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버닝썬게이트 윤규근 총경에게 무죄 선고한 법원, 몰지각한 판결을 규탄한다

[논평]

버닝썬 게이트 윤규근 총경에게 무죄 선고한 법원,
몰지각한 판결을 규탄한다

지난 4월 24일, 버닝썬 게이트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규근 총경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윤총경은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하던 ‘몽키뮤지엄’에 단속 정보를 알려준 혐의와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메시지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작년 버닝썬게이트가 이슈 된 당시 1700여명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또 검·경 개혁을 요구하는 ‘페미시국광장’이 10차례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다. 버닝썬 사건에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불법촬영, 강간, 성매매 등 우리 사회 여성을 상대로 한 성착취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 사건에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언론계 인사 등 권력층이 대거 연관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기를 외쳤다.
그러나 지금까지 버닝썬 사건 관련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버닝썬과 유착관계로 지목된 경찰은 2심에서 무죄를, 클럽 내 고객을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버닝썬 직원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핵심 인물인 승리는 군으로 입대했다.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SNS 상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법원이 성범죄 가해자에게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지나치게 낮은 형량으로 일관해 온 것이 성범죄를 키웠다는 것이다. 여성들을 끊임없이 텔레그램 성착취가 기존 남성들의 강간문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성착취를 대하는 재판부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무맹랑한 판결로 일관하는 것은 사법부가 아직까지도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목요일, 정부에서는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디지털성범죄에 최고 징역 13년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법부의 판결을 봤을 때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여성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이야기하고 가해자에 감정이입하는 판결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이 이상 무엇을 더 이야기해야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지, 이제는 더 할 말도 없을 지경이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려 온 오덕식 판사에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중 하나가 배당되자, 판사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이 청원은 3일 만에 4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독립하고자 한다면 재판부의 성인지감수성을 되돌아보고 지금부터라도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여성 폭력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여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마땅한 길을 걷는 방법이다.

2020년 4월 27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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