 더욱 취약한 상태에 내몰린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에는 무감하게 대응하면서 그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 결국 여성들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 확대된 성산업은 돈벌이로 합리화 되고, 별다른 규제 없이 수많은 수익을 창출해 내는 그 이면에는 착취구조를 더욱 강화하여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또한 사회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문제는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취급하여 성매매를 인권의 문제가 아닌 상납, 접대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군산개복동 화재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은 여성들의 인권과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집행력을 강화하라!!

군산개복동 화재참사 10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8년,

법 시행 초기의 집행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법망을 피해가는 다양한 형태의 성산업의 확산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경제적 비용의 문제, 여성들의 인권의 문제로 넘겨지고 있다. 법을 무력화 시키려는 기득권층과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는 성매매여성들을 더욱 위협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성매수자에게 살해당하거나, 성산업 착취구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성매매에 강력 대응하는 국가책임을 다하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과 철저한 법집행으로 성매매문제에 적극 대응하라!!

 

2. 성매매는 접대, 상납, 거래되는 행위가 아니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착취행위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제기된 사회권력층과 정치지도자들의 범법행위에는 유착비리나 뇌물상납의 과정에서 불법성매매 행위가 뒤따랐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검찰과 스폰서’사건을 비롯한 권력층들의 접대행위는 대가성이 없었다느니, 액수가 적었다는 식으로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한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보도를 장식하는 정치지도자나 사회지도층의 성매수 관련 범죄사실은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고위공직자나 공무원, 교직원 및 경찰관련자들의 성매매연루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함과 동시에 관리책임자까지도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3. 성산업 수요차단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라

성산업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성착취가 마치 일상생활처럼 무감각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성산업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여전히 전국적으로 온존하고 있는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폐쇄하여 더 이상 업주들이 편법/변칙적인 방식으로 성매매영업행위를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합법적인 업소에서의 성매매알선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은 우리 모두를 공범자, 공모자로 만들면서 그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게 하고 있다. 유흥주점이나 안마시술소등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권을 행사하고 있는 업소에 대한 세무조사, 단속, 영업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 처벌을 강화하여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업주들의 이득은 그대로 보존한 채 여성들은 사채, 빚, 선불금, 연대맞보증에 묶여 희생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성산업 착취구조는 해체되어야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성산업의 확산을 막고, 착취구조를 해체시키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와 함께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과 조건들을 사회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라!

 

4. 여성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대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성산업의 확산속에서 업주들은 어떠한 처벌이나 규제도 받지 않는 반면, 날로 교묘해지는 착취구조에서 여성들은 처벌까지 감수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성산업구조에 계속 머물 것을 강요하면서 대안마련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그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게 될 것이다. 여성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않고 위협으로 부터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추고 성매매가 아닌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책임이다. ‘살고싶다’는 여성들의 외침에 우리사회가 대답하는 것은 성산업을 막아내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대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군산개복동화재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시키고 여성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전국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산업의 문제와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과 낙인을 제거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군산대명동, 개복동화재참사 희생자를 비롯하여 포항,창원,부산,대전등 성매매현장에서 살해당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수많은 여성들을 추모하며, 춥고 힘든 고통의 터널을 지나 따뜻한 봄날의 평화로운 인권세상을 위해 함께 기억하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행동할 것이다.

                                                                                           2012년 1월 27일

 

군산개복동화재참사 10주기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인권행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군산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개복동화재참사 10주기> 추모시

개복동을 기억하라

산다는 것이 힘들어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답답하다, 좁은 공간에서….

유린된 삶속에서 그녀는

꾹꾹 눌러 일기장에 그렇게 적었다.

날카로운 칼바람

목덜미를 후비던 정오

일월의 그 시간에

익산에서, 진주에서

목포에서, 성남에서

노랗게 영글어갈 꿈

아프게 짓밟힌 채

이리저리 욕망의 거리로 끌려

아픔을 남기던

이십대의 이름들은

매캐한 연기 속 암흑의 계단 앞에 멈춰버렸다.

어떤 사람은 혀를 차고

어떤 사람은 손가락질 하고

알면서 눈감았던 사람들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 창피하다며

집 값 걱정부터 해대던 그때

눈물이 말라붙어

가슴으로 쌓이는 그리움

설이 내일모레

행여 이번엔 오겠지 대문을 열어두던

늙은 엄마,

속절도 없이 영정속의 희미한 웃음으로 돌아온 딸

이름을 부르고 통곡해도

돌아보지 않는 누이동생 앞에서

무릎 속에 얼굴을 묻은

오빠의 어깨가 들썩일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악마처럼 희죽대며 상채기를 할퀴던

역겨운 비릿내 그 무리들은

어디에 숨었는가

외제차를 몰며 아방궁을 신축하던

업주는 어디에 있는가

명절 떡값 받던 단속반은 어딨는가

무심히 잊은 채 제 잇속을 챙기던

업소들은 지금 무엇을 짓밟는가

분노하며

절규하며 다짐하며

행동하던 그 때의 우리는 또 어디에 있는가

개복동을 본다

베니어판에 막힌 입구, 두 쪽짜리 창문

햇볕들지 않는 두꺼운 유리 속 벽지와 스티로폼을 본다

망치로 때려도 깨지지 않아

축 늘어진 언니들이 숯검댕이 맨발로 업혀 나올 때

제발 죽지말라고,

실처럼 가는 숨줄기라도 놓지만 말라고

간절히 소망했던 두 손을 본다.

불투명해진 기억을 엿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십년,

개복동 골목엔 사람이 없다

철따라 풀꽃만 피었다 진다

열넷 슬픈 영혼 소나기로 쏟아지고

낮아진 하늘 무리진 눈발에 숨어

가끔 우리옆에 왔다가 간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그녀들의 이름, 얼굴

퇴색된 시간의 흔적

제주 유채꽃밭으로 돌아간 영혼

강물에 뿌려진 꿈

기억속에 가둬버린 우리의 기억

이제 행동하라

갖힌 공간 질식되는 목숨 다시없도록

시퍼렇게 깨어 행동하라

영정속에 웃는 얼굴 다시없도록

들썩이는 통곡의 어깨 다시없도록

열어둔 대문앞에 부고가 들리지 않도록

한줌으로 날아가는 그녀들의 꿈이

이제는 없도록

이제 행동하라.

기억하며 행동하라.

2012년 1월 27일

열넷 넋을 다시 돌아보며

군산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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