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국제심포지움 “왜 프랑스는 성평등 모델을 선택했나? 프랑스 성매매경험당사자 활동가와 여성의원에게 듣는다” – 원민경 변호사

전국연대에서는 프랑스 성매매경험당사자 활동가 알렉신 솔리스와 프랑스 성평등 모델법 제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전 하원의원 모드 올리비에를 초청했습니다. 프랑스는 2016년 성평등 모델법(신근절주의)을 제정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프랑스의 법 제정 과정과 성매매 실태를 살펴본 후, 한국의 상황을 점검하는 토론을 가졌습니다.

4. 성착취 피해 여성에 대한 전면적 비범죄화·성착취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보여 줄 성평등 국가의 미래 – 원민경(법무법인 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

원민경 변호사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등 젠더폭력 관련 현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을 조직하여 성매매여성 처벌조항 삭제, 수요 차단을 위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성착취 산업과 성매매 수요의 시작점·비정상적인 확산

성매매업소의 잇단 화재 사건과 여성들의 죽음(2000년 군산 대명동, 2001년 부산 완월동,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 미국 국무부가 한국을 인신매매 3등급 국가로 지정(2001),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증가, 가시화, 사건화로 2004. 2. 24. 성매매특별법(처벌법 + 방지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내고 성매매방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하고 피해자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피해자 보호와 자활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강제성과 피해를 입증하지 않으면 면책되지 않고 처벌받는 문제와 낮은 기소율과 처벌로 법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2) 성매매처벌법에서 성착취 범죄 처벌법으로의 전면 개정 필요성

. 현행 성매매처벌법의 한계

성매매처벌법 제정 무렵, 여성가족부 담당자와 여성정책 전문가들이 스웨덴을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스웨덴이 성평등한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인 성매매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 잘 정착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여성단체 등에서는 성매매가 갖는 폭력적 성격에 초점을 맞춰 성매매알선자 및 구매자는 강력히 처벌하되 성매매여성에 대한 전면적 비범죄화를 처벌법에 포함시킬 것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무부가 대향범인 성매매여성과 구매자를 달리 처벌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여 결국 성매매피해가 입증된 경우에 한해 성매매피해여성으로 인정하고 처벌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타협이 이루어져 현행과 같은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되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성매매처벌법 제정 초기에는, 수사기관이 성매매알선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과 수사를 펼쳤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수사기관에 성산업에서 받은 피해를 주장하면서 신고하거나 고소한 여성들까지 성매매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빈발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스웨덴식(성평등 모델)으로 성매매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 성매매처벌법의 정상적 작동과 집행을 막는 비정상적 인식 검토

성매매처벌법을 성평등 모델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성매매 합법화를 지지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성매매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 기반하여 지속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목소리가 성매매처벌법의 정상적인 작동과 집행을 막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성매매처벌법 집행 초기, 성매매처벌법으로 우리 나라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의 예측이 있었고 성매매처벌법 집행으로 성폭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일반인의 근거 없는 걱정을 보도하는 많은 언론이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여년 간 성매매를 바라보는 이러한 왜곡된 시각을, 넓게는 일상에서, 좁게는 수사기관과 재판과정에서, 토론회에서, 법학자들의 논문에서 계속적으로 접해 왔습니다.

성매매피해를 입증하지 못한 피해자, 그래서 소외 자발적 성매매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 피해자는 처벌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피해자를 처벌하면 안 되기 때문에 소위 자발적 성매매에 관계된 성구매자와 성매매알선자까지 처벌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성매매처벌법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 거대한 흐름으로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성매매가 갖는 폭력적·착취적 성격을 분명히 밝힌 헌법재판소 결정

자신의 성매매피해를 입증하지 못한 여성과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 우리 사회 각계의 관심은 기형적인 성매매 수요와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성착취 산업규모를 반영한 듯, 2004년 성매매처벌법 제정 및 시행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매우 높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 3. 31. 3년 이상 심리를 진행한 끝에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결정 요지를 통해 밝힌 판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헌법재판소가 아직도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종전 결정례와 비교하면 적어도 성매매에 내포된 기본권 침해적 성격을 여성인권 측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조망하는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성매매가 단순 거래행위가 아니라 성착취적인 성격과 성매매여성에 대한 신체와 인격에 대한 법익침해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성매매가 그 자체로 폭력적·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가 오히려 성매매여성에 대한 인권향상은 커녕 탈성매매를 어렵게 만들어 성매매에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성매매여성에 대한 형사처벌을 지지하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도출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성착취산업구조에서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성산업을 떠받치는 성매매수요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성구매자처벌정책을 새로 채택하거나 성구매자처벌(성매매여성비범죄화)로 성매매방지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최근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평가됩니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지점은 헌법재판소가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성매매시장을 유지ㆍ확대하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성구매자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확인함으로써, 이후 국가의 성매매방지정책이 성매매 수요 억제에 좀 더 집중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성매매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함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입니다.

성매매처벌법·성매매피해자보호법의 집행 부처와 유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존중하여 좀 더 적극적인 성매매방지정책을 수립하고, 수립된 정책의 지속적이고 정확한 집행을 위해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6년 여 동안 오히려 성매매처벌법 집행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오히려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수요 차단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였습니다.

. 폭력적·착취적 성격을 갖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새로운 입법의 필요성

헌법재판소는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제기된 몇 건의 성매매처벌법 일부조항 위헌소원 사건에서 단편적으로 성매매처벌법의 입법취지와 성매매의 문제점, 성산업 축소, 중간매개체 차단 등에 대한 판단을 한 바 있으나, 2016. 3. 31. 결정에서와 같이 성매매가 갖는 폭력적·착취적 성격에 대하여 정확히 고찰하거나 ‘위와 같은 성격 때문에 성매매를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까지 분명히 제시한 적은 없었습니다.

3) 성매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인식 재고와 한계

헌법재판소는 결정 요지(2013헌가 2 결정)를 통해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는바, 이는 성매매와 성산업이 성구매의 대상이 된 여성의 존엄성, 정신과 신체, 인생 전반에 끼치는 해악에 대하여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가 그 자체로 폭력적·착취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인 성매매여성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는 성매매가 결코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처벌의 입법목적이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는 것이라는 논리적 비약을 이끌어내면서, 결론적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하여는 성판매자도 함께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매매여성을 함께 처벌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논거들은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헌법재판소는『성구매자를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하여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매매를 원하는 자들로 하여금 성판매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위험이 있으며, 성판매자가 성구매자들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인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한다면 포주 조직이 불법적인 인신매매를 통하여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된 성매매 여성에게 합법적인 성판매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 형태가 조직범죄화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성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만연한 현실을 감안하면, 성판매 여성의 인권향상은 커녕 오히려 탈(脫)성매매를 어렵게 만들어 성매매에 고착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구매자뿐만 아니라 성판매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나, 성매매 여성이 성산업구조하에서 겪는 피해(그러나, 입증이 쉽지 않은)와 트라우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정적 상황을 고려한 논거들이며, 이미 10여 년 이상 집행과정을 통해 효과성이 입증된 성구매자처벌정책(성매매여성 비범죄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향후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입장으로 생각됩니다.

위와 같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 성매매의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성매매처벌법의 보호법익을 전통적인 성풍속·성도덕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위헌의견은 성매매의 본질을 좀 더 정확히 짚어 내고 성매매수요 차단을 위한 정책적 목표까지 매우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위헌의견은『성매매가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여성 성판매자는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고 이는 사회구조적인 것으로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하여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해가 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성판매자로 하여금 성매매 이탈을 촉진하고 유입을 억제하려면 형사처벌 대신,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과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성매매 예방교육, 성매매로 인하여 수익을 얻는 제3자에 대한 제재와 몰수, 추징 등의 방법으로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이나 보호나 선도 조치 등과 같이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침해최소성에도 반한다.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성판매자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다만, 이것이 성매매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거나, 성매매의 사회적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고,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며 강제 성매매 확산을 막기 위하여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며 그 부분은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과는 달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보호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성착취산업구조의 한 축을 구성하고 불법적인 성착취를 지속시키는 성구매자들에 대한 처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4) 결 론

스웨덴이 성적 불평등의 맥락에서 성매매를 고려한, 여성을 상대로 한 남성의 폭력에 관한 포괄적인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성매매수요 축소, 성착취산업 축소, 인신매매피해자 감소,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보호 면에서 효과적인 법 정책으로 평가되어 유럽 각국이 스웨덴과 같이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불처벌, 성산업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는 성구매자들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처벌법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와 국가의 방임 가운데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심각한 젠더기반 폭력의 피해가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2013년에 이어 올해 다시 성평등모델로 성매매처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운동과 개정 입법을 위한 법률가 모임이 조직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발제자들이 공유해 주신 프랑스 성평등 모델 입법 과정의 소중한 경험들이 우리의 새로운 입법 운동에 엄청난 자양분이 되어 한국에서도 성평등모델이 입법 되었다는 소식을 국제사회에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본 토론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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