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동두천 평화기행

[활동 소식] 동두천 평화기행

여성인권센터보다는 2021 반성매매 액션 크랙 멤버와 함께 2021년 10월 18일 기지촌 평화기행에 다녀왔습니다. 참여자들의 시와 글로 나눠준 소감을 공유합니다.

제목 : 맞이 – 권효은

뒤를 돌아서 가는 것에 눈물 흘리지 않고
스러져가는 것에 기대어 울기로 했다
기대어 오는 비를 맞았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나와
온전치 못한 이름으로 묻힌
그대들이 원했던 것들을 찾기 위해
이제 더는 나로 서있지 않고
우리로 서있을 것이라고
이제 우리는 스러져가는 것들이 아니라
이곳에 서서 주름진 어깨를 펴는 것들이리
구두의 앞코를 닦아 출발선에 대었다
걷고 또 걸어 피가 나는 발이라도
이제는 스러져가는 것들을 위해 울 것임에
울음으로 풀을 먹인,
반듯한 어깨로 줄지어 일어설 것이다.

□ 반성매매액션 크랙 멤버 신지영

나에게 동두천은 1호선 끝자락 어딘가에 있는, 그래서 ‘동두천행’열차 안내방송이 나올 때나 듣는 낯선 지명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듣는 순간 동두천은 내가 반드시 가봐야 할 순례 장소처럼 느껴졌다. 마침 며칠 전에 부평이 남한 최대 기지촌이 있던 지역이라는 걸 알게 된 후였고, 그렇게 내가 모르고 살았던 착취의 흔적을 반드시 모두 찾아내야한다는 생각이 들던 때였다. 하지만 동두천의 의미나 그 장소에 깃든 역사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문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오랫동안 못가고 있다가 보다쌤들의 제안으로 처음 동두천을 가게 됐다.

동두천을 간다는 사실은 내게 설렘 만큼이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성병검진소 일명 ‘낙검자 수용소’편을 보고나니, 그 공간 가득히 남아있을 언니들의 한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똑똑히 그 역사를 목격하고 기억하고 와야겠다는 결심도 더 굳게 들었다.

기행을 가서 아직도 남아있는 의정부 클럽들의 흔적, 낙검자 수용소, 동두천 클럽 거리, 집단 묘역을 보는 동안 내내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정말로 순례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 순례는 역사의 승리자나, 종교적 성인이 아니라 누구도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잊힌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두천을 돌아다니는 동안 이 도시의 의미가, 우리가 되새기려는 기억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점점 더 확실해졌다.

우리가 간 날 동두천의 클럽거리는 코로나로 한산했지만, 거대한 클럽 건물들은 곧 다가올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며 서 있었다. 그 거리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영어를 섞어가며 이 거리가 얼마나 화려한지, 얼마나 멋있는지 자랑하며 지금은 한산해져서 아쉽다고 했다.

동두천은 여전히 거대한 성매매집결지였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국적도, 나이도, 인종도 상관없이 빈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성매매를 한다. 이 도시는 그 여성들의 위에서 ‘외국인 관광특구’라는 이름으로 서있다. 우리가 알아야할 이 도시의 의미, 우리가 되새기려는 기억이 바로 그 반대편에 있다. 과거의 수많은 피해자들의,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피해의 역사. 그 아래에 놓인 거대한 성매매 집결지 동두천. 그 ‘동두천’을 똑똑히 목격하고 기억할 수 있어서 이번 기행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