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룸살롱 황제 “경찰 30명 뇌물 리스트 있다”

룸살롱 황제 “경찰 30명 뇌물 리스트 있다”

ㆍ복역 중 돈 반환 협박 정황… ‘유착 의혹’ 부실수사 논란

경찰이 2010년 종결했던 속칭 ‘룸살롱 황제’ 이모씨(40)의 경찰관 유착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다. 이씨가 뇌물을 건넨 경찰관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감찰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 이씨가 최근 한 경찰관에게 “3억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뇌물로 건넨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한 얘기인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1차 조사 당시 경찰관 63명이 이씨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도 “금품수수는 확인된 게 없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ㄱ경위(52)가 수감 중인 이씨를 접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ㄱ경위는 “접견 당시 이씨가 조세포탈 추징금을 갚기 위해 돈이 부족하니 3억원을 빌려달라고 한 사실은 있지만 금품수수나 협박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ㄱ경위는 이날 경향신문 기자와 만났지만 “아무 할 말이 없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씨 내연녀의 부탁으로 이씨를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경위는 과거 이씨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 내부 감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ㄱ경위의 비위사실이 드러나면 징계할 계획이다.

경찰 조사는 최근 이씨가 “20억원의 뇌물을 건넨 경찰관 30여명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내연녀를 통해 해당 경찰을 협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2010년 이씨의 성매매 혐의를 수사할 당시 경찰관과의 유착의혹이 제기돼 대대적인 내부감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씨와 통화한 경찰관 63명을 징계했지만 뇌물수수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문감사관실에서 최근 이씨를 접견해 리스트 존재 여부를 물었지만 이씨가 ‘경찰에게는 말하지 않고 검사에게 제보하겠다’면서 일절 진술을 거부했다”면서 “이씨를 다시 만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강남북창동 등에서 10여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월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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