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인터뷰] 사무국편 <반성매매 운동은 탈성매매 하라고 하는 운동인가요? : 반성매매 운동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편집자 주] 올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격월로 전국연대 활동가와 후원회원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예정입니다. 다양한 위치와 자리에서 반성매매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며 반성매매 운동의 방향을 찾고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성매매 운동은 탈성매매 하라고 하는 운동인가요? : 반성매매 운동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이끈 20년 역사의 ‘성매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국연대’ 활동가에게 반성매매 운동의 길을 묻다. 대표 이하영, 사무국 3년차 상근자 김단비편

인터뷰어 : 유영

인터뷰이 : 하영, 단비

2021년 2월 17일, 총회 준비로 여념없는 날이었습니다. 일이 많아 점심시간에도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눈치없이) 어렵게 모셔보았습니다.

Q :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리해서 시간 뺀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평소에 어떤 업무하고 계신지 얘기해주세요.

하영 : 전국연대 공동대표와 전국연대 부설 상담소 ‘보다’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보다의 운영총괄과 전국연대 대표로서 회원단체들과의 네트워킹, 다른 여성운동단체들과의 연대활동, 반성매매 운동과 관련된 정책 제안 활동이라든지 또 다양한 대중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단비 : 행정 업무, 회계 업무, 매월 지출결의서 작성한다거나 자잘한 업무들 하고 있고 그 외에 그때그때 필요한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다른 단체들과 연대활동도 하고 있어요.

Q : 굉장히 많은 일을 하네요. 반성매매 활동가로서 계속 일을 하게 하는 동력이 뭔지 궁금해요.

단비 : 저는 사실 되게 자주 (하영 : 그만둘까 생각했죠?) 다른 일을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년째가 되었어요. 저는 외부 인터뷰할 때 보람이 뭐냐고 물으면 사실 딱히 모르겠다고 대답해요. 눈에 보이게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성매매가 좀 더 그런 것 같은데 상담할 때 있어서도 이분의 상황이 하나가 해결됐다고 해서 바로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그래도 그런 무기력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닥친 일들을 해야 하고 오히려 그렇게 뭔가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일을 계속 하게 하는 동력인거 같아요.

하영 : 제가 옳다고 믿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전국연대에서 활동하는 샘들이 되게 멋있거든요. 존경하는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그 일원일 수 있다는 게 저를 이 곳에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Q : 전국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반성매매’라고 하면 여성들을 탈성매매시키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에 정부 예산을 검토하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성매매피해시설의 사업목표를 무엇으로 둘지 얘기가 나왔어요. 그때 어떤 분이 사업목표로 탈성매매한 여성의 수를 써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그건 안 된다고 딱 잘렸어요. 이게 정부를 상대로 한 여성운동의 성과라고 하더라구요.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반성매매운동은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영 : 반성매매 운동의 지향점은 사실 성매매 없는 사회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피해가 있으면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고 피해회복의 과정 중 하나가 탈성매매겠죠? 그런데 뭐를 탈성매매라고 할 거냐.. 자활도 마찬가진데요. 어떤 상태를 우리가 ‘자활’이라고 이름을 붙일 거냐. 업소에서 나오는 걸 탈성매매라고 할 건지. 다시 업소로 안 돌아가도 되는 상태를 탈성매매라고 할 건지. 되게 모호한 개념이잖아요. ‘나왔다’는 현재적인 상태를 숫자로 체크한다면 할 수 있지만 그 숫자를 체크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죠. 일시적으로 벗어났다가 지원이 필요하면 받고 또 어려운 상황이 되면 업소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는 과정이 있는 거잖아요. 그 과정을 장기적으로 길게 봐야하는 건데 어느 시점을 ‘탈성매매’로 볼 거냐, 그걸 수치로 할 수 없다. 그걸 계속 정부에 주장했죠.

단비 : 운동을 만들어오는 과정에 같이 있지는 않았지만 수치적인 성매매 얘기할 때 드는 생각이 너무 여성에게 책임을 돌린다 싶어요. 여성이 성매매 하게끔, 성매매 되게끔 만든 사회가 있는데 이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나는 묻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묻는 건 ‘너가 선택했잖아’ 이 생각과 닿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사실 반성매매 운동의 목적은 탈성매매가 아니고 성착취, 성매매가 없는 사회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여성들에게 탈성매매 하라고 설득하는 건 하지 않아요. 이건 여성들에게 물어야 하는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다만 여성들이 그만두고 싶어 할 때 그만둘 수 있도록 자원을 마련하는 이게 저희의 운동인 것 같아요. 우리는 운동단체고 사회를 조금 더 생각하는 방향에 있는 거지. 반성매매 운동단체가 여성을 탈성매매 ‘시킨다’ 이 말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하겠다’고 하면 같이 하는 거지.

하영 : 성매매는 우리 사회가 누적해온 문제고 여성을 착취하는 것을 제도로서 만들어온 문제잖아요. 이런 사회에 반대하고 이런 사회를 바꾸자는 운동인 거지 특정한 누구를 바꾸고 탈성매매 시키고 이런 차원의 운동은 아닌 거죠. 반성매매 운동은 저는 ‘성매매가 가능한 사회에 반대한다’ 라고 생각해요.

Q. 그렇군요. 그러면 업소에 있는 여성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그래도 반성매매 단체인데 탈성매매 하지 않은 여성과 반성매매단체 활동가로 지원하며 겪는 부대낌 같은 거 혹시 있었을까요?

하영 : 언니들이랑은 부대낌이 없는 것 같고 호객하는 이모들을 만나잖아요. 호객이모는 알선자인데 아웃리치 나가면 그분들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서 친한 척을 해야 하거든요. 이럴 때 부대낌을 느끼지,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 가지고 문제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부대끼겠죠. 본인이 그만두고 싶은 상황에서 그만두지 못 할 때 힘든 마음도 있을 거고 우리도 조건을 더 만들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때 안타깝죠.

단비 : 저도 부대낌은 없고 사실 저는 언니들에게 가끔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요. 어쨌든 우리가 작은 도움밖에 못 주는데도 우리랑 끈을 유지하고 계신 게 감사하죠. 여성들이 부담 갖지 말고 상담소를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좀 적절하게 써먹는.

하영 : 맞아요. 그래도 되는데 나의 케이스는 여기랑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상담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폭행을 당해야 하고 빚 때문에 협박을 당해야 하고 이런 큰 일이 있어야 상담소에 전화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그렇지 않고 주민센터처럼 자기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도 전 괜찮을 것 같거든요. 상담소 마다도 분위기 다르고 기준이 달라서 한 상담소에서 거절당했다고 해서 상담이 안 되는 건 아니거든요. 어쨌든 전국연대의 지향은 지원의 폭을 넓히는 거예요. 법적으로 정해진 지원의 내용은 있지만 운동 차원은 법 보다는 크게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가야 하는 거고.

* 현재 업소에서 일하고 계신 분도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니 편히 연락주세요!

Q. 전국연대에서 작년에 도서 <반성매매여성인권운동사 기록집 – 나비자리 그 후>를 발간했잖아요. 군산화재참사를 통해 성매매 카르텔을 파악하고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묻는 활동을 총망라한 이 책을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무엇을 중점으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예비독자들에게 책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하영 : 이 책을 쓰게 됐던 건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화재참사가 20년 전에 있었고 2020년이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의 20주기가 되는 해이기 때문이예요. 계속해서 이 화재참사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성매매도 역사가 있고 반성매매 운동도 역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우리가 성매매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보지 않으면 되게 성매매 자체에 대해서도 맥락적으로 읽지 못 한다고 해야 하나. 성매매라고 하는 걸 추상적으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계약관계 돈을 주고받는 성적인 거래. 이렇게 읽는 거예요. 이 성매매라는 장에 누가 참여하고 참여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이런 구체적인 것을 봐야하는데요. 반성매매 운동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시작한 맥락적인 운동이라는 걸 알리고 그래서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의미화 할 건지, 위치 지을 건지, 초창기에 어떤 고민들로부터 반성매매 운동이 시작해서 고민들이 쌓여서 지금에 왔고 우리의 고민은 뭐가 되어야 하는지, 뭐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나누고 싶어서 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단비 : 하영샘이 얘기신대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는 군산에 가서 보고 이게 되게 많은 것이 얽혀 있다는 걸 엄청 느꼈거든요. 업소에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들, 옷가게, 미용실, 화장품가게, 병원 이런 것들이 다 얽혀있는데 그런 걸 같이 보지도 않고 샘 말대로 추상적이게 되면 현장에 어떤 것들이 얽혀있는지 보지 못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영 : 머리로만 생각하면 돈을 주고, 받고, 섹스하고 이게 뭐가 나쁘지?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Q. 성매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사람들이 얽혀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는 거로 하고 그러면 책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현재 팔고 있는 도서의 목록과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정보 부탁드려요.

하영 : 아쉬운 점이 전국연대가 책을 계속 못 냈어요. 출판한 도서도 없고 자료집 형태로만 책을 내서 일반 독자들이 서점에서 접할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아요. 전국연대로 따로 연락을 주시면 책을 보내드립니다. 다행히 전국연대에서 정책팀장을 맡고 계신 신박진영 선생님의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도서와 뭉치의 활동가 봄날 샘이 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 작년에 발간됐어요. 이 책들은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 해 뭉치에서 책을 낼 예정이에요.

Q. 이제 인터뷰가 슬슬 끝나갑니다. 2021년 전국연대의 활동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영 : 매년 해왔던 것처럼 반성매매 운동이 조금 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과 다른 운동들과 만날 예정이고요. 뭉치를 중심으로 해서 전 세계에 있는 많은 반성매매 운동 단체들, 활동가들, 성매매 경험 당사자 활동가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보려 해요.

단비 : 더불어서 요즘 성산업, 성착취 라는 게 되게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기존의 성매매로는 묶이지 않지만 여성을 착취하는 ‘벗방’, ‘텔레그램 n번방’ 이런 걸 어떻게 한 가지로 엮으면서 변화하는 성산업, 성착취에 대응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응점을 찾아가는 활동도 이어갈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뭐가 되어야 하나, 뭐를 지향해야 하나 묵직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뒤 하영샘과 단비샘은 또 일을 하러 가셨습니다. 이 활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좋나.. 조금이라도 즐겁게,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읽어주셨다면 활동가들이 힘을 내어 일할 수 있도록 링크를 눌러 전국연대 회원으로 가입해주세요. 성착취 성매매 없는 세상,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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