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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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딕 모델 도입 10년을 기념하여, 바로 전날인 4월 12일(일)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생존자, 활동가들의 대행진이 파리 시내에서 진행됐습니다.
성매매 현장에서 착취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성평등한 사회, 성매매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모아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한국의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무무도 생존자이자 당사자활동가로 발언했습니다.
발언문 전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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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무입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는 지난 20년간, 성산업이 강요한 침묵을 깨고 우리만의 언어로 폭력을 고발해온 변화의 주체들입니다. 뭉치에서 함께 활동하는 모든 멤버들을 대표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한국의 현실을 발언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뭉치’는 한국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회복을 도모하는 지역 별 6개의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의 언어로 한국사회에 ‘왜’ 성평등 모델 도입이 필요한지, 우리가 당한 폭력이 무엇인지 발설하는 당사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매매 경험을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국가가 우리를 처벌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를 처벌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뭉치들을 만나며 그 나 스스로를 탓하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짜 가해자인 성매매 구조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왔습니다.
프랑스, 성평등 모델 10주년을 맞이한 이 뜻깊은 자리에서 발언할 수 있어 매우 영광입니다.
우리는 오늘, 성매매가 단순한 ‘선택’이나 ‘거래’가 아니라, 여성의 삶과 존엄을 침해하는 구조적 폭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성매매방지법’ 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처벌법’, ‘성매매보호법’ 두가지의 법이 존재합니다. 입법당시 성매매처벌법은 업주와 성구매자, 장소를 제공해 준 건물주 등 성산업을 유지하려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였고 성매매보호법은 성매매 된 여성들을 보호하고, 자활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어 처벌하며 법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였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성매매 현장은 결코 자유로운 선택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가난, 폭력, 차별, 그리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밀려난 결과였습니다. 성매매는 여성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강요된 것이었습니다.
‘뭉치’는 많은 성매매경험당사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보호법으로 여성을 피해자로 보거나 성매매처벌법에 의해 여성을 처벌할 수 있음을 근거로 사법기관과 개개인의 성인지적 관점의 유무에 의해 누군가는 ‘피해자’로 구분되어 피해여성이 되고, 누군가는 ‘피의자’로 구분되어 처벌 된 회원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어떻게 구분하든 성매매 자체의 폭력성이 절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성매매처벌법 개정 요구와 함께 더 나아가 여성이 처벌받지 않는 성평등 모델의 도입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성매매를 노동보고 당사자의 선택을 권리로 존중해야한다는 의견을 가진 연구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들은 ‘노동’이라는 언어로 현장의 ‘폭력’을 미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성매매 현장은 단순한 노동의 공간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통제와 위협, 폭력과 착취가 일상화된 인권 유린의 현장으로 여성의 몸은 상품처럼 취급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쉽게 훼손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에게 ‘자발성’이라는 프레임은 빈곤과 착취라는 구조적 폭력을 은폐하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한국남성 2명 중 1명이 성구매를 해봤다는 한국 성매매실태조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키스방’과 같은 교묘한 변종 성매매 업소를 통해 여성을 부위별로 나누어 착취하며,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짓밟는 권력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입술, 손, 가슴.. 우리를 부위별로 해체하여 가격표를 붙이고 착취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거대한 자본과 가부장제의 결탁, 그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야만 합니다. 우리는 그것의 시작이 성평등 모델 도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진전이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탈성매매를 돕는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일부 여성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벌과 사회적 낙인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여성들은 여전히 범죄자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성매매 경험 당사자운동을 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얼굴을 드러내는 이 시간에 해방감을 느낍니다.
왜 성구매자와 알선자는 보호되고, 성매매 된 여성은 처벌받아야 합니까?
노르딕 모델은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제시합니다. 성매매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요를 처벌하고, 착취당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권의 관점입니다.
한국 사회에도 이러한 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성매매 경험 여성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하고, 국가로부터 필요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연대를 요청합니다. 한국에서도 노르딕 모델이 도입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폭력과 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지와 힘을 보내주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는 작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말할 것입니다. 우리의 경험을,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그 자리에 여기 계신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뭉치’운영원장
대전지역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하쿠나마타타‘
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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