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후기] 2026 3.8 세계여성의날 맞이 일본 초청 강연 참석 후기 (무무 뭉치운영위원장)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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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 방문은 단순한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 나에게 깊은 울림과 확신을 남긴 시간이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를 대표해 일본 도쿄를 방문해 다양한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을 만나고,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정은 내 활동에 큰 확신을 주었다.

 

3월 6일, 콜라보와의 만남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얼마나 같은 문제의식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며 느낀 것은, 국가는 다르지만 성매매 경험 여성들이 겪는 현실과 그 안에서의 낙인과 고립, 그리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점이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유메노를 4년만에 만났고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7일에는 일본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등화’의 멤버와 함께 신주쿠를 일대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각자가 왜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거리의 풍경 속에서 나눈 대화는 오히려 더 진솔했고, 서로의 삶을 더 가까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날 마셨던 말차라떼의 감동처럼, 그녀와 함께한 그 짧은 시간 역시 오래도록 감동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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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에서 등화 멤버와 함께 마신 말차라떼


같은 날 오후에는 콜라보 활동가들과 함께 반성매매 스터디를 진행하고, 유튜브 촬영에도 참여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였고,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각자의 경험이 단순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매매 경험 여성으로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마음껏 발화할 수 있는 맛보기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일본에 거주 중인 한국인 성매매 경험 여성을 만나 한국의 지원체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국에서 홀로 살아가며 겪었을 고민과 불안이 느껴졌고, 그녀가 ‘뭉치’를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해주었을 때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 서로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그녀가 건강하길, 꼭 다시 만나길 바란다.

 

같은 날 저녁, 가부키초 거리를 방문했을 때의 경험은 이번 일정 중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 중 하나였다. 곳곳에서 거리위 청소년들과 성매매 여성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골목 초입에 위치한 성매매 안내소는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와 한국 담배곽, 한국 소주 빈병을 보며 이곳에서도 한국인들이 성착취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성구매의 주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것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또한 가부키초 거리의 수많은 코스프레 카페와 유사 성행위 업소들을 보며 일본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동시에 성산업의 구조가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법의 허점을 교모하게 파고들어 여성을 대상화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성매매 광고 관련 법이 변화하면서 이전보다 노골적인 표현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글자를 읽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공간인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 풍경은 성매매 산업이 형태를 바꾸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우리가 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3월 8일 오전에는 일본 언론사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7개의 언론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로 성매매 문제를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도 반성매매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고, 변화의 흐름 속에 내가 함께 서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는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성매매경험당사자를 대표해 발표를 진행했다. 내가 살아온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탈성매매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발표를 통해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탈성매매는 개인의 의지로만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회적 지원과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 상상만으로도 그 자리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심포지엄 이후 저녁에는 콜라보와 등화의 구성원들이 다시 모여 서로의 활동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의 긴 일정 끝에서 함께 나눈 대화는 더욱 깊고 진솔했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기보다,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연대’라는 것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결감이었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의 경험은 고립된 것이 아니라 연결될 수 있으며, 그 연결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지만, 우리는 같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일의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무엇보다도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 연결을 이어가며 더 많은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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