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 성폭력 피해자 DB관리, 여성단체들 “인권침해” 반발

지원시설에 정보 입력 강제
복지부 문서엔 ‘BH 지시사항’

정부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온라인 관리망에 올리도록 해,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221개 여성단체는 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사복시)과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에 개인정보를 집적하도록 강제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올해부터 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은 기존의 ‘수기 보고’(문서) 대신 입소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사통망에 입력해 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5년 동안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여성 피해자들의 실명, 개인사, 시설 정보가 포함돼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각 지원시설이 받은 보건복지부의 문서를 보면, 정부는 올해 1월까지 여성시설의 온라인 보고를 전면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수기 처리하는 시설 점검 및 징계조치’가 나와 있다. 시설이 온라인 보고를 하지 않을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지침이 나온 뒤, 온라인 보고를 거부한 한 시설엔 피해여성들의 생계급여가 보류되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여성가족부가 연계 방안에 동의했기 때문에 복지부가 추진한 것이며 반대한다면 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반면, 여성가족부 쪽은 “복지부가 수기 보고를 못하도록 해서 우리는 안내한 것일 뿐”이라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성폭력피해자쉼터 열림터의 김지현 활동가는 “폭력과 가해자를 피해서 비밀리에 쉼터를 찾은 여성들에게 국가 서비스의 대가로 개인정보를 내놓으라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당사자들이 신변 노출을 매우 불안해하면서 정부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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