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르딕모델 국가 연수 후기

작년 해외 성매매 합법화 국가 연수에 이어 2019년 6월 1일부터 15일까지 노르딕모델을 시행중인 스웨덴과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최민혜 활동가의 글로 노르딕모델 국가 연수 후기를 전합니다.

  1. 스톡홀름에서의 8박 9일

스톡홀름에서 보낸 8박 9일, 거리성매매 집결지를 알고 난 뒤 부터 매일 다른 시간을 택해 걷고 걸었다. ‘자갈마당’ 현장방문과 폐쇄 과정에서 걷고 또 걸었던 시간이 기억나며 아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스톡홀름의 새벽시간은 ‘남성들의 시간’ 같이 느껴진다. 그 시간 문이 열린 업소는 스트립 업소였고, 그 곳에서 줄줄이 나오는 남자들을 해맑은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언니들이 앉는 의자와 소녀상이 오버랩되는 길.. 스톡홀름 성매매거리에선 직접 나와 우리들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구매자, 그 거리를 어슬렁 어슬렁 걷는 남성들,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차량, 그 속의 남성들을 보았다. 오늘 새벽 3시반 스톡홀름을 떠나기 전 다시 그 길을 걸었고, 여성들이 ‘그곳’에 있었다. 백야라 한국의 아침과 같이 밝았고, 술에 취한 남성들이 곳곳에 머물고 있었다. 왜 씁쓸한지 왜 슬펐는지 한국에서 꼭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노르딕 모델 국가 연수 in 파리

프랑스에서 ‘성매매경험당사자’에 대한 편견, 낙인, 배제에 대해 당사자 활동가인 로젠이쉐르는 그 두려움 때문에 누구와도 성매매와 관련해 의논하지 않았다. 탈성매매 후 가족들이 알게되었고, 로젠이쉐르의 형제 자매 자녀들까지 지지했다. 성구매법을 제정할 당시 그녀는 그녀의 딸과 함께 프랑스 전역을 걸었다. 700km를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그녀가 미팅에서 말했던 “내가 성매매여성임을 인정하는 순간 탈성매매했다”던 그때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법이 만들어진 오늘을 상상했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성구매법이 시행되고 이제 성매매여성들은 성구매자의 폭력에 조금이나마 대응할 수 있다. 구매자가 경찰에 신고 당할 수 있다는 걱정 염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구매법은 필요하다! 로젠이쉐르는 한국의 보호법 체계에서 여성들을 지원방식 내용을 들으며 “한국식 보호체계 모델”에 대해 부러워했다.

로젠이쉐르는 한국에 있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조금 더 용기를 냅시다!!”

2016년 프랑스에 도입된 ‘성구매법’에 대해 성매매경험당사자를 통해, 법제정 당시 여성부장관을 통해, 당시 상원의원을 통해, 여성지원단체 정책제안단체를 통해 생생하게 듣고 보았다. 아직 법이 정착되는 과정이지만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며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우리가 만난 한 분 한 분, 각 단체별로 빠짐없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구매법을 제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현재 법이 집행되면서의 한계와 아쉬움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하며 한국에서도 여성이 처벌 받아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나누었다.

파리에서도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거리를 걸었다. ‘여기 한국인가?’하는 생각이 스쳤다. 관광지였고, 사람이 많았다. 특히 ‘물랑루즈'(빨간풍차_카바레)때문이라 보여졌다. ‘물랑루즈’가 있는 지역은 성매매업소가 꽤 많이 밀집된 지역이다. 현지의 프로랜스(프랑스부터 우리와 동행항 페미니스트)의 말에 의하면 업소 앞에 붙은 국기는 이 업소의 여성의 인종이라고 했다. 성매매업소 간판들에 슬며시 드러나는 성매매표시(한국의 미용실 혹은 마시지업소 쌍뱅뱅이처럼)가 있었다. 가장 낙후된 곳에서 가장 취약한 여성이 거래된다. 아직 많은 곳에서 성매매여성이 되기를 제안하고, 성구매를 당연시하며 단속되면 당황스럽고 억울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늘 해왔던건데 왜?”

‘물랑루즈’는 더 이상 낭만이라거나 추억하는 곳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곳은 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시키는 곳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물랑루즈’건물을 보며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기록이 떠올랐다. 여성들이 착취된 공간이 어떻게 기록되어선 안되는지 말이다. 물랑루즈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성매매 가능 업소, 남성 전용 사우나, 남선전용 공연장, 남성전용 마사지, 남성 비디오방, 남성전용 스트립… 모든 것은 남성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성인용품을 파는 매장이 아주 많았는데, 대부분 여성 마네킹에 입힌 속옷, 여성들을 위한 성인용품이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여성을 위한 용품이 아니란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스웨덴과 독일 사이 어디쯤 있는 것 같은 프랑스 성구매법! 하지만 법이 잘 집행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분명 과거로 돌아가진 못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구매가_가능하면_어떤폭력도_무감각해진다

3. 합법화 국가 독일 자르브뤼켄

자르브뤼켄은 파리와 국경지대다. 파리는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법, 자르브뤼켄은 성매매합법이다. 파리를 다니면서도 아직 법이 정착되지 않아 성매매가능 업소를 보았는데 자르브뤼켄에 도착하자마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방문한 반성매매단체인 ‘하다사 이니셔티브 페미니’ 1층이 남성들이 이용하는 ‘크레이지 비디오샵’이었다…

자르브뤼켄은 독일 내 인구대비 성매매여성이 가장 많은 곳이며, 2015년 프랑스가 ‘성구매법’을 만든다는 ‘소문’을 들은 독일남자(그는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범죄경력자)가 프랑스 구매자들을 배려해 2000평의 성매매 업소를 열었고, 자르브뤼켄 시장은 경제논리(관광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예전 대구 중구청장이 생각났다)허가해주었다고 한다. 그 업소의 이름은 ‘파라다이스'(작년 합법화국가 연수 후기에서 들은 성매매업소 이름과 같다)현재는 2-30명의 여성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자르브뤼켄도 스웨덴이나 프랑스처럼 성매매여성 90%이상이 자국여성이 아니다.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여성들… 그리고 만삭인 여성, 미성년자가 더 비싼 금액으로 ‘팔린다’는 끔찍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실이 성매매합법화 국가 국민 들에겐 그저 ‘좀 불쌍 하다’ 더 이상의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곳에선 일상적인 폭력이 ‘폭력’이 아닌것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프랑스에서 2시간 기차를 타면 합법화국가 독일의 자르브뤼켄에 도착한다. 이 소도시엔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굳이 성구매하러 꾸역꾸역 밀려든다. 스웨덴 단체에서 요구하는 것 처럼 합법화 국가에서 성구매하는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르딕모델에 대한 기대 속에 간 스웨덴, 거리성매매현장을 보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보호체계에 대해 ‘분노’ 하면서도 성구매 처벌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시민의식에 부러움을 느꼈다. 프랑스는 성구매법 시행 3년 후 변화의 과정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고 직접 거리에서 보며 ‘한숨’과 ‘경악’이 들면서도 우리가 만난 여러 단체 및 개인들의 법시행과 관련한 끊임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성구매처벌법으로 ‘이제는 도와 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감동적일 수 밖에 없었다.

자르브뤼켄은 반성매매활동가인 나의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야 상상가능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성매매가 합법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간판에 성매매가 가능하단 표시를 해야한다니…한국에서 성매매를 불법화 해서 ‘음지’ 로 숨는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밖으로 다 나와 모두가 팔릴 수 있는 상황이 더 낫단 말일까 하며 자르브뤼켄에서 화가 났다. 법이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느껴졌다.. ‘하다사 이니셔티부 페미니’는 자원활동으로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활동가들은 여성들을 만나고 지원하고자 하지만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아니 힘든게 몸으로 느껴졌다. 한 활동가가 ‘합법화인 이상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말이 나 조차 무기력 하게 만들었다. 성매매합법화는 자유도 평등도 인권도 무엇도 보장할 수 없다!

스웨덴-프랑스-독일 연수는 우리가 어떤 방향을 보고 활동해야할지 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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