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하라!

[성명서]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하라!

2001년 대한민국은 미국무부가 제작한 [인신매매 보고서](U.S. 2001 Trafficking in Person Report)에서 3등급 국가로 지목되었다. 미국무부는 2001년부터 매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제작하며 인신매매 수준의 심각성과 최저기준의 준수 정도에 따라 각 국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분류한다. 그중 3등급은 법에서 규정하는 최저기준에 전적으로 부합하지도 않고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 국가인데 2001년 총 23개국을 3등급 국가로 분류하며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이스라엘, 그리스 등을 포함시켰다. 당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인신매매 발생국이자 경유국이며, 젊은 여성들이 주로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및 일본으로 매매되고 있으며, 여러 국가 출신의 외국여성들이 한국을 통해 미국과 세계 다른 많은 지역으로 매매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며, 인신매매 자체를 특정하여 다루는 법률은 없다고 보고하였다. 충격을 받은 한국 정부는 부랴부랴 성매매특별법, 즉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이를 이유로 한국정부는 2003년부터 18년째 1등급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신매매 상황은 변했는가!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겠다고 하지만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을 처벌함으로써 법의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으며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조항을 2013년에 겨우 형법에 신설하였지만 해당 인신매매 범죄로 처벌받은 조직과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2013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8건). 2000년 유엔은 점점 악화되는 국제적인 인신매매 범죄를 예방·방지하기 위해 <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이하 인신매매 의정서)를 채택했지만 한국 정부는 2015년에서야 이 의정서를 비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준한 의정서를 이행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2020년 갑자기 이를 이행할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인신매매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노력과 움직임을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해왔던 전문가 및 단체들(이하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적극 환영한다.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법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며 인신매매 범죄의 단호한 처벌, 예방과 방지, 인신매매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신매매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며 잘 제정되어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고 법이 잘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치면서 정부가 준비한 법안은 퇴보를 거듭했고 피해자지원단체 등이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를 통해 퇴보한 법안을 발의하고 제정하겠다고 한다. 이미 민주당의 여러 의원(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들이 동의하여 해당 법률안은 발의된 상태다.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현재 발의된 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해당 법안은 제정된다고 하여도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하지도 피해자를 구제하지도 못하여, 결국 인신매매를 예방하지도 방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신매매 처벌조항의 부재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 대응을 위해서는 4P가 핵심적이다. 인신매매 예방(prevention), 처벌(prosecution), 피해자보호(protection), 국제협력(partnership)이다. 그러나 정부안은 예방과 보호의 내용만 있고 처벌과 국제협력에 관한 내용이 없다. 정부는 처벌에 대해서는 형법의 인신매매죄나 약취・유인죄 등으로 적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어떠한 형사법상 규정도 인신매매 의정서 상의 인신매매의 정의와에 부합하는 것은 없다. 특히 형법 제289조의 인신매매 조항은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로 인해 확대해석을 할 수 없어 사람의 몸을 사고 파는 행위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해버렸다. 그 결과 지난 8년간 해당 조항이 적용된 사건은 단 8건에 불과했는데, 그 중 4건은 장기탈취 목적의 인신매매이고, 나머지 4건도 극단적인 형태의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였으며,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는 전무했다. 인신매매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하면서 인신매매 범죄 처벌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은 정부와 위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과연 인신매매를 대응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둘째, 인신매매 정의의 모호함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착취를 목적으로 기만이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 위법한 수단을 사용하여 사람을 이동시키거나, 넘기거나, 넘겨받거나, 숨기는 등의 행위”라고 정의된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안(법안명 자체가 인신매매 의정서 상의 인신매매에 정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인신매매를 “인신매매·착취”라고 하여 혼란을 주고 있다(법안명 자체가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그런데 인신매매 정의에는 이미 “착취” 목적이 포함되어 있어 인신매매·착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혼란스럽다. 특히 정부안에 따르면 “인신매매 피해자”,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 “인신매매·착취 범죄 피해자”가 다른 개념이 돼버려 혼란이 가중된다. 게다가 정부안은 “인신매매·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채로 인신매매와 무관한 혹은 비슷한 여러 범죄를 “인신매매·착취 범죄군”으로 범주화하였다. 이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른 인신매매 범죄는 실제로 처벌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인신매매 범죄 통계상 처벌 건수는 높아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셋째, 인신매매피해자 식별절차의 부재

이번 정부안은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조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성인 피해자의 경우,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여가부 장관의 확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절차 규정이 전무하다. 피해자를 식별·확인하는 절차가 없으면 피해자 보호체계가 아무리 잘 되어 있더라도 수혜를 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이 인신매매 대응에 실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사법기관, 수사기관과 출입국 당국, 근로감독기관 등의 법 집행 공무원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식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넷째,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항 미비

인신매매 의정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국가 간 인신매매를 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안은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보면, 외국인에 대해서 체류연장, 강제퇴거 집해유예, 보호일시해제 등 3가지 조항만 있을 뿐이고 그것도 재량 규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미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 피해자는 체류와 관련하여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미 대부분의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는 체류자격이 없기 때문에 혹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식별·인정되기 전에 외국인보호소에 보내져 구금되고 강제추방되어왔다. 인신매매특별법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외국인 피해자에게 피해를 구제받을 동안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지위를 부여해야 하며 체류자격에 따른 어떠한 불이익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미 대한민국은 국내/국제간 인신매매 범죄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 인신매매의 경유국이자 발생국, 귀착국이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는 인신매매 범죄 및 인신매매 피해자가 없는 이상한 국가다. 이제라도 정부가 인신매매특별법을 제정하고 인신매매에 대응하겠다고 하니 환영하는 바이다. 피해자를 만나고 지원하는 현장에서 인신매매특별법은 절실하다. 십수년만에 드디어 제정되는 법에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니 정부는 이미 무용지물이 예견되는 현재의 정부안이 아니라 제대로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할 수 있고, 제대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 제대로 인신매매 범죄를 예방·방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정부와 정부안을 발의한 이수진 의원 등에 강력히 요구한다.

인신매매특별법, 인신매매에 대응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제정하라!

2021년 02월 08일

인신매매특별법제정을위한연대회의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레방, 사단법인 선,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요셉노동자의 집,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원곡법률사무소, 이주와 인권연구소, 인권희망 강강술래, 전북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화우공익재단

연대활동

[처벌조항 없는 인신매매 특별법은 필요없다!]

[처벌조항 없는 인신매매 특별법은 필요없다!-인신매매 특별법 쟁점 정리]
 
1. 2020년 12월,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이라는 이름의 인신매매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2000년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가 채택된 지 20년 만에 인신매매법을 갖게 된다.
 
2.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라 협약국은 인신매매를 ①예방(prevention)하고, 그 피해자를 ②보호 (protection)하고, 인신매매 범죄를 ③처벌(prosecution)하고, 인신매매 대응을 위해 국제적인 ④협력(partnership)을 할 의무가 있다.
 
3. 그런데 이 법안에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4. 정부는 기존의 형법으로 인신매매 범죄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5. 사례 1) 염전노예 사건
브로커에게 속아 섬에 있는 염전이나 양식장 또는 어선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염주나 선주의 허락 없이는 섬을 떠나는 배를 탈 수가 없어서 쉬는 날도 없이 욕설과 폭행을 당하면서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신안 염전에서의 피해자만 63명에 달했다.
사례 2) 예술흥행비자 취업 사례
필리핀 여성들은 공연기획사를 통해 한국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국한다. 그러나 이들이 일하는 곳은 미군 기지 클럽이다. 정해진 임금은 없으며 손님에게 구걸을 해 술과 음료를 얻어 마셔야 돈을 벌 수 있기에 영업을 위해 성매매를 강요당한다.
 
6. 이 사례들은 인신매매 범죄로 처벌되지 않았다.
현행법은 아주 강력한 지배 하(실력적 지배)에서 매매되었을 때 만을 인신매매로 정의하기 때문에 브로커가 피해자를 기만하여 유인해 착취자에게 넘기는 인신매매가 이루어졌더라도 인신매매로 인정되지 않는다.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부당한 처우로 축소 해석될 뿐이다.
 
7.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 상 인신매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준인 피해자에 대한 ‘실력적 지배’는 물론이거니와
‘실력적 지배의 이전’이나 ‘대가의 지급’이 불필요하다.
또한 현행법 상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피해자가 착취에 동의한 경우에‘약취·유인죄’나 ‘인신매매죄’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상의 인신매매에는 해당할 수 있다.
 
8. 가장 확실한 인신매매 예방 방법은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강력한 처벌이다!
정부와 국회는 인신매매특별법, 제대로 제정하라!
 
-인신매매특별법제정연대회의
성명/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