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씨 친필편지 관련 국과수의 발표에 대한 논평

[故장자연씨 친필편지 관련 국과수의 발표에 대한 논평]

 

장 자 연 은 살 아 있 다

 

2009년 한 여성연예인이 죽음으로써 권력에 의해 짓밟힌 자신의 삶을 세상에 고발하였다. 그러나 경찰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혐의사실마저도 무시된 채 사실상의 살해자들이 무혐의 처리됨으로써 국민의 뇌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의혹으로 자리 잡고 말았다.

 

최근 SBS 보도를 통해, 故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구체적인 피해내용이 다시금 햇빛을 보게 되었다. 그간 장자연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과, 그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를 안고 있던 국민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필귀정의 진리가 마침내 드러날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편지공개직후부터 경찰은 지속적으로 언론에 편지 위조 조작설을 흘리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예측케 했다.

 

2009년 3월 17일 국과수는 ‘장자연 리스트’의 필적이 고인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제출했으며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미 장자연의 친필임을 입증한 문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필적의 진위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행태는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데도 달은 못보고 손가락만 보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 장자연 사건의 초점을 흐려 사건을 다시 미궁에 빠뜨리려한다는 의구심을 일게 한다.

 

장자연사건의 핵심은 그동안 연예상업주의에 관행으로 자리 잡은 ‘성착취 ’등 반인권적인 만행을 고발하고, 국민 앞에 사회지도층인양 행세하며 추악한 범죄를 숨어서 저질러온 권력자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있다.

 

장자연은 살아있다. 그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틈틈이 써놓은 무수한 기록들이 남아있는 한 그는 살아있다. 연기예술가를 지향했던 여성들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자들의 뻔뻔함과 야비함을 좌시하지 않는 의로운 사람들이 움직이는 한 장자연은 살아있다. 문화예술인을 꿈꾸는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는 한 장자연은 살아있다.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줘야 하는데’라는 망언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도 모자라 그런 사람이 굳건히 의원자리를 지키는 나라, 명색이 교육자이자 예술인인 대학총장이 자신의 제자들을 ‘토종’운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여성인 약자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유와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이 땅의 수많은 시민들의 기대와 불안 속에서 장자연은 결코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故 장자연씨 사건에 특검을 도입하라!

이미 2009년 당시 경찰에서 밝힌 혐의사실 무시한 검찰 및 기존 자신들의 수사결과도 부인하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특검이 실시되어 사건의 진상조사가 투명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2.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니지먼트 관련 법을 제정하라!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예술활동가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습이 반복되지 않도록 연예기획사의 파행적 운영을 통제하고 소속 연예인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관련 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의 생명력은 꽃샘추위보다 강하다.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존엄성회복을 추구한 故장자연은 권력보다 강하다. 고인을 죽이고 ‘장자연사건’이라는 사회문제마저 암매장하려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권력이 기승을 부릴수록 故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횃불은 열기를 더할 것이다.

 

 

201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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