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여성살해사건- 한겨레 사설

사설] 한 집창촌 여성의 죽음
한겨레

서울의 한 성매매 집결지에서 엊그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성매매를 하다 남성에게 피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살된 여성은 몇 년 전 이곳을 떠났다가 지난해 돌아와 다시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일인 양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왔지만, 집창촌은 여전히 존재했고 성매매는 버젓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은 그 고발일 수 있다.

성매매가 방식만 바꿔 눈가림식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피살자는 그동안 월세 100만원씩을 성매매업소 주인에게 내고 성매매를 해왔다고 한다. 다른 집창촌에서도 업주와 성매매 여성이 수입을 나눠 갖거나 월세를 내는 형식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주의 성매매 알선이나 감금 성매매가 아니라 자기 의사에 따른 성매매인 양 가장해 법망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한 것이겠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형식을 가장했건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업주가 성매매를 할 방을 제공하고 불법으로 돈을 버는 것도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성매매 집결지가 눈앞에 있는데도, 경찰과 관계당국은 모른 체 눈감아온 것이다.

지난 2004년 제정된 성매매 관련 특별법은 성매매는 물론 이를 알선하는 행위, 인신매매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성매매 예방교육도 국가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성매매 특별법의 실효성은 크게 의심받고 있다. 없애겠다던 집창촌은 한때의 반짝 단속 뒤 경찰이 단속의 손을 놓으면서 다시 문을 열었고, 다른 편법 성매매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탈성매매 여성의 자활과 보호를 위한 교육 및 생계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왜곡된 성문화를 바꿀 수 있는 사회적 노력도 충분했다고 하긴 어렵다. 법만 만들어둔 채 성매매의 참혹한 현실은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더는 이럴 수 없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이 버젓이 존재한다면 여성들이 언제라도 과거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사건계기로 성매매 집결지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 애초 우리 사회가 다짐했던 대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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