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웹포럼] 2021.08.27 함께 하며 뭉치 이야기

[성명] ‘유흥접객원’, 그런 건 ‘일’이 될 수 없다!

‘유흥접객원’, 그런 건 ‘일’이 될 수 없다!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영업을 하면 감염의 위협이, 영업제한 하면 생계의 위협이, <식품위생법>에 부녀자만 할 수 있다는 ‘유흥접객원’, 업주도 손님도 사회도 유흥접객원 여성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도 없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온갖 갑질도 손님의 권리가 되는 유흥접객원이라는 일, 여성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유흥접객원’을 삭제하자!

‘내가 여전히 그곳에 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인 우리는 생각한다. 고급 룸살롱이나 텐프로에 고정으로 일하거나, 보도방에서 여기저기 유흥주점에 나가 일해야 한다면. 2차를 나가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벌이가 되지 않거나, 이런 저런 약점을 이용해서 2차를 강요 받는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원도 애초에 없었기에 일하게 된 업소생활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조차 사라진 상황이라면. 우리가 겪고 견뎌야 했을 것들 이기에, 또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을 일들이기에 유흥주점의 불법영업과 단속, 그리고 유흥주점을 통한 감염병 확산, 이어지는 유흥종사자 전수조사같은 조치를 보면 한숨과 함께 분노가 절로 치솟는다.

전국 곳곳에서 유흥업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곳의 지자체는 유흥업소·단란주점·노래방 등의 업주 및 종사자에게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선제적으로 검사해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이라고 하며 기간을 정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주변의 아는 언니들은 실제로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사 장소에 가서 “유흥업소종사자”라고 하거나 “유흥업…”라고 하면 검사를 해주었다고 하며 말끝을 흐렸다. 특별히 눈치를 주거나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일방적인 행정명령에 의해 낯선 사람에게 “저 업소 다녀요…”라는 말을 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야만 했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성을 제외한 업주나 관련자들도 과연 그런 감정을 느꼈거나 황급히 자리를 피했을까. 그리고 유흥주점 종사자에 대한 이런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종사자 명부에 올리지 않은 ‘보도방’ 등을 통해 여성들을 부른다. 이주여성들은 유흥접객원으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니 검사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은 코로나 감염도 무섭지만 확진자가 되어 동선이 공개될까 매일 두려워하고 있다. 열이 나고 몸이 아파도 집에 있는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출근을 한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여성들이 피해볼까 걱정이 앞서지만 매일 같이 괜찮으니 출근하라는 업주의 연락에 지쳐 마지못해 출근을 해야만 한다. 물론 당장 생계의 막막함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 먼저 일할 사람이 없으니 출근하라는 업주의 연락은 여성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 당연히 손님들은 술과 안주, 그리고 접객원여성을 곁에 두고 유흥을 즐기러 오는 것이니 마스크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수많은 손님들을 접대해야 하는 여성들은 걱정과 두려움을 숨기고 괜찮은 척 연기를 하며 이런 상황을 견디는 것이다. 오직 손님만 괜찮다면 여성들의 안전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저 장사만 잘되면 그뿐인 업주들은 영업제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지원금 및 손실보상을 주장하며, 한편으론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업주들은 자신들의 생계유지는 끝없이 요구하지만 한 번도 여성들의 생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손해를 보전해달라는 주장뿐이다. 업주들이 영업시간을 늘려 달라, 지원금과 손실보전, 세금면제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영업으로 인한 감염의 위협과 영업제한으로 인한 생계의 위협 아래 놓인 여성들은 마스크조차 끼지 못하는 대기실에서 두려움을 달래고 있다.

업주 중 그동안 받은 재난지원금을 여성들과 나눈 이가 얼마나 될까? 유흥업소 종사자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직에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룸살롱을 찾는 손님들은 자신들이 즐기려는 유흥이 접객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는 할까?

영업을 하면 감염의 위협이, 영업제한 하면 생계의 위협이, <식품위생법>에 부녀자만 할 수 있다는 ‘유흥접객원’, 업주도 손님도 사회도 유흥접객원 여성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도 없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온갖 갑질도 손님의 권리가 되는 유흥접객원이라는 일, 여성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유흥접객원’을 삭제하자!

2021. 06. 15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