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9주기 성명서

성매매/성착취로 희생당한 여성들을 기억하라!

성매매/성착취의 전지구적 가해행위를 차단하라!

정의와 평등 실현 위해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삭제, 개정하라!

여성을 죽이는 폭력의 역사를 종식시켜야 한다.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1년,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9년, 이어진 성매매업소 화재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단지 그날의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한국의 유곽에서 요정에서, 길거리에서 또 해방과 전쟁이후 기지촌 미군위안부와 기생관광에 동원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다. 지배권력의 동원과 강제 아래 구조화된 성매매/성착취로 희생당하고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무수한 여성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군산 화재참사 이후로도 2005년 서울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2010년 서울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2011년 창원의 보도방, 2019년 전주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 2010년에서 2011년 포항 유흥주점 집결지, 2015년 서울 관악구 14세 여성청소년이, 2019년 서울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2020년 양산의 모텔에서, 다 기록하기도 불가능 할 만큼 수없이 많은 곳에서, 수없이 많은 성매매여성들이 반인권적 업소의 화재로, 구매자와 알선업주 등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돈을 안 갚아서’, ‘성매매를 거절해서’, ‘무시당해 격분해서’, ‘돈이 아까워서’… 살해의 이유는 넘치고, 여성들의 목숨은 그들에게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그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폭력과 가해의 성매매/성착취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응답이자 다짐이다. 이 사회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담은 외침이다. 우리사회는 이 거듭된 죽음들 앞에 어떤 응답을 하였는가.

아직도 남아있는 서울 미아리, 부산 완월동, 창원 신포동, 수원역전 등 전통형 성매매집결지는 여전히 포주들에 끌려 다니며 한국이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인지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도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에는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단 3개월 간 591만 명이 다녀갔고, 영업중단이 권고된 상황에도 안마시술소와 숙박업소등을 빌려 변칙불법영업 실태가 계속 드러났다. 팬데믹 상황에도 유흥접객원, 도우미를 놓지 못하는 그간의 유흥접대문화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이다. 거듭거듭 반복되는 역사가 여성들의 죽음을 부른다.

조용한 학살이라 명명된 20대 여성의 자살증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성매매현장에서 여성들을 지원하는 우리는 모든 취약한 조건들의 중첩된 교차점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끝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코로나 상황에서 더욱 바닥까지 삶의 위기에 몰린 이들은 성매매 알선업자들이 아니라 성매매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 성매매 현장에서 감염의 위험과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안전하지 않은 접촉을 요구하는 구매자들로 인해 힘든 상황에도, 실제 감염이 일어났을 때 일어날 마녀사냥을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다. 알선업자들은 여성들의 감염을 염려하지 않는다, 내가 살면 그만이라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지만, 그 어디에도 여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성매매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 성매매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권리, 적어도 비난과 혐오의 대상은 되지 않아야 할 최소한의 인권조차 그녀들에게는 이 엄혹한 시절에도 비껴가고만 있다.

한국의 6위 성매매시장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 시기에도 ‘한국여자만 취급한다’는 인종차별, 성차별을 버젓이 광고하며 유흥업주들의 생존권과 영업권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디지털 성착취와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유통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취약함이 곧 상품이 되는 성매매를 실현하기 위해 원정 성구매와, 이주여성 인신매매로 성매매 수요를 채우던 이들은 착취를 무제한으로 하는 시장의 구현을 원하고 있다. 여성을 자발과 피해로 나누며 책임을 피해자에 돌리는 기존의 성매매방지법만으로는 안 된다. 법은 성매매의 성착취와 인권유린 가해의 책임을 분명하게 알려야한다. 정의와 평등의 실현을 위해 성구매자와 알선업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 인권법으로 성매매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본에 이어 국내의 성착취 시장을 해외로까지 마구잡이로 확장해온 한국의 성매매/성착취 역사를 이제 종식시켜야 한다.

군산화재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우리는 늘 가슴이 아리다. 그녀들의 죽음에 기꺼이 응답하지 않는 이 사회의 비열함과 무책임함에 절망하고 또 절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성착취와 권력형 성범죄를 용납하지 않고, 숨 쉬듯 저질러졌던 무수한 성폭력 가해들에 맞서고 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19주기, 그녀들을 장례 지냈던 날처럼 눈이 내린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여성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차별과 착취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중단 없이 행동할 것이다. 평등/평화 세상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1.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고 여성들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행위로 규정하고 성매매 행위 및 알선행위를 불법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성매매집결지의 존재는 여전히 성구매를 권리로 수용하게 만드는 상징적 공간이다.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불법공간을 폐쇄하고, 성매매 중간 매개자, 건물주 등 알선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제재와 처벌을 하고,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공간이 있었기에 유입되고 착취되었던 수많은 여성들을 대신해 지금이라도 폐쇄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대책으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지 않고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이 성매매를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 성매매알선과 구매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진정한 성평등 인권법으로 성매매방지법을 개정하라!우리가 원하는 가장 우선순위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을 근거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 개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매매의 토대가 되는 여성차별과 억압적 문화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성폭력으로서 성착취/성매매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성매매문제해결은 요원하다. 여성들이 처벌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쌍벌죄’효과, 즉 성매매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왜곡된 신념을 만든다. 헌법재판소의 성매매방지법 합헌 판결과 이후 주요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현저한 인권침해 범죄라고 명시한바 있다. 더구나 성매매여성들의 두려움과 공포, 혐오와 차별에 맞선 용기 있는 증언이 성매매/성착취를 근절해나가는 데 가장 주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성매매여성들을 처벌하면서 절대 성매매/성착취의 종식이나 인식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2021년 1월 29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수원여성의전화, 인권희망강강술래,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여성인권티움,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성명/보도자료

[카드뉴스]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2020 여성인권행동 1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년, 여성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2000년 9월 19일 오전 9시 15분, 군산 대명동 쉬파리 골목 성매매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로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불은 업소 2층에서 발생했으나쇠창살과 굳게 잠긴 문 때문에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다.
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50분 군산 대명동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또다시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14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노예매춘', '감금성매매'는 더 이상 없다고 했지만, 여성들은 막힌 창문과 밖에서만 열 수 있는 철문에 가로막혀누구도 탈출하지 못했다.
" 날고싶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베란다 중앙에 새장을 보았다
외로이 새 한마리가 보였다
날 보는 것만 같았다
창살 틈으로 새가 말한다, 짹짹
그 모습은 내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남들이 알아들으면 어떠한 방법을 가르쳐 줄텐데...
아무도 모른다. 새의 울부짖음을
그런 새를 보며 나 역시 울고 있다 "
-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 중에서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년,성매매방지법 제정 16년, 
여성의 자리는 바뀌었는가?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2020 여성인권행동
자료실

[카드뉴스]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화재 15주기

1. 2005년 3월 27일,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성 5명이 사망한 지 15년이 지났다.

2. 15년 전 화재참사 당시 불은 20분만에 진압되었지만 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018년 말 서울 천호동 집결지 화재 당시에도 불은 16분만에 진압되었지만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3. 화재의 크기에 비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집결지의 구조 때문이다. 1~2평 남짓한 업소의 방들은 합판으로 나누어져 있어 불이 금방 옮겨 붙는다. 창문은 매우 작거나 막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4. 또한 여성들의 숙소 겸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는 방들은 2층에 있지만 출구는 1층에만 있다. 이마저도 좁고 가파른 계단 때문에 빠르게 대피하기 쉽지 않다.

5. 집결지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몇몇 집결지가 폐쇄되었지만, 일방적 재개발 형식의 폐쇄는 여성들을 다른 성착취 현장으로 내몰 뿐이다.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폐쇄만이 온전한 재발방지 대책이다.

6. 성착취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15년 전 미아리 화재참사를 비롯하여 성착취 산업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추모하며, 더 이상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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