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음료판매 할당량 못패우면 죽기보다 싫은 바파인"

여성가족부가 발주한 ‘외국인 여성 성매매 실태 보고서’에 드러난 그들의 일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 가득했다. 기지촌 인근 외국인 전용 업소에 소속돼 열흘 동안 음료를 100잔 팔아야 했으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블로잡, 랩댄스 등 성적 모욕감을 주는 행위도 스스럼없이 해야 했다. 목표를 채우지 못할 때는 죽기보다도 싫은 바파인(Bar Fine)을 강요했으며, 거절은 폭력으로 돌아왔다. 바파인은 필리핀에서 술집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아가씨를 데리고 나갈 때 지불하는 돈. 한국에선 곧 성매매로 통한다.

모국에 있는 가족과 자녀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98명의 외국인 성매매 여성이 겪고 있는 짐승같은 현실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기지촌 여성이라고 나몰라라 하기에는 그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유린과 착취행위는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단순히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생각했는데…”=그들의 고백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이었다. 상당수가 국내 유흥업소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몸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태국 출신인 A(25) 씨는 전형적인 인신매매로 국내에 들어온 경우. 그는 태국 현지 한국 사람을 통해 한국에 가서 관광도 하고, 관광하다가 돈이 필요하면 그가 운영하는 마사지숍에서 일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속아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태국에서 알고 있는 마사지업소가 아니라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였다. 며칠간의 관광을 마친 후 그들은 자신들을 데리고 온 한국인 브로커에게 비행기값과 각종 부대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협박을 받았으며, 돈을 갚을 때까지 성매매업소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다.

 

▶“음료수 판매쿼터, 못 팔면…”=한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삶은 각박했다. 팔아야 하는 음료수와 술의 양이 정해져 있었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 등을 내야 했다. B 씨의 경우도 한 달에 200잔의 음료수를 팔아야 했다. 주스를 산 외국인에게는 여성과 대화할 시간이 15분 정도 주어졌다. 여성은 주스값 1만원에서 3000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유사 성행위도 이뤄졌다. B 씨는 “화장실 가는 길에 칸막이로 가려져 있는 6개 정도의 부스가 있다”며 “쿼터를 채우기 위해선 손님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바파인으로 불리는 성매매도 이뤄졌다. 특히 기지촌에 있는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바파인이 이뤄졌다. 이들은 화대의 일정부분을 수당으로 받았으며, 항구나 조선소 등으로 파견나가기도 했다.

 

▶“몸무게 늘었다고 벌금, 툭하면 폭력”=유흥업소에 일하는 외국인 여성은 다양한 형태의 벌칙과 벌금으로 묶여 있었다.

D(39) 씨의 경우는 성매매를 나갔다가 12시 안으로 들어와야 하지만 15분 늦으면 2만원, 1시간 늦으면 5만원씩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 체중 증가 벌금도 있었다. 업주는 정해진 기간마다 체중을 측정하고 늘 때마다 벌금을 부과했다. E 씨가 일하던 업소의 경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체중을 재서 체중이 늘 때마다 1만~3만원씩의 벌금을 부과했다.

강제로 약을 먹이기도 했다. 2009년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F(30) 씨는 업주와 동료가 약을 먹게 했다고 밝혔다. F 씨는 “이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피곤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폭력도 행사됐다. 일을 못한다는 이유였다. G(27) 씨는 업소 사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종업원이 지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영업장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사장은 G 씨에게 “왜 너는 주스 한 잔에 2시간이나 손님 옆에 있느냐, 일을 하는 거냐, 파티를 하며 노는 거냐”며 병으로 G 씨의 허벅지를 내리찍었다.

업소 관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관광을 시켜준다는 속임수에 넘어가 인신매매로 한국에 온 태국인 H(25) 씨는 업소 관계자로부터 “마사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성폭행을 당했다. H 씨는 이를 경찰신고하지 못했다.

 

▶“그래도 코리안 드림은…”=만리타국에 넘어와 웃음을 팔며 본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이들. 불법적인 삶이 지긋지긋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이주 여성은 상당수가 한국에 더 머물기를 원하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G 씨는 “과거 모국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기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싶다”며 현재 외국인 여성 보호센터인 쉼터에 머물면서 끝나지 않은 코리안 드림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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