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유흥접객원’, 그런 건 ‘일’이 될 수 없다!

‘유흥접객원’, 그런 건 ‘일’이 될 수 없다!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영업을 하면 감염의 위협이, 영업제한 하면 생계의 위협이, <식품위생법>에 부녀자만 할 수 있다는 ‘유흥접객원’, 업주도 손님도 사회도 유흥접객원 여성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도 없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온갖 갑질도 손님의 권리가 되는 유흥접객원이라는 일, 여성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유흥접객원’을 삭제하자!

‘내가 여전히 그곳에 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인 우리는 생각한다. 고급 룸살롱이나 텐프로에 고정으로 일하거나, 보도방에서 여기저기 유흥주점에 나가 일해야 한다면. 2차를 나가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벌이가 되지 않거나, 이런 저런 약점을 이용해서 2차를 강요 받는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원도 애초에 없었기에 일하게 된 업소생활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조차 사라진 상황이라면. 우리가 겪고 견뎌야 했을 것들 이기에, 또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을 일들이기에 유흥주점의 불법영업과 단속, 그리고 유흥주점을 통한 감염병 확산, 이어지는 유흥종사자 전수조사같은 조치를 보면 한숨과 함께 분노가 절로 치솟는다.

전국 곳곳에서 유흥업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곳의 지자체는 유흥업소·단란주점·노래방 등의 업주 및 종사자에게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선제적으로 검사해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이라고 하며 기간을 정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주변의 아는 언니들은 실제로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사 장소에 가서 “유흥업소종사자”라고 하거나 “유흥업…”라고 하면 검사를 해주었다고 하며 말끝을 흐렸다. 특별히 눈치를 주거나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일방적인 행정명령에 의해 낯선 사람에게 “저 업소 다녀요…”라는 말을 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야만 했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성을 제외한 업주나 관련자들도 과연 그런 감정을 느꼈거나 황급히 자리를 피했을까. 그리고 유흥주점 종사자에 대한 이런 전수검사 행정명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종사자 명부에 올리지 않은 ‘보도방’ 등을 통해 여성들을 부른다. 이주여성들은 유흥접객원으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니 검사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은 코로나 감염도 무섭지만 확진자가 되어 동선이 공개될까 매일 두려워하고 있다. 열이 나고 몸이 아파도 집에 있는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출근을 한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여성들이 피해볼까 걱정이 앞서지만 매일 같이 괜찮으니 출근하라는 업주의 연락에 지쳐 마지못해 출근을 해야만 한다. 물론 당장 생계의 막막함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 먼저 일할 사람이 없으니 출근하라는 업주의 연락은 여성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 당연히 손님들은 술과 안주, 그리고 접객원여성을 곁에 두고 유흥을 즐기러 오는 것이니 마스크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수많은 손님들을 접대해야 하는 여성들은 걱정과 두려움을 숨기고 괜찮은 척 연기를 하며 이런 상황을 견디는 것이다. 오직 손님만 괜찮다면 여성들의 안전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저 장사만 잘되면 그뿐인 업주들은 영업제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지원금 및 손실보상을 주장하며, 한편으론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업주들은 자신들의 생계유지는 끝없이 요구하지만 한 번도 여성들의 생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손해를 보전해달라는 주장뿐이다. 업주들이 영업시간을 늘려 달라, 지원금과 손실보전, 세금면제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영업으로 인한 감염의 위협과 영업제한으로 인한 생계의 위협 아래 놓인 여성들은 마스크조차 끼지 못하는 대기실에서 두려움을 달래고 있다.

업주 중 그동안 받은 재난지원금을 여성들과 나눈 이가 얼마나 될까? 유흥업소 종사자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직에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룸살롱을 찾는 손님들은 자신들이 즐기려는 유흥이 접객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는 할까?

영업을 하면 감염의 위협이, 영업제한 하면 생계의 위협이, <식품위생법>에 부녀자만 할 수 있다는 ‘유흥접객원’, 업주도 손님도 사회도 유흥접객원 여성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도 없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온갖 갑질도 손님의 권리가 되는 유흥접객원이라는 일, 여성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직업’은 필요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유흥접객원’을 삭제하자!

2021. 06. 15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성명서] 정부는 성차별·성착취의 온상 유흥주점 재난지원 말고 여성을 도구화하는 ‘유흥접객원’ 규정 당장 삭제하라!

[성명서]

정부는 성차별·성착취의 온상 유흥주점 재난지원 말고

여성을 도구화하는 ‘유흥접객원’ 규정 당장 삭제하라!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 하겠다고 밝히자, 2020년 9월 10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전국 17개 시·도 공동 건의문을 채택하여 유흥업소를 포함하여 12개 고위험시설 업종 전체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에서 유흥업소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나온 요청이다.

유흥업소란 어떤 곳인가? 단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노는 곳이 아니다. 노래방 및 단란주점과 달리 유흥주점의 핵심은 ‘유흥접객원’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에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조항에 의해 룸살롱, 요정, 텐프로, 비즈니스 클럽, 풀살롱 등 합법적으로 유흥접객원을 두고 성착취적인 행태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유흥업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또는 유사성매매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곳에서 ‘일’이란 남성 ‘손님’들의 유흥을 위해 성희롱과 성추행, 심지어 강간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성희롱을 당해도 되는, 성추행을 당해도 되는 그런 ‘일’ 따위는 없다.

그런데 지금 전국시도지사협회는 ‘유흥접객원’ 조항 삭제는커녕 재난지원금 통해 성착취의 온상인 유흥주점을 장려하겠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성착취와 피해를 방치한 것에 대하여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것도 모자랄 판에 이 같은 전국시도지사협회의 공동건의문은 뻔뻔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우리는 인간을 착취하는 ‘유흥’을 거부한다. 우리는 모두가 스스로 술을 마시고 흥을 돋우며 서로를 존중하는 여흥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다. 이제 시대착오적이고 성착취적인 ‘유흥접객원’ 항목을 당장 삭제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시대착오적이며 성착취적인 ‘유흥접객원’이라는 항목을 영구히 삭제하라!

성희롱과 성착취를 당당히 ‘접대’라며 요구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라!

인간을 한낱 유흥의 도구로 비하하고 차별하는 ‘유흥시설’을 퇴출하라!

접대와 남성연대의 중심 유흥업소를 옹호하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2020년 9월 11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수원여성의전화, 인권희망강강술래,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여성인권티움,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성명/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