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여성의 날] 성평등걸림돌, 디딤돌, 올해의여성운동상

2012년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 소개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에게 보호처분을 내린

나상훈 판사

2011년 5월 대전지역에서 지적장애 여중생 1명을 일반계 고등학교 4개 학교의 16명이 약 한 달에 걸쳐 집단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지적장애 여중생의 진술로 지역사회에 알려져 사법절차를 밟았으나, 대전지방법원은 가해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해자들이 청소년이고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 아래 가정법원으로 전원 송치했다.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의 나상훈 판사는 특수강간 임에도 불구하고 16명의 가해자가 수능시험 응시자라는 이유로 1년 가까이 선고를 유예해 주었다. 또한 보호자에게 위탁, 수강명령 40시간, 보호관찰 1년이라는 매우 낮은 수위의 판결을 내려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 하기보다는 도리어 묵인한 것으로서 성폭력 관련 최악의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

 

직무유기 및 유흥업소와의 유착비리 드러난

포항남부경찰서

2010년 7월, 포항 대잠동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3명의 여성들이 4일에 걸쳐 차례로 죽음을 선택했다. 2011년 3월, 또 한명의 여성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목숨을 끊었다. 8번째의 자살이었다. 8개월동안 8명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했지만,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경찰과 검찰, 정부기관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은폐와 왜곡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최초 사건당시부터 사건을 철저히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다.

결국 2011년 3월, 포항지역의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전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이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몬 성산업 착취구조에 대한 이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여론의 압박에 밀려 경찰청은 특별수사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포항 대잠동 일대 유흥업주들의 모임인 한마음회가 영업이권을 위해 담합하여 마담과 여성들에 대한 협박, 감금, 폭력 등을 행사했음이 밝혀졌다. 또 유흥업소를 단속해야 할 경찰들이 한마음회 소속 업주의 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고, 골프장까지 함께 다니는 등 이들의 불법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희롱 국회의원 비호한 김형오 전 의장과 제명안에 반대한

134명 국회의원

2011년 8월,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1년을 끌다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강용석 의원을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하고,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을 인용,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나는 그럴 수 없다”며 강 의원을 비호해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당시 본회의에 출석한 재적의원 259명 중 그 누구도 김형오 의장의 발언에 이렇다 할 반박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134명의 국회의원이 제명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여 134명의 명단을 알 수는 없지만, 국회 내 윤리심사자문위와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상정된 징계제명안을 최종적으로 폐기한 18대 국회의원 134명은 국회의 윤리 자정력을 포기하고 여성인권침해를 묵인한 채, ‘제식구 감싸기’의 극치를 보여준 ‘가장 부끄러운 국회의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2년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 소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첫 산업재해 인정 판결, 원직복직 투쟁에 승리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작은꽃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작은꽃’님은 2010년 사내하청업체의 관리자들로부터 받은 지속적인 성희롱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사건을 공론화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를 당했다. 이에 2011년 5월 31일부터 부당해고에 맞서 197일간의 상경 천막농성투쟁을 전개하는 등 1년 6개월간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첫 산업재해 판결을 받아냈으며, 마침내 2011년 12월 원직복직과 가해자 해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합의를 얻어냈다.

이 투쟁은 간접고용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위치에서는 성희롱과 같은 인권 침해를 당해도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한 채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비정규직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삶과 불법파견이라는 비정상적 고용형태의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제기한 사안으로서,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간접고용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사회적 문제로 이끌어낸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2010년 12월, 홍익대는 청소·경비 용역 계약이 만료되자,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인건비로 책정된 기존 용역비 단가를 강요하며 3개월만 계약을 연장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했고, 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170여명의 청소·경비용역 노동자들은 연말에 계약해지 사태를 맞게 되었다. 해고된 14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측에 생존권 보장과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011년 1월 3일부터 50여일간 홍익대 본관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결국 ‘전원고용승계’를 쟁취하고, 시급 인상, 1일 8시간 근무, 주 5일제, 초과근무․시간외수당 지급 등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큰 개선을 이뤄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집단 계약해지에 저항하며 흔들림없이 진행된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간접고용의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트위터리안 · 날라리 외부세력 등 일반시민들의 참여와 지지와 연대로 확장되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대 의대생 성추행사건에 대응하여 성폭력에 대한 학내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고려대 반성폭력연대회의

                                       2011년 5월,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여학생위원회, 여성주의 교지 <석순>, 생활도서관 등이 <반성폭력연대회의>를 구성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학내 성폭력 문제가 단순히 해당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일회적 처벌만이 아니라, 성폭력이 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구성한 학생상벌위원회가 가해자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한 징계를 실시할 것과, 피해 여학생에게 자행된 의과대 내 2차 피해 문제에 대해 올바른 시각과 방향을 갖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성 인식과 성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실시, 2차 피해여성의 안정적인 학내 복귀를 위한 피해자 지지엽서 쓰기 등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 의식변화를 위해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채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2 제24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소개

특수고용노동직의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1. 올해의 여성운동상 선정 근거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에서 종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게, 자신이 계산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며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 형태”라는 특수고용직으로 정의된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 학습지 교사들은 육아휴직 및 모성보호는 물론이고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의 지침으로 산재보험은 가입하게 되어 있지만, 임의탈퇴 규정이 있어 사측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강요하여 가입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학습지 교사들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5대 학습지 기준으로 보면, 교사 수는 4~5만 명이며 여성교사의 비율이 90%를 훨씬 상회한다.

 

특히 재능교육의 경우 회원이 회비를 연체 혹은 미납했을 경우 교사의 월급(수수료)에서 자동 충당(공제)되는 ‘자동충당제도’와 회원 수의 감소가 있을 경우 회원 수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월별 정산(공제)하는 ‘월별정산제도’가 있어 학습지 교사들이 결국 가짜회원을 만들어서 부정영업을 양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등 다른 학습지보다 훨씬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여성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능교육지부는 2007년 5월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임금이 삭감되는 ‘新수수료제도’를 도입한 임금협약이 갱신되어 조합원들이 회사에 임금 재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2007년 12월 노동조합이 혜화동 본사 옆에 농성 천막을 쳤고, 회사가 구사대를 동원해 이를 철거 하면서 2012년 3월 현재까지 1,540일째 농성을 지속해 오고 있다.

 

○ 흔들림없이 장기투쟁을 이끌며 여성지도력 발휘

 

1999년 학습지 회사들 중에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한 재능교육지부의 노조원들 중에는 남성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여성들이다. 특히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이하 재능교육 학습지노조)의 지부장을 비롯해서 간부들은 여성들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재능교육 학습지노조는 특수고용직으로의 노동 강도나 노동의 내용에 대한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항하여 5년 가까이 장기투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리더십의 평등하고 포용적인 긍정적 특성을 살려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시간이 경과할수록 오히려 투쟁이 더욱 조직적이고 단결된 모습으로 다른 여타 투쟁에 귀감이 되고 있다.

 

○ 여성의 빈곤화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비정규직이 여성 빈곤화의 상징이라면, 노동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투쟁을 지속해온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는 여성 빈곤화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 또한 소통하는 투쟁방식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모아나가며 매주 빠짐없이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1인 시위, 희망산행, 희망뚜벅이, 거리강연, 문화제, 촛불기도회, 집중기도회, 재능아웃 댄스플래시몹 거리공연, 출근선전전, 1500인 서명전, 1500일 집중 투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주도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직 승리를 일궈내지는 못했지만 투쟁과정을 통해 조직을 강화하고 여성빈곤 문제해결이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는 일임을 사회적으로 확산 시키고 있다.

 

○ 여성 억압에 대한 당당한 대응으로 여성주의 인식 확산

 

재능교육 노조가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래로 사측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하기위해 용역을 동원해 성희롱과 성적 모독을 일삼고 있다. 이로 인해 노조원들은 심각한 수치심과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굽히지 않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며 여성인권 침해에도 당당하게 대응해나가고 있다. 노조원들 간에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여성 리더십이 형성되고 성희롱 등 여성 억압의 문제에 대한 구조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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