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2026 한·일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워크숍 후기] 우리의 존재는 서로의 용기가 되었다 : 뭉치X등화 2박 3일의 기록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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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일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워크숍 후기> 

우리의 존재는 서로의 용기가 되었다

: 뭉치X등화 2박 3일의 기록 

바라_전북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 키싱구라미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의 여정을 떠올리니 무엇부터 써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2026 한일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합동 워크숍>은 한숨과 눈물, 웃음, 위로, 치유 그 어떤 한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고 연대한 최초의 합동 워크숍이었기 때문이다.

폭우로 도로가 잠길 정도로 비가 내리던 날 우리는 만났다. 반가운 마음과 달리 쭈뼛대던 몸과 낯선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숙소와 떨어져 있던 세미나실을 오가기 위해 여러번 차를 타고 이동하며 7월 장마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폭우 속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매 순간 긴장과 당황의 연속이었다. 

세미나실에 도착한 우리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삐이~” 하고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집중했다. 서로의 닉네임을 익히기 위해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명찰을 만들었다. 번역 앱으로 각자의 닉네임을 찾아 삐뚤빼뚤 닉네임을 그렸다. 일본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등화와 뭉치 회원들은 앞으로 나와서 자신과 자조모임을 소개했다. 상기된 얼굴로 설렘과 긴장, 웃음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향한 따뜻한 박수는 첫 만남의 어색함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이어진 발표는 한국과 일본의 성착취 실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두 국가 모두 포주와 관계자는 뒤로 숨고, 여성은 마치 ‘내가 원해서’ 성매매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성착취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고 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나 우리라도 그것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한국의 성착취 실태 발표가 끝난 뒤, 일본의 성착취 실태 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이야기인지 일본의 이야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나라의 현실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돌봄의 부재로 인해 다리 밑에서 잠을 자야 했을 때, 거리를 서성여야 했을 때,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업주와 성매수자 뿐이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경험과도 너무나 닮아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만연한 낙인, 성매수자들이 내뱉는 “성을 밝히는구나”, “왜 이런 일을 해?, 안 하면 되잖아?”, “OO까지 해도 되지?”같은 말들. 돈을 권력이라 여겨 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는 남성들과, 그 모든 결과를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까지도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었다. 

성매수자를 위한 후기사이트 운영에 대해 들으며, 앞선 발표에서 이야기된 것처럼 남성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집단을 형성하고, 성매매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거기서 죄의식은 부재하다는 문제의식이 한국과 일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발표를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하는 일본의 당사자를 보며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울컥하는 감정이 자꾸 올라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곳에 모인 우리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나를 향하던 슬픔은 구조를 향한 분노로 바뀌고, 냉정하고 차분한 마음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 있는 나를 포함한 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모한 생각까지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성매매 된 여성들이 스스로를 망친 사람이라 여기며 죄의식을 품고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우리를 향한 혐오와 비난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성매매 현실과 구조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매수자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했는지, 업주는 왜 ‘어린’ 나에게 그렇게 잘해주었는지, 나는 그 안에서 정말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그때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나누고 발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첫째 날 저녁,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이야기 나누었다. 맛있게 쌈을 싸먹는 법을 알려 주고, 첫 소주를 경험시켜 주기도 했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 한국에서 꼭 먹어 보고 싶었던 음식은 무엇이었는지 등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좁은 거실에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간식들을 펼쳐 놓고, 하루를 돌아보며 소소한 소감을 나누었다.


<1일차 소감>

‘첫 워크샵인데, 오늘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본과 지속적으로 서로 논의하고 지지한 끝에 드디어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 좋고 뜨거운 연대가 이어지길 바란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취약계층이 상품이 되는 과정들을 보며 놀랐고 일본에도 반성매매가 자리 잡았으면

한.일이 비슷하다.’

‘성매매의 본질은 같다. 사회가 같이 이야기해주지 않으니 우리끼리라도 같이 실컷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우리끼리 잘 통할거라는 확신이 든다.’

‘3년 전 재유입 후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여러분들은 내 마음을 알 것 같다. 탈성매매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일본 상황에 슬프고 화난 마음을 보여줘서 감사하고 든든하다.’

‘일본에서 반성매매를 한다는 것은 고독하고 괴롭다. 혼자라고 생각이 들다가 한국을 생각하면지지 받는 느낌이 든다. 여러분 한명 한명이 일본 당사자들에게 힘이 된다.’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우리가 늘 바라왔던 그 느낌, 안정감과 지지의 눈빛을 오랜 시간 서로에게 건넸다. 그렇게 우리가 그토록 원해 왔던 평범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2일 차, 이어진 발제는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경험당사자운동의 흐름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처음 당사자로 모이게 되었는지,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을 찾았는지, 그리고 지금의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폭력을 경험해 왔는지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날의 나는 한국과 일본의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울고 웃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결국 같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성매매와 성착취 문제를 두고 정작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성매수자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성착취 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폭력을 경험한 당사자임에도 자신의 경험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냉정하게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점심식사 후 어쩌면 우리가 가장 기다려온 시간인 <성매매경험당사자 성토대회>가 시작되었다. 여섯 명의 한국과 일본의 당사자들이 앞에 앉았고, 둥글게 모여 앉은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날의 감동과 슬픔, 그리고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모두 글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날 내가 보고 느낀 것은 탈성매매 이후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현실과 과거의 경험은 각기 다른 형태로 우리를 따라와 괴롭히고 있었다. 울컥하는 마음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우리는 이런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할까? 사회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조차 성매매 여성에게 자발성과 주체성이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맞을까 우리의 이야기가 맞을까?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인지, 설령 연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폭력과 착취구조,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는 현실을 덜어낸 채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지금도 의문이다. 

그루밍을 통해 한 여성의 삶을 장악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업주라 믿게 만든다.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뚱뚱하든 장애가 있든 그 모든 조건은 ‘서비스 옵션’이 되어 착취의 대상이 된다. 그런 현실에서 과연 ‘주체적인 성매매(성착취)’라는 말이 가능한 것일까? 성토대회에서 당사자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복잡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이도 했기에, 위로를 건네다가도 함께 울었고, 함께 분노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것은 일본 당사자의 한 마디다. “살아가도 괜찮은 존재이고 싶었다.” 그 말을 듣고, 탈성매매 이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어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낯설었지만 내가 나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로서 온전히 살아가도 괜찮은 존재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성매매 현장에서, 낙인 속에서 죽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곳에 함께였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경험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힘듦도 두 배가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것은,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과 연결된다는 것이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용기를 건네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그것을 키싱구라미와 뭉치, 그리고 등화와의 만남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어진 조별토론은 하나의 <조별 성토대회>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신뢰 아닐까? 말보다 눈빛으로 마음으로 서로 지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별토론을 함께 한 통역자는 우리에게 말했다. “삶에서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 공동체, 관계가 있을까요?, 어떤면에서는 정말 부럽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역시 이들과 함께할 때 온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온 소감 나눔의 시간, 우리는 2일을 함께 보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일본에서 온 당사자가 먹고 싶다던 닭발을 먹었고, 팔씨름을 하자는 제안에 어느새 한일전이 되어 웃으며 응원했다. 처음 써보는 번역 앱을 토독토독 두드리며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려했고, 그렇게 우리의 웃음소리는 새벽이 깊도록 멈추지 않았다. 

등화와 뭉치가 함께한 2박3일, 울고 울어 “눈이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났다. 워크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출장은 잘 다녀 왔어?”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이 펑 터져버렸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건 서로의 삶을 끌어안은 연대였고 자매애였다. 

우리의 2박 3일은 폭우조차 막을 수 없을 만큼 맑았고, 저마다의 빛이 서로를 비추며 끝내 ‘우리’가 되었다. 


<전체 소감>

‘타인의 아픔, 결핍, 괴로움을 안다는 건 자신의 결핍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기에 나도 눈물 흘릴 수 있었다. 나도 울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결핍이 이어져온 인생에서 자조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뭉치가 생길 수 있었고 뭉치는 누군가를 살게 해준 멋진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헛되지 않은 일이고, 우리 법도 개선된다면 여성들이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누군가를 계속 살게 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오늘 당사자성토대회를 듣고 이야기하며 용기가 생겨 나의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용기를 얻어가는 것 같다.’

‘당사자 성토대회는 같이 울고 같이 화내며 같이 나누는 시간이었다.’

‘작은 발화가 시작되었다.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의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제 나에게 이기고, 과거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 생에 이렇게 특별한 날이 있을까? 일본 친구들이 더이상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색함은 어제 끝났고, 오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구나 공감되고, 조별 모임에서 오히려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좋았다.’

‘워크샵 오면 힘을 얻고 자존감도 높아져 다시 1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뭉치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는 회원들과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살아온 환경과 일했던 방식은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은 다 같았다. 또 한 번 1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당사자 성토를 들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내 삶이 달라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성매매경험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뭉치와 자조모임을 선택한 것은 큰 행운이고 영광이고 나에게 너무 복인 것 같다. 일본에도 10년 후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생길 것이다.’

‘현실에서 숨기고 싶었던 기억이 괴로웠는데, 다 덜어낸 것 같다.’

‘서로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특별한 시간을 갖게 해줘서 감사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줘서 감사하고 따듯하게 안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토대회는 마치 뭉치의 첫 토크콘서트가 생각이 났다. 눈물이 날까 싶어 서로의 눈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등화와 뭉치의 합동 토크콘서트 느낌이었다. 침묵의 시간을 지지하며 기다려주었다. 조별토론 역시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했는데 그냥 울음바다였다. 감동의 시간이었다. 특히 뭉치 신입분들 정말 대단하시다. 뭉치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등화와 뭉치 서로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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