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심포지움 “왜 프랑스는 성평등 모델을 선택했나? 프랑스 성매매경험당사자 활동가와 여성의원에게 듣는다” – 모드 올리비에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2002년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는 한국사회에 ‘성매매’와 여성 인권에 대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으나,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성매매/반성착취 운동은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를 중심으로 한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1999년 스웨덴에서 제정한 성평등 모델(신근절주의)은 성매매 방지 및 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알선자와 성구매자를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법으로, 한국의 성매매방지법 개정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성평등 모델 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16년 법을 제정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이에 전국연대에서는 프랑스 성매매경험당사자 활동가 알렉신 솔리스와 프랑스 법 제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전 하원의원 모드 올리비에를 초청했습니다. 알렉신 솔리스와 모드 올리비에의 강연, 조정민 판사와 원민경 변호사의 토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2. 성매매 근절을 위한 진보주의·인본주의적 법: 문명사회 실현 및 모두를 위한 투쟁 모드 올리비에

– 모드 올리비에는 프랑스 사회당 출신의 정치인으로, 2012~2017년까지 하원의원을 지내며 남녀동수법, 평등과 시민권, 성매매 성평등 모델 법안을 제안하고, 통과시켰습니다.

성평등모델법 제정

서로 다른 정당의 두 하원의원이 프랑스 내 성매매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2011년 12월, 국회 소속 정당들의 만장일치로 결의문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결의문을 통해 프랑스는 성 착취와 성매매 알선 금지 및 성매매 산업 유입 방지 그리고 자활 지원을 통해 성매매여성을 보호하는, 성평등 모델이라는 입장을 다시금 공고히 하였습니다.

이후 프랑스 성매매 실태에 관한 보고서, 호객행위에 대한 경범죄 폐지 법안 및 성매매여성의 보건・사회적 실태 보고서, 권고사항 40개를 담은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당시 성매매산업에 대한 스웨덴의 인식은 프랑스가 따라야 할 본보기였습니다.

– 성매매 알선업자/조직은 성매매 산업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주체이며, 성매매는 수익성이 높은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성구매자는 성매매 산업의 자금줄이다.

– 성매매여성은 금전을 매개로 강요된 성관계의 피해자이다.

2013년 10월,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지역 및 국가단체 111곳은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성행위 구매가 처벌 대상이 되도록 행동해줄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2013년 12월,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었고, 성구매자 처벌이라는 특정 조항이 상원과 하원 간 갈등, 언론과 성매매 알선업자의 로비라는 반대를 일으켰습니다.

여론과 의회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좌파와 우파 의원들이 함께하였던 2년 이상의 노력으로 법이 공포되었습니다. 성평등모델법에 따라 노동법, 사회활동법, 외국인 및 피보호권법, 교육법, 형법 등 법률 9개를 개정했습니다. 이는 포괄적이며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법이었습니다.

성평등모델법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장관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수없이 쉬지 않고 토론하고 설명했습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성매매산업의 현실에 대해 증언해주었습니다. ‘아볼리시옹(철폐)’이라는 이름의 연맹과 여성단체, 청년 정치단체, 의사, 학자, 법관, 정치인들이 지지해 주었습니다. 당시 정부도 당연히 지지해주었고, 특히 여러 여성 장관께서 해당 법을 정치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힘써 주셨습니다.

성매매, 대표적인 양성 불평등 지표

성구매자 99%는 남성이며 성매매된 사람 85%는 여성입니다.

성매매는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여성을 억압해도 되는 최후의 보루였으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면서도 프랑스 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마지막 폭력이었습니다. 법안을 표결에 부치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 근절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산업 철폐가 성평등 투쟁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프랑스 의원들은 확언했습니다.

성평등모델법

성평등모델법은 종교적 교리나 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를 강요하는 법이 아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성매매에 맞서고 성매매여성에게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법이자, 상징적인 법입니다. 억누를 수 없는 성적 욕구라는 통념은 성에 대한 구시대적 개념이며, 이에 근거해 성폭행을 정당화할 수도, 성매매를 합법화할 수도 없다는 것이 법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서로 분리할 수 없는 4가지 방침

성매매 알선과 인신매매 근절, 교육과 예방, 성매매피해여성 지원 및 보호, 성구매자 처벌은 인도주의・여성주의・성평등모델에 기반한 법의 4가지 방침이자, 성매매 공급을 차단하고 성매매와 이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를 종식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일관적인 방법입니다.

1) 성매매 알선 및 인신매매 척결

성매매알선에 인터넷이 이용되면서 성매매 알선과 인신매매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알선업자는 프랑스 법을 피해 성매매가 합법인 해외 국가에 본거지를 두고 프랑스 내에 성매매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성매매와 성착취 시장은 계속하여 확대 중입니다. SNS나 메신저 가운데 성매매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프랑스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사이트 비바스트릿(Vivastreet)은 ‘가중 성매매 알선’으로 수사 대상이 되어, ‘일부 사용자’의 악용 또는 부적절한 사용을 막기 위해, 2018년 6월 ‘만남’ 게시판을 폐쇄하였습니다.

2) 성매매여성 지원

프랑스에서는 경제적 이유나 강요에 의해 여성이 성매매하게 내버려둘 수 없음을 성평등모델법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사회는 성매매 알선과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믿을 만한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에게 대안을 제공해야 합니다.

성평등모델법에 따라 처벌 대상을 바꾸었습니다. 처벌받는 것은 성구매자이지, 성매매여성이 아닙니다. 그리고 탈성매매 절차를 신설했습니다. 성매매여성이 보건, 직업, 사회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것의 조사를 지방법원이 맡아, 성매매여성이 유관 단체와 함께 자활프로젝트 구성하여 성매매 외의 대안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3) 성행위 구매 예방 대책

성평등모델법에 따라 성교육 주제에 신체의 상품화 행위 근절이 포함되었습니다. 교육법에 따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성교육은 성평등, 자신 및 타인 존중, 신체 존중의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4) 성구매자 처벌 조항 신설

성평등모델법으로 성구매자에게 범죄기록이 남고 1,500유로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는 성구매자 처벌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재범인 경우 3,750유로의 벌금형에 달하는 경범죄로 처벌됩니다. 또한 성매매를 요구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성매매 근절 교육이라는 교화 목적의 추가적인 처벌 또한 만들었습니다.

성구매 금지는 각 국가에 자리 잡은 인신매매 조직과 성매매 알선을 저지할 수 있는,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인신매매 조직과 성매매 알선업자의 활동을 방해하고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성매매 산업의 수익성을 낮추고 인신매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성구매 금지로 성매매산업 종사자와 성구매자의 권력관계를 뒤집고, 이에 따라 성매매여성이 폭력이나 질병 위험에 대해 알릴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결국 성매매 금지는 성매매 산업에 남아 있는 피해자를 가장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입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맞닥뜨린 반론

1) 성매매는 성적 자유의 표현이다?

성희롱을 경범죄로, 성폭행을 중범죄로 처벌하기 위해,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여성 해방 운동이 전개되어 왔습니다. 또한 여성이 도덕적, 심리적, 금전적 강요 없이 서로 원할 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투쟁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는 남성 지배가 나타난 모습을 제도화한 데 불과한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신체를 마음대로 점할 수 있는 것이 성적 자유가 아닙니다.

2) 성매매는 직업이다?

‘성노동자’란 단어를 사용하며 여성이 가지는 성관계가 상품으로 받아들여지게끔 하는 등 성매매의 현실을 감추려는 담론이 있습니다. 이는 기만이며 성산업의 착취자들이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성 판매는 직업이 아닐뿐더러 성매매를 용인하는 것은 문명의 심각한 퇴보입니다. 성매매는 신체의 완전성이나 존엄성, 모든 면에서 직업개념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3) 그들이 원한 거라고!

원치 않은 성관계를 하는 데에 소위 ‘동의한’ 사람 90%가 외국인 여성임을 떠올려 봅시다.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는 평균 나이가 만 14세이며 이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34세입니다! 성매매는 대규모 소아 성범죄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성매매여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살아남고자, 그리고 자녀를 부양하고자 성매매를 하는 것입니다.

4) 성매매 덕분에 성폭행이 줄어든다?

실제로는 성매매가 돈을 지불하거나 성폭행하면서 언제든지 여성의 신체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확산시킵니다. 성매매는 강간 문화의 핵심입니다.

5) 제가 선택한 일이예요.

본인이 선택한 일이고, 잘 맞는 일인데다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 알선이나 인신매매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 90%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탈성매매를 원합니다. 우리 사회가 성매매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법은 가장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고자 있는 것입니다.

6) 법에 대한 성매매 옹호자의 비판

‘이 법으로 성매매가 더 음지화되어서 위험성이 증가할 겁니다.’ 이 주장은 성매매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성매매여성에게 있어 근본적인 위험은 밀실에 성구매자와 단둘만 있게 되는 데서 생겨납니다. 낯선 구매자의 차에 올라타고 닫힌 방에 들어가야 하는 게 위험입니다.

법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여론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019년 2월 프랑스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78%는 성평등모델법이 좋은 법이라고 응답했으며, 79%는 타인의 신체와 성을 구매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특히 85%는 성평등모델법은 중요할 뿐 아니라 법 적용이 시급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성평등모델법 시행 후 현주소

2021년, 395명이 탈성매매를 하였고 지원받은 사람 중 87.5%가 직업을 가졌습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약 7,000명이 성구매에 대해 처벌받았으며, 이는 연간 약 1,200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성평등모델법은 프랑스 전역에서 동일하게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성평등모델법이 공포되어 적용된 지 6년이 지났고, 법은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매매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한 성과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법을 적용시키는 모든 관계자의 의지와 법의 이행에 성평등모델법의 완벽한 성공 여부가 달려있습니다. 국가나 단체 관계자, 공공기관, 경찰, 법조계가 교육 및 사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성매매 실태, 성매매 행태 조사, 성매매 방지에 대해 교육을 하고, 법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동원하고 열중해야 합니다.

성매매와 관련된 비용

프랑스 내 성매매 산업의 경제적 규모에 대해 평가한 한 연구가 있습니다. 성매매는 그 무엇보다도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든 표현의 원인은 돈입니다. 프랑스에서 매년 32억 유로를 소비하는 소수의 성구매 남성 때문에, 포주와 인신 밀매업자가 대규모로 인신매매하고 여성의 불행을 착취하며 14억 유로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성매매로 인한 탈세는 8억 5,300만 유로에 달합니다. 성매매된 사람에게 할당 된 사회적 비용은 5,300만 유로이며, 성매매로 인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3억 600만 유로, 그 중 2억 2,800만 유로가 성매매된 사람의 자살 및 살인과 연관된 비용입니다. 성매매된 사람의 자살률은 프랑스 전체 인구 자살률보다 12배나 높습니다.

성매매 산업은 성매매 피해자와 사회 전체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중으로 부담을 지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봅시다. 성매매를 철폐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잃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 세계 속 움직임

수많은 국가가 2030년까지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는 인신매매 철폐, 양성평등, 성 착취 및 여성과 아동 폭력 근절도 포함합니다. 노르웨이, 캐나다, 이스라엘, 아일랜드, 핀란드도 성평등모델을 채택하였습니다. 스페인은 성평등모델 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도입을 검토 중이나, 성평등모델을 도입한 국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국가가 성평등모델이라는 인식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국가의 정책이 성매매 없는 세상을 예상하고서 대응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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