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획강좌 현장스케치] 3강, ‘접대’의 성치: 유흥업소에는 왜 “아가씨”가 있을까?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연대 2020 기획강좌, <‘여성거래’, 무엇이 성착취를 가능하게 하는가>를 진행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부터 현실의 성산업까지, 여성 대상 성착취의 근본을 정조준 하기 위한 논의들을 이어갔습니다. 현장에 오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아주아주 간략하게 당일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3강, ‘접대’의 성치: 유흥업소에는 왜 “아가씨”가 있을까?_유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접대는 굉장히 중요한 한국사회 여성 거래의 장이예요. 가장 많다고 볼 수도 있구요, 너무 일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일상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바로 접대와 접대부라는 단어입니다. 식품위생법에도 한번 보시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으로 흥을 돋우는, 누구나면 부녀자예요. 법이 특정한 직종을 성별로 지정한 것은 유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법적으로도 합법적이고 너무나 일상화된 공간이기 떄문에 유흥업소라는 공간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는 한국사회에서 여성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기서 거래되는 여성은 누구인지, 어떤 여성이 거래되는 것인지, 남성들은 왜 여성을 거래하는지 이런 질문들을 접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흥업소를 꼭 경유해서 여성 거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사회에 발딛고 있는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1) 초이스

“구글에서 한글로 ‘초이스’라고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들이 나와요. 한국 사회에서 주로 통용되는 초이스라는 언어의 내용은 바로 여성들이 특정한 이미지의 신체를 구현하고 특정한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줄을 서 있는 것인 거죠.

(초이스가) 여성들이 특정한, 나를 고른 남자들에게 종속되는, 상징적인 의식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유흥업소에는 고정급이 없습니다. 유흥종사자가 합법적인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고정급이 전혀 없어요. 유흥업소에서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은 초이스가 되어야 합니다.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남성들은 합리적인 소비행위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돼요. 이 공간에서 유흥접객원은 나에게 선택되고 나의 종속을 바탕으로 이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내가 시키지 않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여성이라는 것을 제일 처음 확실하게 서로가 각인할 수밖에 없는 의식 중의 하나가 초이스라고 생각해요. 초이스라는 단계가 유흥업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을 때 착각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남성들이 여성의 통제권을 샀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영업 전략 이라고 생각해요.”

2) 테이블비 시스템

“일단 초이스가 된다고 해서 여성의 수중에 오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을 버텨야 받을 수 있어요. (정해진 시간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방에서 나가지 않아야 약속된 금액을 전부 수령할 수 있습니다. 술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춰서 흥난다는 거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결국 손님들이 원하는 것, 거래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여성이라는 것을 이 시스템들을 통해서 볼 수 있죠.”

상품화된 여성의 경험

1) 당연한 성적 침범

“유흥업소에서 성적 침범이 로맨틱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처럼 이름 붙 여저 있어요. 터치 스킨십 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어서 이 성적침범이 굉장히 종속적인 권력관게 하에서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숨겨버립니다. 초이스부터 테이블비 시스템을 거치면서 남성들은 확신하게 되죠. 여기서 선택자는 나구나, 내가 결정권한자구나. 침범가능성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남성들에게 할 수 있다,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암시한다는 거죠. 이런 맥락 속에서 사실상 추행 폭력 희롱에 가까운 성적 침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버텨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2) ‘여자’되기

“상품이 되려면 눈치와 센스가 있는 여자가 되어야 해요. 집단 전체를 파악하는 눈치와 센스입니다. 이게 바로 이 사회가 여자한테 당연하게 요구하는 역할이기도 하죠. 갈등과 긴장, 다툼들을 비공식적으로 풀게 만드는 역할이 여성에게 부여되죠. 갈등을 푸는 기름칠을 하는 윤활유가 되는 역할을 요구합니다. 유흥업소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그런 여성들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죠.

그런 부분들을 아가씨 노동이라고 명명하고 싶은데요, 아가씨라는 단어는 특정한 의미화 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직장에서 여성 직원들을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기 운동헀던 거 알고 계시죠? 아가씨가 대체 뭐길래!

아가씨는 일탈하고 문란한 어린 여성이에요. 딸도 아니고 숙녀도 아니고 처녀도 아닙니다. 일탈한 어린 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사회에서 통용되고 있구요.

그 위치에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할 때에만 유흥종사자들은 거래의 대상이 됩니다. 누구나 돌볼 수 있고, 과일 깎을 수 있고, 분위기 맞출 수 있는데, 그 사람이 엄마이면 안 되고 딸이어도 안되고 아가씨여야 돼요. 아가씨라는 위치에 있는 여성일 때에만 이 모든 역할들을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여성거래는 어떻게 남성의 유흥이 되는가?

“여성이 상품이 되고, 거래되고, 성적으로 침범하고, 소리 지르고, 재떨이 갖다 주고, 이런 일들이 왜 남성들에게 즐거운 일이 될까? 키는 남성성인 것 같아요. 결국 내가 남자로서 흥겹고 싶다는 얘긴데, 이성애중심주의 사회에서, 결국 남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얻는 것은 ‘남자됨’을 확인하는 즐거움, 남성성으로서 다른 남자들과 연결되는 즐거움이라고 봅니다.”

활동소식