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연속강연 “왜 노르딕 모델인가” 현장스케치] 2강, 영국, ‘Nordic Model Now!’ 부의장 앨리 모리스

지난 7월 16일 [2021 전국연대 연속강연 – “왜 노르딕 모델인가” 2강 영국, ‘Nordic Model Now!’ 부의장 Ali Morris] 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에 오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당일 강의의 주요 내용을 공유합니다.

사회 : 변정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운영위원,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대표)
강연자 : 앨리 모리스 (영국, ‘Nordic Model Now!’ 부의장)

“연사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올해로 55살이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삶이 늘 지금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만 네 살일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아동이 되었고요. 조부모가 저의 법적인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난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저는 정서적, 물리적 학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저를 돌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저를 성적으로, 정서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제 생각을 바꿔야 했습니다. 그런 일들을 머릿속에서 최대한 밀어내는 동시에 덜 부정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적 행위를 남들이 저를 인정해 주는 것과 동일시하게 되었고 저는 성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낯선 남자들과 자는 것은 제게는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한 몸부림이었습니다. “

“제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사랑한다고 그루밍하던 한 남자에 의해 기차역에서 납치당했습니다. 그는 저를 강간했고 그런 후에 더 많은 건달의 손으로 넘겼습니다. 일주일 동안 갖은 협박과 강간을 당했고 런던의 거리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습니다. 저는 탈출을 계획했고 운이 좋게도 몰래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쫓길까 봐 내내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집에 도착한 후 만난 경찰은 저에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묻는 대신에 저를 나무랐습니다. 마치 제가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보았습니다. 늘 저는 저를 돌보아야 할 가족과 경찰,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했고 제가 도움을 구할 때 언제나 큰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열일곱 살에 독립을 하며 알코올 남용과 자해, 파괴적 성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저를 새롭게 살게 해준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첫아이를 출산한 것이 변화의 촉매로 작용했습니다. 20살에 아들을 낳으며 저는 제 아들의 삶만큼은 온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야간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역공동체에 도움이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취약계층을 위한 어린이집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둘째, 셋째를 낳으며 저는 어린애 셋 딸린 한 부모 여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학업을 마치겠다고 다짐했고 해냈습니다. 셋째를 낳을 때 첫 번째 학위를 받았고 두 번째 학위를 받으면서 사회복지사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응원해 주는 여성들을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다른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은 가장 강력한 치유의 효과를 가집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이웃이 지역 여성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자원봉사자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그 여성센터에 들어선 이후로 이십 년 이상 저는 그곳에서 쭉 일하게 되었습니다.”

“강간과 성착취 경험 때문에 센터를 찾는 여성의 수는 엄청났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제 관심 분야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성을 지원하는 그룹을 만들고 워크숍도 개최하고 캠페인 등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도의 심리치료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늘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고 여성들은 제가 무엇을 하고 싶든지 도전하도록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 자체가 제게는 치유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노르딕 모델 나우’(Nordic Model Now, NMN)의 부의장으로 있습니다. NMN는 성매매, 성착취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영국의 여성단체입니다. 영국에서 성매매를 옹호하는 단체와 성산업은 재난에 가까운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성매매를 괜찮은 것으로 로비하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NMN은 여성의 경험에 대해 진실을 널리 알리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 저는 괴로웠던 경험을 다른 이들을 돕는데 쓸 수 있었고 저 역시 구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깊은 지옥으로 끌려내려 갈 때면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다고 해서 이미 상실한 것을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삶을 꾸려나가면 됩니다. 여러분에게 아직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 트라우마가 있는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A : 다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트라우마 치유에 굉장히 효과 있었습니다. 속했던 여성센터에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음에도 죄책감과 수치심이 들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제 회복의 첫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타인을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일대일 비공개 소모임을 통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얘기를 하면서 본인도 도움을 받지만 듣는 분도 도움을 받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트라우마는 고통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인 거지, 본인에게 문제가 있어 트라우마를 겪는 건 아니라는 걸 여성분들께서 확실하게 인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 그래서 당사자 네트워크와 모임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경험을 공유하는 만남을 가지는 게 힘이 되고 중요하긴 하지만 그 모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모임을 할 때 필요한 원칙이 있는지,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수백 명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건 여성마다 회복의 여정이 다르고 회복에 들어가는 시간도 다르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가지기 때문에 다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만 저는 이 방식이 모든 여성에게 최선의 방식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얘기를 할 때 판단하거나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남성들이 우리에게 계속해왔던 일들을 동료 여성들끼리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각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여성은 정말로 회복이 정말 더딜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성마다 삶의 에너지와 내적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돕되 그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 경청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에게 말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여러분과 이 시간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뭉치 분들과 만나 글로벌한 연대를 펼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보내는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강 -> jkyd2004.org/2021-연속강연-왜-노르딕-모델인가-현장스케치-3강-스웨덴-inte-din-hora-멤버-카이자-cajsa/

1강 -> http://jkyd2004.org/2021-연속강연-왜-노르딕-모델인가-현장스케치-1강-독일-netzwerk-ella-설립자-후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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