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새누리당은 부실, 다른 당은 종합적정책대안 부족

새누리당은 부실, 다른 당은 종합적정책대안 부족

 

[여성관련 공약 분석②] 실종되고 사소하게 치부되는 여성폭력 공약

12.03.31 18:28 ㅣ최종 업데이트 12.03.31 18:28 정춘숙 (kwau)

 

2012여성투표행동, 19대총선, 공약, 여성폭력

전국 126개 여성단체들의 총선대응기구인 '2012여성투표행동 퍼플파티'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여성관련 공약을 비교 분석하여 발표합니다. 총 8회에 걸쳐 실릴 공약비교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기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기자 주>

18대 국회는 극악무도한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엔 들끓는 여론에 밀려 의원마다 수많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 후 여론이 잠잠해지면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것조차 많은 시일이 걸렸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일명 '나영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성폭력 사건들, 영화 <도가니>로 대변 되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도 관련 법률의 처벌 조항을 강화했을 뿐이다. 아동성폭력 사건이나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사건에 온 사회가 경악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으로부터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피해'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없는, '꽃뱀'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저항 할 수 없는 '완전한 피해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과제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는 여성들의 삶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폭력 특성을 반영한 심도있는 정책이 필요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정책의 포괄범위는 WHO가 제시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예방, 고 위험군들을 위한 2차 예방, 직접적 당사를 위한 3차 예방 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각 당의 총선공약을 살펴보면 여성폭력에 대한 각 당의 인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경우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중요성과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총선 공약의 정책과제 중 단 한 줄로 표현될 뿐이다.

새누리당, 아동과 청소년, 여성장애인 폭력에 대한 공약만 있을 뿐...

믿기지 않지만,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집에서는 여성폭력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아동 청소년 생명지키기'를 위해 아동성범죄, 인권침해, 사회복지, 아동관련 종사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와 '여성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 강화'를 위한 장애여성 성폭력 상담 확대 및 여성 폭력 방지 네트워크 연계만을 명시했을 뿐이다.

현 집권여당의 총선 공약에 여성폭력 관련 조항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여성인권과 폭력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폭력 공약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공약을 만드는데 새로운 이슈나 반복되지 않는 정책을 우선으로"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제안되었던 정책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고,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다. 새누리당의 인기 영합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에 분노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제안은 미흡한 민주당과 통합민주당, 선진당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 여성폭력 관련 공약은 큰 차이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공통 부분에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에 기초한 시설 기준 마련'은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아쉬운 점은 두 당 모두 정부의 통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책제안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유선진당은 더욱 심각해서,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 직장,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인권교육 강화' 공약은 마치 선언문을 보는 듯하다.

이는 각 당이 여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치에 의지해 정책을 입안하고 있을 뿐, 피해 당사자의 고통과 여성폭력의 사회적 파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막연한 공약은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각 당은 총선 이후 여성폭력 정책의 실질적인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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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각 당의 정책들은 성폭력 문제에 치중되어 있는 반면, 성매매나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극히 적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공약의 비구체성은 가정폭력의 경우가 가장 심각한데,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초기대응을 강화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나 통합진보당의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응급대응 강화, 피해자보호 및 자립지원'의 경우 실천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가정폭력은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에 비해 주요한 정책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도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여성의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뻔 했던 사건은 약 279건에 이르고 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09)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368만명, 이 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정도의 심각한 폭력 피해자의 수는 50만명으로, 사회적 비용은 2조821억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회원단체들은 지난 3월 8일에 '당신의 삶을 바꾸는 100가지 젠더정책'을 발표하면서 여성폭력부문의 공통 정책과제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영역의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을 제안한 바 있다. 여성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이는 국가의 책무이고, 각 당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게 되는 정책 책임의 주체이다.

이제 각 당들은 총선 이후 여성폭력 관련 정책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2여성투표행동 퍼플파티'는 정당이 공약한 정책의 실현과정을 모니터링 할 것이며, 가정과 직장과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추방하고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만 실종되거나, 최소화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지원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