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남자 연예인이 개인 SNS에 올린 성매매 합법화 취지 글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교회 앞에, 학교 앞에, 파출소 앞에 있는 유흥가를 보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성산업이 우리의 일상 공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늘 이상하게도 이 의문은 항상 ‘왜 여성의 몸이 상품이 되었는가’가 아니라 ‘이 산업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로 흘러간다. 왜 ‘관리’의 대상은 성구매 문화, 즉 수요가 아니라 여성의 몸이 되는가? 왜 이 전제는 늘 ‘수요는 어쩔 수 없다’인가?
성매매는 어차피 사라지지 않으며, 인정하고 관리해 세금을 걷고 위생을 관리하자는 이야기는 일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구매 수요를 전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1인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을 방치한 이상 덮어두면 그만이지라는 논리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말은 곧 남성의 성적 욕구는 당연한 것이니 사회가 해결해줘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는 여성의 몸이 제시된다.
이미 성매매가 합법화되었거나, 비범죄화인 상황인 국가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위해 여성의 몸이 제시되는 것이 당연해질 때, 가장 취약한 위치의 여성들은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될 수 밖에 없다. 이주여성, 빈곤 여성들은 ‘왜 살기 위해 성매매를 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받는다. 국가는 이들에게 세금만 걷을 뿐,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결과적으로 더 낮은 가격, 더 위험한 조건, 더 강한 통제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관리’는 착취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단지 시장화할 뿐이다.
남성의 성적 욕구도, 성매매에 대한 수요도 정책, 문화, 법제도, 교육에 따라 충분히 달라진다. 부부 사이의 강간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서, 이제 우리는 혼인 관계 안에서도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며, 친밀한 관계 안에서의 폭력 또한 범죄라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또한 성관계에서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이제 낯설지 않다. ‘싫다는 말이 없었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성적 대상화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는 ‘사소한 일’로 취급되던 것들이 지금은 분명한 여성폭력으로 인식되며, 처벌 받는다. 사회는 분명히 변화해왔다. 이 모든 변화는 남성의 욕구는 통제 불가능한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법,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전제 위에 가능한 변화였다.
성매매는 사라질 수 있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 구매자 처벌 강화, 탈성매매 지원 확대, 주거·노동·복지 기반 강화가 성매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의 사례로 증명되어 왔다. 욕구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를 통제하고, 불평등을 줄이고, 폭력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바꾸는 것. 우리는 이미 그런 변화를 만들어왔다.
성매매를 둘러싼 논의가 ‘남성 1인 가구가 늘어났으니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의 몸이 남성의 욕구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 전제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 유흥문화와 성매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넘어, 성매매가 만드는 성별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성매매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를 함께 묻고 토론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월 7일 성폭력 가해자인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이 부여국민체육센터에 나타났다. 실내 체육관을 메운 수백 명이 청중 앞줄에 앉아 지지자들과 두 손을 악수하고 인사하는, 마치 정치인 같은 모습이다. 안희정은 충남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이라는 범죄를 저질렀고 스스로 사임했으며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공식적인 정치적 행사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는 박정현 부여군수 저서 출판 기념식이다. 자리를 주최한 박정현 부여군수는 안희정에 대해 “너무 고맙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눈물이 난다”고 했고, 박 군수의 측근은 “인간적인 신의 문제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우리 안희정 동지, 건강한 얼굴로 보게 돼서 참으로 반갑고 기쁘다"며 안희정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안희정의 성폭력 가해 사실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가해 사실에 대한 침묵 속에서 안희정을 비호하고 환영하며 그의 복귀를 사실상 정당화했다.
안희정과 그의 측근, 지지자들은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도, 유죄가 선고된 이후에도 가해 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에 대한 끊임없는 비방과 왜곡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는 제대로 된 처벌과 징계를 받지 않은 2차 가해자들이 부지기수로 남아있다. 이번 출판기념식은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했던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를 비호하는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폭력을 가능하게 한 권력과 문화를 돌아보지 않는 한, 성폭력은 결코 근절될 수 없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성폭력 가해자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 채, 그 권력을 옹호하고 지지하며 다시 올라타고 있다. 이는 권력형 성폭력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정당의 메시지이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폭력 없는 사회와 성평등한 정치를 바라는 주권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피해자의 존엄과 일상을 무너뜨린 가해자 안희정은 무슨 낯으로 정치적 교류의 장에 등장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가. 이러한 자리를 가능하게 한 박정현 부여군수는 시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안희정의 정치 복귀 시도를 즉각 차단하라. 우리는 권력형 성폭력과의 단호한 결별을 요구한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매년 열리는 한국여성대회(이하 ‘3·8 여성대회’)는 세계 각국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 투쟁, 여성의 참정권 획득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이어오며, 그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요 여성·성평등 의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기념 행사다. 한국에서는 1985년 3월 8일, 전쟁과 군사독재로 단절되었던 세계여성의 날이 부활해 광장으로 복원되어 제1회 3·8 여성대회가 개최되었다.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의 주관으로 40년 넘게 전국의 여성과 시민들이 모여 여성 인권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향한 힘과 연대를 확인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왔다.
올해로 제41회를 맞이하는 3·8 여성대회는 개최 장소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법을 악용한 극우세력의 ‘자리 선점’이라는 방해와 이를 방조한 경찰 때문에 준비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였다.
3월 7일에 열릴 3·8 여성대회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탄핵광장에서 함께 그렸던 사회개혁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장으로 마련하고자 경복궁 동십자각, 서십자각에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집회 신고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광화문 주변의 집회신고는 극우세력이 365일 24시간 상시 대기하며 집회 장소를 선점하고 있어 관련 법에 따라 행사 30일 전(약 270시간 전)인 자정에 가도 장소를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여성연합은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전날(2/4(수)) 새벽 6시부터 줄을 서며 대기하였다. 집회 신고 6시간 전(2/4(수) 오후 6시경)에 경찰과 서십자각-동십자각 구간 선순위를 확인하는 한편 집회 구간, 행진코스 등을 상세 협의하였고, 이에 장장 18시간(2/4(수) 오전 6시~2/5(목) 자정) 줄을 서서 대기한 끝에 신고 시간(2/5(목) 자정)에 맞춰 신고 절차를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당일 아침(2/5(목) 오전 9시경)에 경찰로부터 해당 장소 사용에 대해서는 집회 신고 2순위가 되어 제한통고가 나갈 것이라는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았다. 알고 보니 여성연합보다 늦게 온 극우세력이 서십자각-동십자각 구간 집회 개최 1순위가 된 것이었다. 이들은 이른바 극우 채널을 운영하는 미디어 단체로, 수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장기적으로 집회 신고를 벌여온 행위가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해당 단체는 그들 자신의 집회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신고를 하지만, 다른 이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서도 단체의 조직력을 이용해 신고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집회 신고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했던 단체는 극우정당(세종대로 신고 예정)과 여성연합(동십자각, 서십자각 신고 예정)이었다. 2/5(목) 자정이 다 되어서 극우단체가 신고를 하려고 도착했는데, 이들은 여성연합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집회 장소 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첫 번째 신고 접수자인 극우정당을 통해 대리 신고를 했다. 대리 신고는 당사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접 방문하여 신고하지 못할 경우 대리인에게 위임하여 신고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직접 신고하러 왔던 극우세력은 본인들이 1순위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법을 악용하여 장소를 선점한 것이다. 여성연합은 강력하게 항의하였지만 경찰은 대리 신청이 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집회 신고를 받을 당시 극우세력의 부정의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제지하지 않고 법을 악용하게끔 방조하였다.
극우세력들의 이러한 행태는 조직력과 자원을 동원하여 다른 집회와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서 배제한다. 3·8 여성대회를 앞두고 발생한, 사회정의와 윤리를 파괴하는 이와 같은 관행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훼손하고,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극우세력의 이러한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집회 신고를 벌여온 행태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찰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가 명시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그럼에도 종로경찰서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묵인·동조하고 이를 방조했다.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할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다.
우리는 법을 악용하여 집회 장소를 선점한 극우세력의 행태에 동조하고 방조한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 경찰은 법을 악용하여 집회 신고 남용과 위임장 동원하여 장소를 선점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방조하지 말고, 집회·결사의 자유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 제22대 국회의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환영한다 - 더 이상 미루지 말라, 국회는 차별금지법 조속히 제정하라!
2026년 1월 9일 제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입법 추진이 된 이래 19년 동안 제정되지 않고 있다. 제22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평등에 관한 법률안’(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과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의원 대표 발의) 등이 제시한 기본적인 내용을 골자로 성별과 장애, 국적, 나이뿐 아니라 혼인 여부, 노동조합 가입 여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다. 혐오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손솔 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국회의원에게 환영과 연대,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법안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사항이 추가되었다. 고용 등 노동 영역에서 차별 보호 범위를 근로계약을 넘어 노무제공계약으로 확대하여 법에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 및 프리랜서 노동자 등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필요시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를 위해 직접 제소할 수 있도록 하며, 하나의 차별 행위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를 강화하였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차별과 혐오의 위협이 따른다. 가령 여성, 그중에서도 이주 배경, 장애, 성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한국사회 전반이 실감하고 공감하고 있음을 우리는 지난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구호와 발언으로 확인했다. 광장에 모인 우리는 윤석열 퇴진을 넘어 모두가 차별 없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 성평등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회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사회적 열망 실현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입법부인 국회는 지난 19년 동안 답이 없는 상태다. 국회가 사회 구성원을 대변해 실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고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책무 앞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비겁한 말로 논의를 회피한 결과 차별금지법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나태와 무능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수십 년간 요구된 과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시기는 이미 2006년이다.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제정 권고가 이어졌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수차례 권고했고, 2024년 9차 한국 정부 심의에서도 긴급과제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함에 따라 정부는 올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담은 중간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빛의 광장에서 우리가 외치고 꿈꾼 미래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 였다. 우리는 법·제도를 통해 모두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바란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제22대 국회는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1945년 9월 8일 주한미군의 주둔과 함께 한국 사회 곳곳에는 기지촌이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여성과 아동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히며 성착취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미군 위안부들이 미군의 유흥과 성적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인신매매되었고 이들 중 대다수가 미성년자였다.
유엔은 전시 성폭력과 인신매매를 인류의 존엄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다. 실제로 지금도 분쟁과 전쟁이 있는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은 끊임없이 성착취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군사력이 결합한 체계적인 범죄이며, 구조적 폭력이다. 미군 위안부 문제 또한 국가와 군대가 여성의 몸을 군대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와 동일하다.
주한미군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의해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성매매를 금지한 구 윤락행위방지법과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인신매매금지 협약을 모두 위반하며 불법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하였다. 심지어 미군기지 영내와 훈련장에서까지 미군 성매매를 허용하였다. 미군 부대의 성매매 조장으로 미군 위안부들은 미군에 의한 심각한 성적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고 미군 위안부들의 신체의 자유까지 박탈하며 성병 통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였다.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성병에 걸리고, 성병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미군 지프차나 트럭에 태워 강제로 연행하였고, 격리수용치료시설로 이동시켰다. 전문가인 의사 진단 없이 미군 부대로 연행하고, 강제로 페니실린 주사치료를 하였다. 미군 위안부들은 일상적으로 미군의 폭력과 성학대를 겪어야 했지만 주한미군은 미군 범죄를 목격하고도 무시하고,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수십 년 동안 자행된 인권 침해는 미군 위안부들의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겼고, 삶을 파괴하였다.
이에 미군 위안부 117명은 주한미군의 불법행위를 밝히고, 다시는 이 땅에 미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생애 마지막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며 지금도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는 미군 위안부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117명의 미군 위안부들의 용기 있는 투쟁을 지지하며, 주한미군에 의해 자행된 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군 위안부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미양국정부와 주한미군에게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라!!
2.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수십 년 동안 성적 학대를 당한 미군 위안부들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
3. 한미 양국 정부는 군 위안부와 군 성매매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미군 위안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4. 한미 양국 정부는 미군 위안부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미군 위안부들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며 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적극 알리고, 한미양국정부와 주한미군이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 법적 책임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투쟁할 것이다.
20대의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들의 소망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함께 차를 마시고, 자유롭게 거리를 걷는 삶.
2002년 1월 29일, 군산 개복동에 위치한 유흥주점 ‘대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업소 1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성 14명과 감시인이자 관리인이었던 남성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군산 개복동은 당시 유흥주점이 밀집된 청소년 출입 제한지역, 즉 성매매 집결지였다. 업소에서 불과 50m 거리에 파출소가 있었으나, 경찰은 뇌물을 받고 성매매 영업을 묵인·방조했으며 여성들의 상황을 알면서도 업주를 위해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소방당국 또한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수행하지 않았다. 명백히 영업장으로 사용되던 건물 2층을 ‘개인주택이므로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던 무책임한 태도는 이후 재판을 통해 그 책임이 확인되었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로 여성 5명이 사망한 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길 건너 가까운 거리의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이 화재 참사는 성매매·성착취 현장의 구조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명동 화재 이후 문제가 된 여성 감금용 쇠창살은 무늬만 유리창 형태로 바뀌었고, 내부는 벽지와 합판, 벽돌로 가로막혀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잠금장치는 외부에서만 열 수 있는 ‘샤프리’ 특수키로 바뀌어, 마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공간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의 여성들은 ‘현금보관증’, ‘차용증’이라는 이름의 선불금과 각종 명목의 빚에 묶여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착취를 강요받고 인권이 유린되는 삶을 하루하루 버텨왔다. 그 끝이 화재로 인한 집단 사망이었다. 개복동 화재참사는 한국 사회 성산업 착취구조와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죽음’으로 드러낸 사회적 재난이었다.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 피해자의 유가족, 여성단체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성매매 여성의 감금을 묵인했던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되었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여성들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국가의 책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공권력이 묵인·방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불법 영업을 용인하며 착취 구조를 유지시킨 결과, 여성들은 인권침해 상태에서 생명을 잃었다. 이는 국가의 책임이자, 지역사회의 책임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당시 이 여성들의 희생과 많은 시민들의 요구로 2004년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여성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시행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가?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성별불평등한 구조는 과연 변화했는가?
현행법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 개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여성 처벌 조항으로 신고와 고소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집행기관은 법을 편의적·악의적으로 적용하여 이른바 ‘광고죄’까지 이용해 여성을 처벌하고 있으며, 성매매 알선 구조 차단과 알선자·구매자 처벌 강화라는 법의 취지와 목적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24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1.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와 수요 차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라.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2.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을 기억과 증언의 공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켜라.
군산 개복동은 살아있는 현장이며, 기억의 장소이다. 방치되어 온 이 공간은 여성 인권과 평화의 공적 기억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치유와 회복의 공간, 민주사회 미래세대를 위한 성평등 교육과 젠더폭력 예방 교육의 공간, 여성인권의 역사 공간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착취와 성평등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우리의 행진과 발걸음은 기억공간을 재탄생시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난 12월 17일, 불법 성인사이트 AV***의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회원 수는 54만 명, 디지털성폭력 게시물은 60만 건에 달하는 규모에 운영자가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40억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AV***사이트는 2022년부터 운영되어 친밀한 관계 내 불법촬영물, 비동의 유포된 피해촬영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다수 업로드되었고, ‘미공개 신작’ 게시판을 운영해 새로운 피해촬영물의 유통으로 인기를 얻었다. 경찰은 이미 수사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3년째 성과는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 IP로는 페이지가 접속되지 않도록 접속차단하는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AV*** 사이트 자리에 다른 사이트 이름을 넣어도 이질감은 없다. 2015년 소라넷, 2017년 AVSNOOP, 2019년 웰컴투비디오, 2025년 야**** 를 설명하는 보도도 이번 보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해마다 가장 이용자 규모가 큰 사이트는 바뀌어도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불법 성인사이트의 개수는 100개 내외로 유지되었다. 한국의 불법 성인사이트의 실태와 규모는 2015년 소라넷을 겪고도 여전히 비슷하다.
우리는 지독한 기시감이 드는 동시에, 지겨운 국가 시스템 부재를 마주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7년 수사기관 요청 시에 불법촬영물을 즉시 삭제·차단하는 FAST TRACK을 시행하고, 심의 소요시간을 3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는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현실은 이와는 너무 다르다. 접속 차단이 되기는커녕 IP를 우회하지 않아도 누구나 구글에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는 불법성인사이트가 상당수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이 구성되지 않아 10월 기준 디지털성범죄 게시물 1만 4천여건이 6개월째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1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출범했으나, 현재까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 중 한 명의 심의위원도 임명되지 않았다. 국회와 대통령이 위원 추천과 임명을 미루는 사이, 1만 4천여건의 디지털성범죄 게시물은 FAST TRACK으로 처리되기는커녕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심의위원회 구성 지연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21년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5기 위원회는 6개월 만에 구성되었고 그 사이 심의 기능은 마비되었다. 그 때마다 피해는 오롯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이 안게 되었다.
지난 12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를 듣고 “1%의 불법 촬영물이 있더라도 차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착취물이 올라간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방미심위 규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는 방미심위가 사이트 전체를 접속차단하지 않고 심의 요청이 된 게시물을 개별적으로만 접속차단하고 있던 문제가 있었다. 심의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다른 게시물이 피해촬영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성인사이트 전체를 접속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진전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접속 차단을 심의할 위원회가 구성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실제로 접속 차단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국가 시스템의 복구가 시급하다. 방미심위 심의위원을 즉각 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심의위원을 성평등 관점을 가진 이로 추천하고, 임명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디지털성폭력 유통 사이트의 사회적 영향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고려하는 심의위원,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온라인 공간이 소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는 심의위원이 필요하다. 성평등 관점을 가진 방미심위 심의위원 임명은 디지털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이다.
최근 일부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그대로 인용·확산하며 이른바 ‘탈성매매 지원금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해당 기사들은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이나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특정 게시글과 그에 달린 혐오 댓글을 그대로 전파함으로써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과 증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매우 문제적인 보도 행태다.
문제가 된 기사들은 ‘월 수백만 원의 탈성매매 지원금’, ‘지원금으로 해외여행’, ‘관리되지 않는 퍼주기 제도’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왜곡된 서사다.
게시글과 기사에서 언급하는 ‘탈성매매 지원금’은 모든 성매매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제도가 아니라,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 지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월 100만 원을 초과하는 탈성매매 지원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지원 사례로 언급되는 파주시조차도, 자활지원금 지원은 최대 36개월 동안 월 약 100만 원 수준이며, 여기에 추가되는 직업훈련비는 월 약 30만원이다. 이는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월 수백만 원과는 거리가 먼 금액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성북구 미아리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도, 여성들에게 지원되는 1인당 자활지원금은 월 60~7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지원금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탈성매매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실제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거나 자활지원 작업장에 참여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조건 하에서만 지급된다. 즉, 이는 ‘쉬는 대가’도, ‘보상금’도 아닌 최소한의 생계유지와 전환을 위한 사회복지적 지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출처와 맥락이 불분명한 게시글과 혐오적 댓글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아리를 비롯해 실제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어렵게 탈성매매를 선택하고, 매우 제한적인 지원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이들의 삶을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손쉽게 비난할 수 있는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이러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성매매 집결지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공간이 아니라, 과거 윤락행위등방지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국가가 ‘특정지역’으로 지정·관리해 온 공간이었다. 성매매 집결지는 수십 년간 남성들의 성적 소비를 위해 여성들이 구조적으로 가두어지고 착취되어 온 공간이었으며, 그러한 구조를 방치하고 유지해 온 것은 국가와 사회였다. 따라서 집결지 폐쇄는 단순히 공간을 닫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여성들을 그 공간에 묶어 두었던 사회가, 그 공간을 닫으면서 여성들의 삶까지 함께 책임지는 것까지가 진정한 해결이다. 대부분의 집결지 여성들은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고,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망조차 없이 고립돼 있다. 탈성매매 이후 살아갈 수 있는 자립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기간 생계비와 주거비,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사회가 오랜 세월 만들어 놓은 착취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집결지 폐쇄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절망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자 전환점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사회복지의 문제이자 여성 인권의 문제다.
사실 확인 없는 기사, 왜곡된 숫자, 혐오 댓글을 그대로 옮겨 적는 보도는 결코 ‘제도 검증’이 아니다. 그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폭력이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선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탈성매매 지원제도의 실제 현실과 그 사회적 의미를 책임 있게 보도해야 할 것이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향한 마중물이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하라
2025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7주년 기념일에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선포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앞세운 극우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뜻을 모아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선포하며 평화와 인권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은 제주도민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고 서로의 가치를 포용하며 존중하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차별금지법이 수십 년째 유예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지역에서 먼저 평화와 인권을 위한 걸음을 떼어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로의 진전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12.3 계엄, 서부지법 폭동, 이화여대에 난입 폭력 등 극우세력들의 모습을 통해 차별과 혐오는 민주주의와 함께 갈 수 없음을 똑똑히 보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의 존엄을 위한 민주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임을 ‘빛의 혁명’은 증명했다.
‘빛의 혁명’의 준엄한 주권자의 명령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천한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를 환영하며 제주도민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걸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마침내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향한 큰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면하지 말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평등·돌봄·연대의 광장을 함께 만들고 지켰던 ‘빛의 혁명’ 시민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과 모두의 존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오늘 새벽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종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였다. 법원은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신병에 대한 불구속을 선택하였다.
우리는 이 결정이 내란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대한 오판이고, 내란 책임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여주는 것이라 판단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연달아 변경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밤 추 전 원내대표에게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 이어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통화를 통해 '국무위원조차 반대한 계엄'임을 인식했음에도, 계엄 해제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의원총회 장소 변경 등으로 계엄 유지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에 주어진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불법 계엄을 연장하려 한 행위로, 내란 사태의 핵심 범죄 구성요소와 직결된 중대한 범죄 혐의이다.
이로 인해 내란의 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90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들을 제외한 재석 190명 전원이 찬성하는 이례적인 구조 속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이 표결 결과만으로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중대한 형사책임 부과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국회가 군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의 중대성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또다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사법적 결단조차 회피했다. 이번 결정은 결코 단발적이고 우연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국회 등 공적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비상계엄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조기대선의 후보자로 출마선언까지 했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 등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내란행위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고, 많은 시민들은 최고위 공직자의 공적 발언이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허위로 가득 찬 변명이었음을 확인하며 강력한 사법적 책임을 묻기를 희망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자인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두 차례나 기각되었다. 계엄 당시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계엄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을 했으며, 휴대폰과 업무용 컴퓨터까지 교체한 사실이 드러난 피의자에게조차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부정하였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 조치, 교정시설 수용공간 확보 지시 등 내란 실행에 필수적인 조치를 연이어 내렸음에도 이를 단지 법무부장관으로서의 ‘통상 업무’였다고 변명했고, 법원은 이 황당한 해명을 “위법성 인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사실상 수용하였다.
이번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결정과 동일한 궤도 위에 있다. 내란 주도자와 핵심 협력자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다툼의 여지”,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음”을 읊조리며 구속을 회피시켜 온 사법부의 태도는, 더 이상 개별 판사의 재량이나 우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형성된 ‘조희대 사법부’의 구조적 인식과 책임 방기의 결과라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 결정에서 12·3 비상계엄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은 채 선포된 위헌·불법 계엄임을 확인하였다. 국가 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수천 명의 무장 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되었고,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 제1호 또한 헌법 제77조 제5항과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장관·국무총리·여당 원내대표 등 최고위 공직자들은 누구보다 먼저 위헌성을 인식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헌법 수호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계엄을 설계·집행·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반면 주권자 시민들은 공직자나 법률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위헌·불법임을 직감하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장갑차와 총칼에 맞서며 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
조희대 사법부가 연이어 내놓은 구속영장 기각결정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행위에 중요하게 관여했음이 드러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여당 원내대표에게조차 불구속 원칙을 앞세우는 것이다. 시민의 상식과 법원의 판단이 이토록 어긋난 현실에서, 과연 지금의 사법부가 민주헌정을 수호할 최후의 보루라 부를 수 있는가.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12·3 내란 관련 사건들을 담당한 재판부의 판단이 헌법질서 수호라는 책무에 부합하는지 전면적인 점검에 착수하고, 내란·헌정 파괴 범죄에 대한 전담 재판부 설치, 내란사건에서의 영장심사 기준 재정립 등 개선 방안을 즉각 마련하여 시행하라.
내란특검은, 활동기한을 새롭게 연장하거나 추가적인 특검법을 추진해서라도,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모든 내란 책임자들에 대해 끝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한 책임을 이끌어 내라.
우리는 조희대 사법부가 보여준 역사 인식과 책임 회피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내란 책임자들에게 관대한 사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될 수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끝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그가 대법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헌법질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임을 분명히 할 것이다.
12·3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투쟁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겨우 막아낸 이 내란을, 사법부가 반복되는 영장 기각과 ‘봐주기’ 소극적 판단으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사건’으로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조희대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내란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역사는 조희대 사법부를 내란의 공범·방조자로 기록할 것이다.
[논평] 수요를 전제한 성매매 논의는 인권을 지울 뿐이다
최근 한 남자 연예인이 개인 SNS에 올린 성매매 합법화 취지 글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교회 앞에, 학교 앞에, 파출소 앞에 있는 유흥가를 보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성산업이 우리의 일상 공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늘 이상하게도 이 의문은 항상 ‘왜 여성의 몸이 상품이 되었는가’가 아니라 ‘이 산업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로 흘러간다.
왜 ‘관리’의 대상은 성구매 문화, 즉 수요가 아니라 여성의 몸이 되는가?
왜 이 전제는 늘 ‘수요는 어쩔 수 없다’인가?
성매매는 어차피 사라지지 않으며, 인정하고 관리해 세금을 걷고 위생을 관리하자는 이야기는 일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구매 수요를 전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1인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을 방치한 이상 덮어두면 그만이지라는 논리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말은 곧 남성의 성적 욕구는 당연한 것이니 사회가 해결해줘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는 여성의 몸이 제시된다.
이미 성매매가 합법화되었거나, 비범죄화인 상황인 국가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위해 여성의 몸이 제시되는 것이 당연해질 때, 가장 취약한 위치의 여성들은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될 수 밖에 없다. 이주여성, 빈곤 여성들은 ‘왜 살기 위해 성매매를 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받는다. 국가는 이들에게 세금만 걷을 뿐,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결과적으로 더 낮은 가격, 더 위험한 조건, 더 강한 통제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관리’는 착취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단지 시장화할 뿐이다.
남성의 성적 욕구도, 성매매에 대한 수요도 정책, 문화, 법제도, 교육에 따라 충분히 달라진다. 부부 사이의 강간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서, 이제 우리는 혼인 관계 안에서도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며, 친밀한 관계 안에서의 폭력 또한 범죄라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또한 성관계에서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이제 낯설지 않다. ‘싫다는 말이 없었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성적 대상화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는 ‘사소한 일’로 취급되던 것들이 지금은 분명한 여성폭력으로 인식되며, 처벌 받는다.
사회는 분명히 변화해왔다. 이 모든 변화는 남성의 욕구는 통제 불가능한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법,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전제 위에 가능한 변화였다.
성매매는 사라질 수 있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 구매자 처벌 강화, 탈성매매 지원 확대, 주거·노동·복지 기반 강화가 성매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의 사례로 증명되어 왔다.
욕구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를 통제하고, 불평등을 줄이고, 폭력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바꾸는 것. 우리는 이미 그런 변화를 만들어왔다.
성매매를 둘러싼 논의가 ‘남성 1인 가구가 늘어났으니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의 몸이 남성의 욕구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 전제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 유흥문화와 성매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넘어, 성매매가 만드는 성별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성매매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를 함께 묻고 토론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2월 20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미군 위안부들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주한미군은 미군 위안부들에게 자행한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라!!
1945년 9월 8일 주한미군의 주둔과 함께 한국 사회 곳곳에는 기지촌이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여성과 아동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히며 성착취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미군 위안부들이 미군의 유흥과 성적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인신매매되었고 이들 중 대다수가 미성년자였다.
유엔은 전시 성폭력과 인신매매를 인류의 존엄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다. 실제로 지금도 분쟁과 전쟁이 있는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은 끊임없이 성착취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군사력이 결합한 체계적인 범죄이며, 구조적 폭력이다. 미군 위안부 문제 또한 국가와 군대가 여성의 몸을 군대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와 동일하다.
주한미군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의해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성매매를 금지한 구 윤락행위방지법과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인신매매금지 협약을 모두 위반하며 불법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하였다. 심지어 미군기지 영내와 훈련장에서까지 미군 성매매를 허용하였다. 미군 부대의 성매매 조장으로 미군 위안부들은 미군에 의한 심각한 성적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고 미군 위안부들의 신체의 자유까지 박탈하며 성병 통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였다.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성병에 걸리고, 성병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미군 지프차나 트럭에 태워 강제로 연행하였고, 격리수용치료시설로 이동시켰다. 전문가인 의사 진단 없이 미군 부대로 연행하고, 강제로 페니실린 주사치료를 하였다. 미군 위안부들은 일상적으로 미군의 폭력과 성학대를 겪어야 했지만 주한미군은 미군 범죄를 목격하고도 무시하고,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수십 년 동안 자행된 인권 침해는 미군 위안부들의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겼고, 삶을 파괴하였다.
이에 미군 위안부 117명은 주한미군의 불법행위를 밝히고, 다시는 이 땅에 미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생애 마지막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며 지금도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는 미군 위안부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117명의 미군 위안부들의 용기 있는 투쟁을 지지하며, 주한미군에 의해 자행된 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군 위안부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미양국정부와 주한미군에게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라!!
2.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수십 년 동안 성적 학대를 당한 미군 위안부들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
3. 한미 양국 정부는 군 위안부와 군 성매매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미군 위안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4. 한미 양국 정부는 미군 위안부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미군 위안부들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며 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적극 알리고, 한미양국정부와 주한미군이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 법적 책임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투쟁할 것이다.
2025년 9월 8일
주한미군 성착취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인권센터,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회,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공동대책위원회, 두레방,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에코젠더, 여성 잇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인권희망 강강술래, 인권희망티움, 자주통일평화연대 여성본부, 제주여성인권연대, 진보당, 충북여성인권, 전국여성연대, 팔레스타인 문화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햇살사회복지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이상 32개 여성시민사회단체)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24주기 성명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은 살아있는 현장이자, 기억과 증언의 공간이다.
20대의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들의 소망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함께 차를 마시고, 자유롭게 거리를 걷는 삶.
2002년 1월 29일, 군산 개복동에 위치한 유흥주점 ‘대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업소 1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성 14명과 감시인이자 관리인이었던 남성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군산 개복동은 당시 유흥주점이 밀집된 청소년 출입 제한지역, 즉 성매매 집결지였다. 업소에서 불과 50m 거리에 파출소가 있었으나, 경찰은 뇌물을 받고 성매매 영업을 묵인·방조했으며 여성들의 상황을 알면서도 업주를 위해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소방당국 또한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수행하지 않았다. 명백히 영업장으로 사용되던 건물 2층을 ‘개인주택이므로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던 무책임한 태도는 이후 재판을 통해 그 책임이 확인되었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로 여성 5명이 사망한 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길 건너 가까운 거리의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이 화재 참사는 성매매·성착취 현장의 구조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명동 화재 이후 문제가 된 여성 감금용 쇠창살은 무늬만 유리창 형태로 바뀌었고, 내부는 벽지와 합판, 벽돌로 가로막혀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잠금장치는 외부에서만 열 수 있는 ‘샤프리’ 특수키로 바뀌어, 마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공간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의 여성들은 ‘현금보관증’, ‘차용증’이라는 이름의 선불금과 각종 명목의 빚에 묶여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착취를 강요받고 인권이 유린되는 삶을 하루하루 버텨왔다. 그 끝이 화재로 인한 집단 사망이었다. 개복동 화재참사는 한국 사회 성산업 착취구조와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죽음’으로 드러낸 사회적 재난이었다.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 피해자의 유가족, 여성단체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성매매 여성의 감금을 묵인했던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되었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여성들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국가의 책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공권력이 묵인·방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불법 영업을 용인하며 착취 구조를 유지시킨 결과, 여성들은 인권침해 상태에서 생명을 잃었다. 이는 국가의 책임이자, 지역사회의 책임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당시 이 여성들의 희생과 많은 시민들의 요구로 2004년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여성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시행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가?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성별불평등한 구조는 과연 변화했는가?
현행법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 개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여성 처벌 조항으로 신고와 고소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집행기관은 법을 편의적·악의적으로 적용하여 이른바 ‘광고죄’까지 이용해 여성을 처벌하고 있으며, 성매매 알선 구조 차단과 알선자·구매자 처벌 강화라는 법의 취지와 목적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24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1.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와 수요 차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라.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2.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지역을 기억과 증언의 공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켜라.
군산 개복동은 살아있는 현장이며, 기억의 장소이다.
방치되어 온 이 공간은 여성 인권과 평화의 공적 기억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치유와 회복의 공간, 민주사회 미래세대를 위한 성평등 교육과 젠더폭력 예방 교육의 공간, 여성인권의 역사 공간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착취와 성평등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우리의 행진과 발걸음은 기억공간을 재탄생시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6년 1월 29일, 군산 화재 참사 24주기를 맞이하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군산 개복동 기억공간추진위원회
[공동기자회견문]
방치된 디지털성폭력 게시물 1만 4천여건
국회는 방미심위 심의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
지난 12월 17일, 불법 성인사이트 AV***의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회원 수는 54만 명, 디지털성폭력 게시물은 60만 건에 달하는 규모에 운영자가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40억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AV***사이트는 2022년부터 운영되어 친밀한 관계 내 불법촬영물, 비동의 유포된 피해촬영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다수 업로드되었고, ‘미공개 신작’ 게시판을 운영해 새로운 피해촬영물의 유통으로 인기를 얻었다. 경찰은 이미 수사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3년째 성과는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 IP로는 페이지가 접속되지 않도록 접속차단하는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AV*** 사이트 자리에 다른 사이트 이름을 넣어도 이질감은 없다. 2015년 소라넷, 2017년 AVSNOOP, 2019년 웰컴투비디오, 2025년 야**** 를 설명하는 보도도 이번 보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해마다 가장 이용자 규모가 큰 사이트는 바뀌어도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불법 성인사이트의 개수는 100개 내외로 유지되었다. 한국의 불법 성인사이트의 실태와 규모는 2015년 소라넷을 겪고도 여전히 비슷하다.
우리는 지독한 기시감이 드는 동시에, 지겨운 국가 시스템 부재를 마주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7년 수사기관 요청 시에 불법촬영물을 즉시 삭제·차단하는 FAST TRACK을 시행하고, 심의 소요시간을 3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는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현실은 이와는 너무 다르다. 접속 차단이 되기는커녕 IP를 우회하지 않아도 누구나 구글에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는 불법성인사이트가 상당수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이 구성되지 않아 10월 기준 디지털성범죄 게시물 1만 4천여건이 6개월째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1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출범했으나, 현재까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 중 한 명의 심의위원도 임명되지 않았다. 국회와 대통령이 위원 추천과 임명을 미루는 사이, 1만 4천여건의 디지털성범죄 게시물은 FAST TRACK으로 처리되기는커녕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심의위원회 구성 지연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21년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5기 위원회는 6개월 만에 구성되었고 그 사이 심의 기능은 마비되었다. 그 때마다 피해는 오롯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이 안게 되었다.
지난 12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를 듣고 “1%의 불법 촬영물이 있더라도 차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착취물이 올라간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방미심위 규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는 방미심위가 사이트 전체를 접속차단하지 않고 심의 요청이 된 게시물을 개별적으로만 접속차단하고 있던 문제가 있었다. 심의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다른 게시물이 피해촬영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성인사이트 전체를 접속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진전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접속 차단을 심의할 위원회가 구성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실제로 접속 차단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국가 시스템의 복구가 시급하다. 방미심위 심의위원을 즉각 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심의위원을 성평등 관점을 가진 이로 추천하고, 임명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디지털성폭력 유통 사이트의 사회적 영향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고려하는 심의위원,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온라인 공간이 소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는 심의위원이 필요하다. 성평등 관점을 가진 방미심위 심의위원 임명은 디지털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이다.
국회는 방미심위 심의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
성평등 관점 갖춘 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
디지털성폭력 1만 4천건 즉각 차단하라.
6개월 방치 웬말이냐 즉각 차단하라.
2025년 12월 24일
경남여성회 경남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베이직페미, 김해여성의전화,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대전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대전여성단체연합, 목포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분당여성회, 불꽃페미액션, 사단법인 수원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용인여성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여성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여성연대,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총 30개 단체)
[논평] 사실 확인 없는 ‘받아쓰기 보도’, 성매매 여성 혐오를 부추기지 말라
최근 일부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그대로 인용·확산하며 이른바 ‘탈성매매 지원금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해당 기사들은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이나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특정 게시글과 그에 달린 혐오 댓글을 그대로 전파함으로써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과 증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매우 문제적인 보도 행태다.
문제가 된 기사들은 ‘월 수백만 원의 탈성매매 지원금’, ‘지원금으로 해외여행’, ‘관리되지 않는 퍼주기 제도’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왜곡된 서사다.
게시글과 기사에서 언급하는 ‘탈성매매 지원금’은 모든 성매매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제도가 아니라,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 지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월 100만 원을 초과하는 탈성매매 지원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지원 사례로 언급되는 파주시조차도, 자활지원금 지원은 최대 36개월 동안 월 약 100만 원 수준이며, 여기에 추가되는 직업훈련비는 월 약 30만원이다. 이는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월 수백만 원과는 거리가 먼 금액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성북구 미아리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도, 여성들에게 지원되는 1인당 자활지원금은 월 60~7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지원금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탈성매매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실제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거나 자활지원 작업장에 참여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조건 하에서만 지급된다. 즉, 이는 ‘쉬는 대가’도, ‘보상금’도 아닌 최소한의 생계유지와 전환을 위한 사회복지적 지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출처와 맥락이 불분명한 게시글과 혐오적 댓글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아리를 비롯해 실제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어렵게 탈성매매를 선택하고, 매우 제한적인 지원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이들의 삶을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손쉽게 비난할 수 있는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이러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성매매 집결지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공간이 아니라, 과거 윤락행위등방지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국가가 ‘특정지역’으로 지정·관리해 온 공간이었다. 성매매 집결지는 수십 년간 남성들의 성적 소비를 위해 여성들이 구조적으로 가두어지고 착취되어 온 공간이었으며, 그러한 구조를 방치하고 유지해 온 것은 국가와 사회였다. 따라서 집결지 폐쇄는 단순히 공간을 닫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여성들을 그 공간에 묶어 두었던 사회가, 그 공간을 닫으면서 여성들의 삶까지 함께 책임지는 것까지가 진정한 해결이다. 대부분의 집결지 여성들은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고,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망조차 없이 고립돼 있다. 탈성매매 이후 살아갈 수 있는 자립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기간 생계비와 주거비,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사회가 오랜 세월 만들어 놓은 착취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집결지 폐쇄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절망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자 전환점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사회복지의 문제이자 여성 인권의 문제다.
사실 확인 없는 기사, 왜곡된 숫자, 혐오 댓글을 그대로 옮겨 적는 보도는 결코 ‘제도 검증’이 아니다. 그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폭력이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선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탈성매매 지원제도의 실제 현실과 그 사회적 의미를 책임 있게 보도해야 할 것이다.
2025년 12월 26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 환영 논평]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향한 마중물이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하라
2025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7주년 기념일에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선포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앞세운 극우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뜻을 모아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선포하며 평화와 인권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은 제주도민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고 서로의 가치를 포용하며 존중하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차별금지법이 수십 년째 유예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지역에서 먼저 평화와 인권을 위한 걸음을 떼어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로의 진전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12.3 계엄, 서부지법 폭동, 이화여대에 난입 폭력 등 극우세력들의 모습을 통해 차별과 혐오는 민주주의와 함께 갈 수 없음을 똑똑히 보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의 존엄을 위한 민주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임을 ‘빛의 혁명’은 증명했다.
‘빛의 혁명’의 준엄한 주권자의 명령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천한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를 환영하며 제주도민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걸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마침내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향한 큰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면하지 말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평등·돌봄·연대의 광장을 함께 만들고 지켰던 ‘빛의 혁명’ 시민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과 모두의 존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25년 12월 11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세종여성, 수원여성회, 인천여성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교육플랫폼효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총 29개 단체)
[성명]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강력히 규탄한다
오늘 새벽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종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였다. 법원은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신병에 대한 불구속을 선택하였다.
우리는 이 결정이 내란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대한 오판이고, 내란 책임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여주는 것이라 판단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연달아 변경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밤 추 전 원내대표에게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 이어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통화를 통해 '국무위원조차 반대한 계엄'임을 인식했음에도, 계엄 해제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의원총회 장소 변경 등으로 계엄 유지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에 주어진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불법 계엄을 연장하려 한 행위로, 내란 사태의 핵심 범죄 구성요소와 직결된 중대한 범죄 혐의이다.
이로 인해 내란의 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90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들을 제외한 재석 190명 전원이 찬성하는 이례적인 구조 속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이 표결 결과만으로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중대한 형사책임 부과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국회가 군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의 중대성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또다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사법적 결단조차 회피했다. 이번 결정은 결코 단발적이고 우연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국회 등 공적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비상계엄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조기대선의 후보자로 출마선언까지 했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 등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내란행위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고, 많은 시민들은 최고위 공직자의 공적 발언이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허위로 가득 찬 변명이었음을 확인하며 강력한 사법적 책임을 묻기를 희망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자인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두 차례나 기각되었다. 계엄 당시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계엄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을 했으며, 휴대폰과 업무용 컴퓨터까지 교체한 사실이 드러난 피의자에게조차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부정하였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 조치, 교정시설 수용공간 확보 지시 등 내란 실행에 필수적인 조치를 연이어 내렸음에도 이를 단지 법무부장관으로서의 ‘통상 업무’였다고 변명했고, 법원은 이 황당한 해명을 “위법성 인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사실상 수용하였다.
이번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결정과 동일한 궤도 위에 있다. 내란 주도자와 핵심 협력자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다툼의 여지”,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음”을 읊조리며 구속을 회피시켜 온 사법부의 태도는, 더 이상 개별 판사의 재량이나 우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형성된 ‘조희대 사법부’의 구조적 인식과 책임 방기의 결과라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 결정에서 12·3 비상계엄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은 채 선포된 위헌·불법 계엄임을 확인하였다. 국가 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수천 명의 무장 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되었고,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 제1호 또한 헌법 제77조 제5항과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장관·국무총리·여당 원내대표 등 최고위 공직자들은 누구보다 먼저 위헌성을 인식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헌법 수호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계엄을 설계·집행·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반면 주권자 시민들은 공직자나 법률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위헌·불법임을 직감하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장갑차와 총칼에 맞서며 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
조희대 사법부가 연이어 내놓은 구속영장 기각결정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행위에 중요하게 관여했음이 드러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여당 원내대표에게조차 불구속 원칙을 앞세우는 것이다. 시민의 상식과 법원의 판단이 이토록 어긋난 현실에서, 과연 지금의 사법부가 민주헌정을 수호할 최후의 보루라 부를 수 있는가.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12·3 내란 관련 사건들을 담당한 재판부의 판단이 헌법질서 수호라는 책무에 부합하는지 전면적인 점검에 착수하고, 내란·헌정 파괴 범죄에 대한 전담 재판부 설치, 내란사건에서의 영장심사 기준 재정립 등 개선 방안을 즉각 마련하여 시행하라.
내란특검은, 활동기한을 새롭게 연장하거나 추가적인 특검법을 추진해서라도,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모든 내란 책임자들에 대해 끝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한 책임을 이끌어 내라.
우리는 조희대 사법부가 보여준 역사 인식과 책임 회피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내란 책임자들에게 관대한 사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될 수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끝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그가 대법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헌법질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임을 분명히 할 것이다.
12·3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의 투쟁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겨우 막아낸 이 내란을, 사법부가 반복되는 영장 기각과 ‘봐주기’ 소극적 판단으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사건’으로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조희대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내란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역사는 조희대 사법부를 내란의 공범·방조자로 기록할 것이다.
2025년 12월 3일
제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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